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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年 600만원 부담에 권고대로 치료 못 받아"···'만성두드러기', 삶의 질↓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年 600만원 부담에 권고대로 치료 못 받아"···'만성두드러기', 삶의 질↓

등록 2023.10.06 07:43

유수인

  기자

항히스타민제 불응 환자 56%, 기존치료제 의존'생물학적제제' 비용 부담에 1회씩 접종, 외국은 2회 "질병코드 신설해야···소염진통제·건기식 복용도 주의"

예영민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예영민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모기에게 200방 물린 것처럼 몸 여기저기가 빨갛게 부풀어 오르고 가려운 증상이 나타나는 게 만성두드러기"라며 "자가면역질환, 알레르기질환, 불안, 우울 등 정신질환을 동반할 수 있고, 악화와 호전을 오랫동안 반복하기 때문에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쳐 개인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유수인 기자

항히스타민제에 반응하지 않거나 스테로이드제·면역억제제 등을 사용할 수 없는 중등도 및 중증 두드러기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 등의 이유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장윤석(분당서울대병원 알레르기 내과 교수) 총무이사는 5일 '세계 두드러기의 날'을 맞아 개최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고용량 항히스타민제로도 충분한 임상적 효과를 보지 못하는 만성두드러기 환자에게 효과적인 치료방법으로 생물학적제제를 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지만 보험급여가 되지 않아 중증도에 맞는 적절한 치료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두드러기는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급성두드러기는 음식 등 특정 요인에 의해 일시적으로 증상이 나타났다가 약물 치료 후 6주 이내 증상이 사라지는 질환이다. 인구 5명 중 1명은 일생에 한번 급성두드러기를 경험할 정도로 흔하게 발생한다.

반면 만성두드러기는 일상적인 자극, 체온 상승, 찬 공기, 햇빛 등에 의해 6주 이상 거의 매일, 평균 3~5년간 지속되며 피부부종(팽진), 혈관부종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증상이 심할수록 10년 이상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는 약 150만명의 환자가 만성두드러기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의 만성두드러기 유병율은 3% 내외로 유럽 및 북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소아와 노인연령층에서 특히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더욱이 만성두드러기는 환자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킨다. 예영민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모기에게 200방 물린 것처럼 몸 여기저기가 빨갛게 부풀어 오르고 가려운 증상이 나타나는 게 만성두드러기"라며 "자가면역질환, 알레르기질환, 불안, 우울 등 정신질환을 동반할 수 있고, 악화와 호전을 오랫동안 반복하기 때문에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쳐 개인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설명했다.

예 교수는 "만성두드러기 환자의 삶의 질은 중등도 이상의 건선 및 아토피피부염 환자, 혈액투석 중인 만성 콩팥병 환자, 인슐린 투여가 필요한 당뇨 환자만큼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며 "특히, 수면장애가 심한 경우가 많고 전반적인 업무 수행에 느끼는 어려움도 크다"고 강조했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장윤석 총무이사는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장윤석 총무이사는 "고용량 항히스타민제로도 충분한 임상적 효과를 보지 못하는 만성두드러기 환자에게 효과적인 치료방법으로 생물학적제제를 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지만 보험급여가 되지 않아 중증도에 맞는 적절한 치료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유수인 기자

두드러기환자에게 일차적으로 사용하는 약물은 2세대 항히스타민제다. 처음에는 표준용량으로 처방하지만 치료에 불응할 경우 4배까지 용량을 증량한다. 이 경우에도 약 37%의 환자는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해 사이클로스포린, MTX, 답손 등 면역억제제를 써야 한다.

사이클로포스포린은 장기이식 환자의 면역 거부 반응을 억제하는 면역억제제이고 MTX는 암 환자가 사용하는 항암제다. 답손은 한센병 치료제다. 이런 약물을 쓰는 것만으로도 만성두드러기가 중증 질환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증상이 급성적으로 악화될 땐 스테로이드제를 단기적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면역억제제와 스테로이드제는 부작용 위험이 있고, 면역기능이 저하된 기저질환자나 노인 환자의 경우 사용이 제한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생물학적제제 '오말리주맙'이 기존 치료제를 쓸 수 없는 환자들의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초 알레르기 천식 치료제로 승인받은 약물이지만 항히스타민제에 듣지 않은 만성특발성두드러기 치료제로도 승인받았다. 오말리주맙은 4주 간격으로 주사한다.

다만 국내에서는 오말리주맙의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장 이사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발표된 국내 리얼 월드(real-world) 연구에 따르면, 6개월 이상 항히스타민제 치료로 조절이 되지 않는 중등도 및 중증 두드러기 환자 중 55.8%가 항히스타민 치료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장 이사는 "외국에서는 오말리주맙 주사시 두 번씩 맞으라고 권고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우선 한 번만 투여하고 증상 개선이 없을 때 한 번 더 투여하도록 하고 있다"며 "처음 이 치료제가 나왔을 때 주사 한 방의 가격이 50만원이어서 경제적 부담이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며 "지금은 30만원 정도로 가격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환자들에겐 부담되는 가격이다. 한 번씩 맞게 되면 연간 치료비용이 360만원이지만 (치료 가이드라인대로) 두 번씩 맞으면 640만원으로 늘어나게 된다"고 부연했다.

최정희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만성두드러기 치료에 제약이 너무 많다. 항히스타민제의 경우 표준용량의 4배까지 쓸 수 있음에도 보험 삭감 때문에 결국 스테로이드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면역억제제는 콩팥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어 사용에 부담이 따른다. 실비가 있으면 오말리주맙 사용에 도움이 되지만 돈이 없다면 부작용을 감수하고 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미애 분당차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도 "돈 없는 어르신들은 자식들이 (치료비용을 내주면) 오말리주맙을 맞고, 그렇지 않으면 스테로이드와 다른 약물로 근근이 치료받는다. 치료 양극화가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장 이사는 중증 만성두드러기에 대한 별도의 질병 코드 신설 등 중증도에 따라 적절한 치료가 가능한 정책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현재 만성두드러기의 경우 중증도를 가리지 않고 모두 하나의 질병코드로 분류되고 있지만, 중증 건선이나 중증 아토피 피부염처럼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치료가 필수적인 질환인 만큼 별도의 질병코드를 신설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중국, 일본, 터키, 호주, 영국, 캐나다 등에서는 모두 보험급여가 적용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만 적용이 안된다. 장기적으로는 중증 질환으로 분류해 환자의 경제적인 부담을 경감해주는 제도를 통해 적절한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중증 난치성 코드로 분류되면 환자는 치료비의 10%만 부담하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영구(단국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이사장은 "만성두드러기는 정책적인 아젠다에서 소외되어 있어 환자들이 신체적·정신적·경제적 고통을 오롯이 감내해야 한다. 특히 중증 만성두드러기의 중증 질환 분류를 통해 환자가 경제적인 부담 없이 중증도에 따라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장기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소염진통제 등 일부 약물 성분, 음식 등이 두드러기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만성두드러기도 당뇨, 고혈압처럼 약물로 조절해야 하는 질환이다. 경증일 땐 약 한 알로 조절이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2~3알로 늘리고 주사를 맞아야 할 수도 있다"면서도 "음식물, 약물, 스트레스, 생리주기 등 악화인자가 있을 수 있어 되도록 그런 것들을 피하라고 조언한다. 특히 갑각류, 인스턴트, 술 등이 악화인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스피린 주성분인 살리실산이라는 성분은 두드러기 증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 특히 한약재에 들어가는 감초에 해당 성분이 많기 때문에 감기약이나 진통제, 감초 등을 먹고 증상이 악화된 경험이 있다면 조심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 교수 또한 "소염진통제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가 1/3정도 된다"고 했다.

이어 "만성두드러기도 치료지침이 있는 엄연한 질환이다. 생활습관, 민간요법 등으로 낫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약을 써서 조절해야 한다"며 "다만 생활리듬이 깨지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증상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일찍 자는 습관을 들이고, 방부제가 많이 들어가있는 가공식품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장 이사는 "우리나라는 건강기능식품을 많이 먹는데 최근 홍삼 알레르기가 많이 늘고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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