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해제 후 본격 사업화···업계 반발에 점유율 제한소비자 신뢰↑···큰 돈 못 벌어도 부가가치 창출 기대전문가 잇단 긍정 평가···"권고안 이행 감시해야" 지적도
18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이달 중 인증 중고차 판매를 시작한다. 지난 2022년 3월 중고차 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해제된 이후 약 1년 7개월 만이다.
국내의 인증 중고차 시장은 수입차를 중심으로 형성돼 왔고, 완성차업체로는 현대차‧기아가 최초다. 현대차‧기아는 고품질의 인증 중고차를 판매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제고하고 국내 중고차 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을 이끈다는 방침이다.
그간 기존 중고차업계가 현대차‧기아의 시장 진출에 반발해 온 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는 시장 점유율과 시기 등을 반영한 사업조정 권고안을 도출했다.
내년까지 2%대 점유율 상한···5년/10만km 미만 판매
권고안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내년 4월까지 각각 2.9%, 2.1%까지 시장점유율을 제한한다. 2024년 5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점유율 상한선은 각각 4.1%, 2.9%까지다.
또한 2025년까지는 중소기업들에만 경매 참여의 기회를 주거나 기존 업계와 협의해 정한 경매사업자에게 전체의 50% 이상을 의뢰해야 한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의 매입 물량 중 50% 이상은 경매장을 통해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신차를 구매하는 고객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중고차를 매입할 수 있다. 다만 기존 대차물량이 충분한 만큼 물량 확보는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기아는 5년/10만km 미만의 자사 차량을 200여개 항목의 품질 검사를 거쳐 인증 중고차로 판매할 예정이다. 2022년 기준 5년/10만km 이하의 차량은 전체 사업자 거래대수의 30% 비중인 32만대 규모다. 이 가운데 현대차‧기아 브랜드의 비중은 66%인 21만대로 집계됐다.
현대차‧기아는 정밀한 성능·상태 검사를 기반으로 차량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판매가격을 소비자들에게 투명하게 제시할 방침이다. 총 3단계에 걸친 중고차 품질검사 및 인증체계를 마련하고 인증중고차 전용 상품화센터(양산‧수원) 등도 구축했다.
인증중고차 전용 허브기지에는 정밀한 차량진단과 정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첨단 스마트 장비가 도입됐다. 정밀진단 후 정비와 내외관 개선(판금, 도장, 휠·타이어, 차량광택 등)을 전담하는 상품화 조직을 운영해 중고차의 상품성을 신차 수준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인 레몬시장으로 여겨졌던 기존 중고차 시장의 정보 비대칭 해소도 기대된다. 다양한 출처의 중고차 관련 정보를 수집·분석한 후 종합해서 보여주는 현대차‧기아의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은 모든 중고차시장 참여자들에게 공개돼 시장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의 매물을 다양한 출처의 정보로 교차 확인하기 때문에 주요 피해유형 중 하나인 허위·미끼 매물도 막을 수 있다.
국내 중고차 소비자들은 전반적으로 현대차‧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반기는 분위기다. 성능이 보장된 고품질의 중고차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특히 신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중고차 매각 시 트레이드인 할인, 캐피탈 우대금리 등의 다양한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 시장의 실질 거래대수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0.5% 밖에 성장하지 못했다. 특히 국내 중고차 시장의 사업자 거래비중은 45% 수준으로, 미국(71%), 독일(67%) 등 선진시장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대체로 중고차 시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한국경제연구원이 조사한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6%가 중고차 시장이 투명하지 않다고 답했다. 시장 불신의 이유로는 차량 상태(49.5%)가 1위로 꼽혔고, 허위/미끼매물(25.3%), 낮은 가성비(11.1%), 판매자 불신(7.2%), 판매 후 피해보상 및 AS 불안(6.9%)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현대차‧기아의 중고차 판매가 시작되면 정체됐던 사업자 거래대수가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들의 신뢰도 상승으로 시장이 활성화되고, 대차 물량 중 일부가 경매를 통해 시중에 유통되면 사업자들의 매입 규모도 늘어날 수 있어서다.
초기 수익성 낮지만 신차 가격 안정화‧빅데이터 수집 기대
다만 기존 중고차업체들의 낮은 수익성을 감안할 때 현대차‧기아도 중고차 판매로 큰돈을 벌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중고차 시장 1위 사업자인 케이카의 과거 3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은 2.9%에 그쳤다. 중소업체들의 최근 3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이보다 낮은 1.6%에 불과하다. 현대차‧기아의 경우 시장 점유율이 정해져 있어 판매량이 제한적이고 상품화센터 건립, 신규인력 고용 등 초기 비용도 만만치 않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기아의 중고차 사업 영업이익률은 초기 2~3% 수준으로 예상되며, 2026년 이후엔 5%대 후반까지 상승할 것"이라며 "중고차 사업 자체가 EPS(주당 순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2027년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 비중은 전체의 2~3% 수준이라는 게 송 연구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인증 중고차 판매로 신차 가격을 보다 안정화 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중고차 고객에게도 제공할 수 있고, 고객의 차량 이용 행태에 대한 다양한 빅데이터를 수집해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현대차‧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중고차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제조사가 직접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현대차‧기아의 책임은 더욱 커지겠지만 차량의 브랜드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현대차‧기아가 인증 중고차를 팔게 된 건 소비자들이 원했기 때문"이라며 "소비자들은 가격이 약간 오르더라도 인증중고차를 선호할 것으로 보이며, 수요 확보를 위해 현대차‧기아도 무턱대고 중고차 가격을 높게 받긴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 "단순 점유율보다 '판매금액' 중요···정부 역할 키워야"
한편에선 현대차‧기아에 대한 중고차 판매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정해진 시장점유율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고 견제할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중고차 시장의 규모는 연간 30조원에 달하고, 자동차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전 주기에 걸쳐 평가와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면서도 "다만 가성비 면에서 가장 우수한 5년/10km 미만의 중고차를 현대차‧기아가 독점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현대차‧기아의 중고차 시장점유율을 제한해놨지만 5년/10만km 미만의 중고차는 가장 가격대가 높다"며 "시장 점유율이 5% 미만이라고 해도 금액으로 따지면 30%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국내 수입차 점유율은 전체의 15% 정도지만 금액으로 계산한 비중은 40%에 달한다.
이 교수는 또 "현대차‧기아의 중고차 판매조건들을 세부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영세 중소상인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고, 이는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견제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현대차‧기아가 가격을 조절해 시장을 왜곡시킬 가능성도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판매 전반을 감시하고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