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량 대폭 감소···확대보다는 안정적 수익 선택도시정비사업도 양극화···'되는 단지'만 건설사 몰려여의도·압구정 등 '이전투구' vs 서울‧수도권인데도 '유찰'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10대 건설사의 도시 정비 누적 수주액은 총 11조7705억원이다. 전년 동기(26조6596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실제로 10대 건설사 대부분은 지난해보다 수주액이 줄었다. 4년 연속 도시 정비 수주액 1위에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현대건설은 수주액이 전년 대비 81.1%가 감소했다. 대우건설도 전년 동기대비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롯데건설은 86%가 줄어 5173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포스코이앤씨는 오히려 반대 행보를 걷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3분기까지 총 3조4423억원을 수주하며 업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14.6% 늘어난 금액이다.
지난해까지 몸을 사렸던 삼성물산도 수주가 늘었다. 삼성물산은 올해 3분기까지 1조4130억원을 수주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배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10대 건설사가 전반적으로 수주액이 줄어든 것은 건설사들이 일명 '되는 사업'을 위주로 옥석 가리기에 들어간 탓이 크다. 건설업계는 최근 원자잿값 불안과 인건비 상승, 고금리 기조 속에 위기를 겪고 있다. 이 때문에 대기업인 10대 건설사도 몸을 사리는 중이다. 실제로 건설업계는 올해 종합건설업체가 약 440곳, 전문건설업체가 2270여곳이 폐업하는 등 경영난을 겪고 있다.
건설사들이 옥석 가리기에 나섬에 따라 일선 사업지에서도 분위기가 엇갈리는 모양새다. 상징성이 크고 사업성이 좋은 곳은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일부 사업지에선 여러 차례의 공고에도 나서는 건설사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초고가 지역은 여전히 견고한 위상을 자랑했다. 여의도와 압구정 등이 대표적이다.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맞붙었다가 정비계획 위반 의혹이 제기돼 선정 절차가 무산됐다.
강남구 압구정3구역은 설계사 선정에서 공모 지침 위반으로 잡음이 일었다. 입찰에 참여한 설계업체가 용적률을 서울시가 승인한 계획보다 60% 늘리겠다고 제안하고 선정까지 성공하면서 서울시가 제동을 걸었던 것. 업계에선 통상적으로 시공사 선정 외엔 입찰 경쟁이 과열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반면 서울‧수도권인데도 시공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단지도 있다. 경쟁입찰이 성사되지 못해 2차례 유찰 후 수의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일부 단지에선 1곳의 건설사도 입찰하지 않아 곤욕을 겪고 있다.
서울 성동구 응봉1구역 재건축 조합은 이달 24일 입찰을 마감한 결과 현대건설만 단독으로 입찰해 유찰됐다. 업계에선 응봉역 역세권에 한강변 단지라는 점에서 충분히 경쟁입찰이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했지만 결과적으로 재입찰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서울 중구 신당9구역은 공사비를 올리고도 시공사 선정에 실패했다. 지난 1월 3.3㎡(1평)당 742만원에 공고를 냈지만 유찰됐고, 지난달 평당 840만원으로 공사비를 올려 다시 입찰공고를 냈지만 1곳도 응찰하지 않았다. 1차 입찰 때 참여했던 한양도 2번째 입찰엔 나타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대외적인 상황이 안정되기 전까지 건설사들이 보수적인 수주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고 본다. 전쟁 등으로 인한 원자재 수급 불안과 고금리 기조에 따른 금융 부담이 커진 상황을 감안해 수주량을 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유가(油價)와 원자재가격 변동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고금리 기조까지 이어지면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라면서 "특히 사업 기간이 길고 PF(프로젝트파이냉싱) 연대보증이 필요한 정비사업은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 1순위 사업으로 꼽힌다"고 했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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