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업계는 올해 우유 가격 인상은 최소한으로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밀크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관리·감독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가 높은 개별 품목 7개를 지정해 집중 관리하는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한다.
해당 품목은 과자·라면·설탕·아이스크림·우유·커피·빵 등이다. 농식품부는 물가가 안정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품목별 담당자를 지정해 전담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가공식품 물가는 사무관 한 명이 담당했다.
이번 물가안정 체계는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진정시킨다는 취지에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10월 식료품·비주류 음료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5.1% 상승했다. 지난달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6.7% 올라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특히 지난달 우유 소비자물가지수는 14.3% 올랐는데, 이는 지난 2009년 8월(20.8%) 이후 14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우유와 유제품 가격이 크게 오른 이유는 지난달부터 원윳값이 올랐기 때문이다. 낙농진흥회는 음용유용 원유 가격을 지난해보다 리터당 88원 올린 1084원으로 결정했고, 지난달부터 오른 가격이 반영됐다. 유가공업계는 이후 흰 우유와 유제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했다. 이번 인상으로 흰 우유 가격은 마트를 제외한 슈퍼·편의점 등에서 한 팩 3000원을 넘어섰다.
마트·편의점의 자체 브랜드(PB)로 나오는 PB우유 가격도 줄줄이 오름세다. PB우유는 일반적으로 기존 우유업체 브랜드(NB) 제품보다 약 20~30% 가격이 저렴하다. 최근 흰 우유의 가성비 대안으로 수요가 급증하기도 했다. 그러나 원유가 인상으로 납품 가격이 오르면서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마트 3사도 이달부터 PB우유 가격을 상향 조정했다.
다만 우유업계는 정부의 우유 물가 관리 대책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올해는 이미 원유 가격 인상에 따라 우유 가격 조정이 한 차례 이뤄졌고, 이는 최소한의 인상 조정으로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우유는 수익성 자체가 낮은 품목이라 당장 가격을 인하하거나 내년 원윳값 인상분에 대한 가격 동결 등에 대해 고려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기준 서울우유의 영업이익률은 2.2%, 매일유업은 3.8%, 남양유업은 적자 상태다.
근본적인 문제로는 '원유 쿼터제'를 꼬집는다. 원유 쿼터제는 유업체가 낙농가에서 매년 의무적으로 구입해야 하는 원유 매입량을 정해놓는 제도로, 생산량 조절이 어려운 낙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에 제조사는 우유 소비량이 줄어도 구입량을 유지해야 하는데, 남는 우유는 가공유나 발효식품, 분유·PB우유 등으로 가공해 처리하고 있다.
올해부터 우유는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적용됐지만, 절대적인 수요와 공급 불균형을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올해 원유 가격은 88원 올랐는데, 이는 과거 생산비 연동제 기준 인상 폭인 104원~127원보다 낮다. 그러나 비교적 낮은 가격에 원유를 매입하더라도 쿼터제로 인해 의무 구입한 우유의 잉여량이 많아 손실을 줄이기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우유가 많이 남는다. 우유는 상하기 쉬워 관리하기도 어려운데, 음용유용 원유로 사야 하는 지정 용량 자체가 많다"며 "음용유용 가격에 구매했어도 음용유로 팔리지 않으면 가공유로 돌려서 사용한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가공을 거칠수록 값이 내려간다. 가공유용 원유 가격이 비교적 낮지만, 그 용량 자체가 적어서 수익 보정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부의 우유 가격 및 물가 관리가 '밀크플레이션'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밀크플레이션은 우유 가격이 오르면 우유를 원재료로 하는 빵·아이스크림·커피 등 가격이 덩달아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정부는 현재 원유 가격 상승과 이 같은 제품 가격 인상의 상관관계에 대해 조사 중이다. 조사 대상은 아이스크림 등 유가공 식품과 빵·카페라떼 등을 취급하는 프랜차이즈 업장 등이다. 정부는 이번 연구를 추진하기에 앞서 밀크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원유 가격 상승과 가공식품 가격 인상은 연관성이 크지 않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품목별 집중 관리에 따라 업계에서도 이러한 취지에 공감해 동참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실제로 식품업계는 올해 상반기 라면·과자·빵 등 가격 인하에 동참했다. 업계 및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만큼 물가 안정화 취지에 동참하고, 중장기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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