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매각 방침에도 시장선 유찰 가능성 주목 '최대 7조' HMM 높은 몸값 감당하기 어려워'부산신항' 사업 맡은 동원이 기회 잡을 수도
산업은행 측은 여전히 매각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지만, 일부 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난항에 빠진 가운데 HMM까지 표류한다면 은행이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할 것으로 점쳐진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오는 23일 HMM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진행한다.
매각 대상 주식 수는 채권단이 보유한 HMM 주식 3억9879만주다. HMM 주가(22일 종가 1만6190원)를 고려했을 때 매각 가격은 5조~7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앞서 산업은행은 최종입찰적격자로 이름을 올린 하림과 동원산업, LX인터내셔널에 HMM 실사 기회를 부여했고 지난 8일 그 작업을 매듭지은 바 있다. 향후 본입찰 참여 기업의 재무 상태와 경영 능력, 해운사업 운영계획 등을 종합 검토한 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외부에서 입찰의 향방을 놓고 의구심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후보군의 자금 여력이 HMM을 사들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즉, 유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자산 규모 기준으로 봤을 때 하림(17조원)과 LX(11조원), 동원(9조원) 모두 HMM(28조8000억원)보다 덩치가 작은 기업에 속한다. 상반기 기준으로 이들 기업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도 1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최근 들어 각각이 실탄 확보를 위해 공개적으로 자산을 팔아치웠지만, 본입찰에서 산업은행과 해진공의 눈높이를 맞출 만한 가격을 써내지 못할 것이란 게 전반적인 견해다. 원매자가 제시한 숫자가 예정가격에 못 미치면 입찰은 무산된다.
회사 안팎의 반발도 상당하다. 일례로 HMM 노조는 지난 21일 산업은행 앞에서 집회를 열고 "매각이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있다며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따라서 강석훈 회장도 이러한 여론을 두루 반영해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HMM을 둘러싼 여야 의원의 질의에 "현재 의향을 내비친 기업이 적합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적격 인수자가 없다면 반드시 매각할 이유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철학을 공유했다.
무엇보다 산업은행은 HMM 매각을 최대한 잡음 없이 완수해야 한다. KDB생명 매각이 무산되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작업도 3년째 지연되는 와중에 다시 문제가 생기면 국책은행으로서의 신뢰도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감사원이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기업 관리 실태를 들여다보는 것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물론 성사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산업은행이 연내 HMM의 새 주인을 찾겠다고 줄곧 공언해온 터라 매각을 강행할 수도 있다.
일각에선 이 경우 동원산업이 HMM의 새 주인으로 낙점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존재한다. 동원그룹이 떠맡은 국가사업 '스마트항만 구축 프로젝트'에 상당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만큼 산업은행도 회수 가능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이들 기업으로 힘을 실어주지 않겠냐는 판단에서다.
산업은행은 동원그룹이 추진하는 '부산신항 서컨테이너부두 운영사업'을 위해 자금을 끌어 모았는데, 이 과정에서 해진공과 함께 각 1100억원씩 총 2200억원을 책임졌다.
특히 부산신항 서컨테이너부두 운영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고부가가치 스마트항만 실현'이라는 국가추진과제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동원그룹 측은 부산항의 고부가가치 스마트화를 통해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GTO)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 관계자는 "본입찰은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라면서도 "이후에 절차나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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