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C 실거래 테스트 나서는 한은···첫 대상은 '디지털 바우처'

내년 4분기 은행 및 일반인 참여자 10만명 대상 실험

기존 높은 수수료·복잡한 정산시스템·부정수급 개선 기대

카르스텐스 BIS 사무총장 "미래 통화시스템 비전과 부합"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23일 CBDC 활용성 테스트 세부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내년 4분기 중 정부 바우처를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로 사용할 수 있는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수수료와 복잡한 정산 프로세스, 부정수급 우려 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23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CBDC 활용성 테스트' 세부 추진 계획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테스트는 일반인이 참여하는 '실거래 테스트'와 '가상환경에서의 기술 실험'으로 진행된다.

실거래 테스트는 국민들이 새로운 디지털 통화의 효용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짜였다. 특히 기존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 새로운 디지털 바우처 기능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내년 4분기 중 착수될 예정인 실거래 테스트는 은행이 예금 토큰을 발행하고 이용자가 해당 예금 토큰으로 물품 등을 구매(유통)하고 사용처에 대금을 지급하는 단계로 구성된다.

실거래 테스트는 기존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 새로운 디지털 바우처 기능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보육료 바우처를 지급받아 어린이집에 사용하는 경우 출석 일수를 충족하는 경우 즉시 지급이 이뤄지도록 절차가 간소화될 수 있다. 기존 방식은 카드로 결제하면 어린이집은 5일 후 수령을 하게 되고 카드사는 월별로 운영기관에 보조금을 청구해 받는 식이어서 과정이 복잡하고 정산 프로세스가 느리다는 지적이 있었다.

다만 이번 테스트 취지를 고려하여 테스트 기간 중 예금 토큰은 디지털 바우처 기능을 통한 대금 지급 방식으로만 사용할 수 있으며, 테스트 목적 외 개인 간 송금 등은 허용하지 않는다.

바우처 적용 분야는 시간을 두고 결정한다.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유관기관 등과의 협의 및 관련 법령에 대한 검토를 거쳐 실거래 테스트 참가 은행들이 공동으로 실시하는 시범 과제를 제시하고, 이에 더해 각 참여 은행이 자체(또는 공동) 추진할 바우처 기능 관련 개별 과제를 추가 제안하도록 할 계획이다.

테스트 참가 은행은 금융규제 샌드박스 등 관련 절차를 거쳐 내년 3분기 말 이전 확정할 예정이다. 참가 은행들은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예금 토큰 발행이 허용되며 실험 참가자(개인 및 상점 등) 모집 및 관리, 이용자 지갑 개발, 이용 대금 지급 등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일반 이용자도 참가 할 수 있도록 한다. 내년 9~10월경 참가 은행을 통해 신청 접수를 진행하며 참여자 수는 최대 10만명 이내로 제한된다.

아울러 가상환경에서의 기술 실험을 통해서는 은행 등과 공동으로 미래 금융시장 인프라 구축 방안을 점검할 수 있도록 활용 사례를 각각 선정했다.

한국거래소와 CBDC 시스템과 외부 분산원장 시스템(탄소배출권 거래 모의 시스템)을 연계해 탄소배출권과 특수 지급 토큰(Ⅲ형 통화) 간 동시결제(DvP)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지 확인한다.

또 금융결제원과는 가상의 발행업자가 토큰화된 자산을 일반인에게 공모 형태로 발행하는 경우를 상정해 스마트 계약 활용 메커니즘을 구현할 예정이다. 청약 신청 금액에 해당하는 예금 토큰을 처분 제한(lock) 조치한 후 최종 물량 배정하고 토큰화된 자산 배정량에 해당하는 자금만 이체가 이루어지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BIS가 제시한 통합원장 개념을 더욱 구체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한국은행 자체적으로 CBDC 시스템 내 가상의 증권을 디지털 형태로 발행해 금융기관들이 해당 증권을 기관용 CBDC를 활용해 동시결제(DvP)하는 실험도 실시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한은이 주최한 'CBDC와 미래 통화 시스템' 세미나에서 "디지털 원(Digital Won)이라고 부르고자 하는 한국은행의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프로젝트는 미래 통화시스템 비전과 잘 부합한다"면서 "화폐를 넘어 국채·주식·부동산 등기부 같은 금융·실물 자산에 대한 청구권의 토큰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토큰화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토큰화된 모든 요소가 원활하게 상호작용해야 한다"며 "핵심은 모든 디지털 자산 네트워크가 서로 연결되고, 상호 운용성이 확보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