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수 30만대 달성을 눈앞에 두고 4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벤츠냐, BMW냐···'엎치락 뒤치락' 치열한 1·2위 순위권 싸움볼보·렉서스 웃었다···폭스바겐 제치고 '3위' 아우디 바짝 추격
국내 수입차 판매량은 2013년 15만대를 처음 돌파한 이후 파죽지세의 성장세에 따라 지난 한 해 동안 28만3435대의 역대 최다 판매량을 경신했다. 2000년대 초 1만대 수준에 불과했던 전체 수입차 등록 대수도 지난해 316만760대까지 폭발적으로 늘었다.
코로나19 시기 반도체 수급난에서도 굳건히 살아남았던 수입차의 인기는 30만대 시대 개막을 앞두고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10월 수입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한 21만9071대다. 남은 두 달 동안 6만4000대 이상을 팔아야 지난해 최대 실적에 근접할 수 있다.
다만 수입차의 월간 판매량이 3만대 이상을 기록한 것은 2019년 12월과 2020년 12월 두 차례뿐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올해는 지난해 이상의 기록 경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벤츠냐, BMW냐' 치열한 1·2위 순위권 싸움
올해 국내 수입차 시장은 전반적인 판매 감소 속에서 순위권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상위권에서는 지난해까지 7년 연속 부동의 1위를 지키며 '최강자'로 군림하던 메르세데스-벤츠가 라이벌 BMW에 밀려 2위로 주저앉으면서 시장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BMW의 판매량은 6만2514대로 집계됐다. KAIDA에 등록된 수입 승용차 16개사, 25개 브랜드의 전체 판매량의 28.5% 수준이다. 그 뒤를 6만988대(27.8%)를 판매한 벤츠가 바짝 뒤쫓고 있다. 양사의 누적 판매량은 단 1526대 차이다.
양사는 수입차 업체들이 연 1만대 이상 판매를 기록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양강 체제를 굳혔다. 2010년대 초중반에는 BMW가 5시리즈와 3시리즈로 시장을 독식했으나, 2018년 5시리즈 화재 사건 이후 벤츠에 밀려 '만년 2위' 신세가 됐다.
그랬던 BMW가 올해 승기를 잡은 건 대표 모델인 5시리즈가 벤츠 E클래스보다 잘 팔렸기 때문이다. BMW는 5시리즈 8세대를 한국에 가장 먼저 출시하며 국내 시장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1~10월 5시리즈는 1만7010대가 판매됐다. 작년 같은 기간 5948대까지 늘어났던 벤츠 E클래스와의 격차는 2109대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올해가 단 한 달 남은 가운데 BMW가 현재 추세를 이어간다면 8년 만에 수입차 1위가 바뀌게 된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11월까지 BMW가 근소하게 앞서다 마지막 한 달간 벤츠가 집중적인 물량 공세로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순위를 뒤집은 전적이 있는 만큼 끝까지 방심할 수는 없다. 올해도 연말 대목을 맞아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을 통한 두 브랜드의 막판 승부가 예고됐다.
볼보, 3위 아우디 무섭게 추격···렉서스, 1만대 클럽 복귀
양강 구도가 확실한 1·2위 다툼과 달리 중위권 싸움은 올해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국내 소비자들의 독일차 선호 현상이 뚜렷한 상황에서 스웨덴 브랜드 '볼보'와 일본 '토요타'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2019년 이후 5년 연속 1만대 클럽에 이름을 올린 볼보는 3위 아우디를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10월까지 두 브랜드의 판매량 격차는 1000대가 채 되지 않는다. 지난해 4위를 기록했던 폭스바겐은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전체 수입차 시장이 31% 성장하는 동안 볼보는 같은 기간 무려 471% 성장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간신히 10위권에 들었던 렉서스는 올해 5위권에 안착하며 반전 드라마를 써내려가고 있다. 렉서스는 1~10월 1만1008대를 팔아 3년 만에 '1만대 클럽'에 복귀했다.
렉서스는 일본 토요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일본 상품 불매운동의 여파로 줄곧 하락세를 탔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일 관계가 정상화되고 엔저 효과까지 누리면서 순위가 급상승했다. 렉서스와 토요타의 판매 대수를 합치면 1만7775대로, 3위 아우디(1만5258대)를 뛰어넘는 사실상 수입차 '빅3'다.
'하이브리드 명가'로 불리는 토요타는 올해 하이브리드차(H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 신모델을 쏟아냈다. 현재 국내에 판매 중인 8종의 제품군 중 스포츠 모델을 제외한 6종에 HEV 파워트레인을 제공하는데 이어 연말 국내 최고 수준의 연비를 갖춘 신형 프리우스를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렉서스도 9종의 제품군 모두 HEV를 선택할 수 있다.
올해 한일관계가 개선됐다 하더라도 유독 토요타가 국내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고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전기차 대비 간편하고 내연기관차 대비 높은 연비를 자랑하는 HEV로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국내 수입차 시장, 4년 만에 '역성장'···"경기침체 탓"
국내 수입차 시장이 4년 만에 역성장이 예상되는 가장 큰 이유로는 경기 침체가 지목된다.
고금리에 할부금 부담이 늘어나자 소비자들이 고가의 수입차 구매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국산차보다 할부나 리스 구매 비중이 높은 수입차 특성상 고금리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다.
올해 경기침체로 인해 두드러지는 또 다른 특징은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것이다. 젊은 층의 구매력 하락으로 수입차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저가 수입차 판매가 주춤한 반면 경제적 여유가 있는 소비자들의 슈퍼카 구매는 크게 늘어났다.
실제로 대부분 모델의 가격이 1억원을 웃도는 포르쉐는 올해 1∼10월 9690대를 판매하면서 국내 시장 진출 후 처음으로 연간 판매 1만대를 바라볼 정도다.
내년부터 법인이 8000만원 이상인 차량을 업무용으로 새로 구매·리스·렌탈하는 경우 기존 흰색이 아닌 '연두색' 번호판을 달아야 하는 제도도 고가의 수입차 구매를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비싼 법인차 규제가 강화된 가운데 부익부빈익빈 현상으로 슈퍼카가 많이 팔리는 경향이 있다"며 "전체적인 시장 축소는 경기 침체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다"고 설명했다.
내년 수입차 시장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지지부진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수요가 주춤한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 인기가 계속되면서 토요타는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교수는 "내년 수입차 시장도 경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올해 정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전기차의 경우 향후 2~3년은 더 주춤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전체 수입차 시장은 보합세인 반면 일본차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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