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중순~말 임원인사 예정···지난해보다 2달 느려주요 계열사 실적 부진 장기화에···'쇄신' 방점 관측최은석·구창근·이선정 등 입지 불안···대거 물갈이 하나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그간 성과주의 원칙을 고수해온 이 회장이 '신상필벌(信賞必罰)' 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이달 중순께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CJ그룹의 정기인사가 내년으로 미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지난해 예년보다 두 달 빠른 10월에 조기 임원인사를 단행한 것과 대조적인 모양새다. 지난해 이 회장은 향후 3년의 새 중기전략과 실행안을 각 계열사에 주문했고, 이 중기비전의 속도감 있는 실행을 위해 예년보다 빠른 인사를 단행했다. 계열사 CEO 또한 대부분 유임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쇄신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전망된다. 계열사들의 부진이 지속하고 있는 데다 지난 2년간 대표이사급 인사 폭이 적었기 때문이다.
실적 부진에 위기의식 짙어진 이재현 회장
이 회장 또한 그룹의 위기 상황을 체감하면서 지난해 3일 '온리원 재건 전략회의'를 주재했다.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계열사 대표와 경영진 30여명에게 "그룹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온리원 정신을 되새기는 책임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반드시 해내겠다는 절실함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전략회의명이 온리원 '재건'이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했다. 그만큼 CJ그룹 내부에서도 현재 내부 상황이 어렵고 이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절박함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실제 올 3분기까지 CJ그룹 주력 계열사들은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그룹의 주축인 CJ제일제당은 별도기준 3분기 누적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한 5조8245억원, 영업이익은 31.9% 쪼그라든 2630억원을 기록했다. 문화사업을 이끄는 CJ ENM은 사정이 더 좋지 않다. CJ ENM의 연결기준 3분기 누적 매출액은 6.6% 줄어든 3조1087억원이다. 또 영업손실 733억원을 내고 적자 전환했다. CJ ENM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308억원이었다.
그나마 CJ대한통운의 상황은 좀 나은 편이다. CJ대한통운은 연결기준 3분기 매출액이 8조70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줄었다. 다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3% 증가한 3362억원을 기록해 수익성 개선을 이뤘다.
CJ그룹 경영권 승계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CJ올리브영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을 위기에 몰렸다. 공정위는 올리브영이 H&B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지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소 납품업체들이 경쟁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행위로 신고를 당하면서 과징금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7월 조직 개편하며 일부 임원 인사 단행
앞서 지난 7월 이 회장은 중기전략 실행력을 제고하기 위해 지주사와 핵심 계열사의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그러면서 고위 임원들의 인사도 함께 진행됐다. 통상 고위급 임원 인사는 연말 정기인사를 통해 단행한다는 점에서 CJ그룹의 인사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때 김홍기 경영대표와 강호성 경영지원대표인 2인 대표 체제로 운영 중인 지주사는 전략기획그룹을 없애고 전략기획그룹 산하조직인 전략기획실과 미래경영연구원을 김 대표 직속 조직으로 편제했다.
전략기획그룹장을 맡아온 임경목 그룹장은 그간 공석이던 미래경영연구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략기획실이 대표 직속 조직이 되며 실장은 이한메 대한통운 경영지원실장(CFO)에게 맡겼다. 또 재경실은 재무운영실로 조직명이 변경됐다.
이밖에도 재무전략실과 관리 1·2실을 산하에 둔 사업관리그룹은 기존 이형준 그룹장이 이끈다. 재무전략실장은 안승준 재무전략실 담당이 새로 보직을 맡았다. 기존 신종환 재무전략실장은 재무경쟁력강화TF로 이동했다.
CJ제일제당은 '본부', '실', '팀' 등 위계를 드러내는 조직 명칭을 영문으로 변경했다. 조직명을 바꾸며 조직 위계도 사라졌다. 팀이나 부 단위의 조직 위에 있던 실 단위 조직 명칭은 아예 없앴다. CJ대한통운은 기존 택배·이커머스부문과 CL부문, 글로벌부문을 '한국 사업'과 '글로벌 사업'으로 통합하는 내용의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구창근·이선정, 임기 남았어도 재신임 장담 불가
계열사 대표 중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인물은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이사를 비롯해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이사, 허민회 CJ CGV 대표이사, 정성필 CJ프레시웨이 대표이사, 김찬호 CJ푸드빌 대표이사 등이다.
그룹 전체가 위기 상황에 놓인 만큼 누구도 재신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CJ제일제당은 매출액과 영업익이 모두 떨어졌고 CJ대한통운은 수익성은 증가했지만, 매출 볼륨이 다소 줄었다. CJ CGV의 경우 매출액이 큰 폭으로 늘었고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지만, 지난 6월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 이후 주주가치 희석 우려로 주가가 급락했다. 이는 CJ제일제당 등 핵심 계열사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CJ프레시웨이는 2021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해엔 연간 목표를 초과 달성하며 다시 성장 궤도에 올랐다. 그러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에 다소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쉬운 상황이다.
CJ푸드필의 경우에는 3년 연속 흑자 달성이 유력하다. 매출액도 증가세다. CJ 분기보고서에 공시된 CJ푸드빌의 3분기까지 매출액은 6107억원으로 집계됐다. 4분기까지 현재 매출액 증가 추세가 유지된다면 연 매출액은 8000억원대를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임기가 남아 있는 구창근 CJ ENM 대표와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의 입지도 불안한 모습이다. 특히 CJ ENM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재무구조 개선을 꾀하고 있으나, 실적은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CJ올리브영의 경우 실적만 놓고 보면 교체 가능성이 희박하다. CJ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3분기 누적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9.4% 증가한 2조7971억원, 순이익은 44.3% 늘어난 2742억원을 기록했다. 이미 올해 3분기 지난해 전체 실적을 뛰어넘은 것이다.
그러나 공정위 제재는 올리브영의 윤리경영에 분명 흠집이다. 이선정 대표는 MD 출신 인물로, 공정위 조사에 전문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얼굴을 발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가운데 강호성 CJ 경영지원대표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인사 방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강 대표는 지난 9월 사의를 표명했으나, 최고경영진이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경영진이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도록 대표급 임원이 조기에 용퇴 의사를 밝히기도 하는데, 강 대표도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재현 회장이 강 대표의 사임을 만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외 사업은 선방···오너 4세 이선호, 역할 확대에 관심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지 또한 관심사다.
이 실장은 2021년 연말 인사에서 경영리더로 승진하며 글로벌 헤드쿼터(HQ) 산하에 신설된 식품성장추진실의 식품전략기획1담당을 맡았다. 이어 지난해 CJ제일제당이 식품성장추진실을 전략기획담당으로 합치면서 1담당이었던 이 실장의 보직이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변경됐다.
당시 보직변경은 이 실장이 맡은 업무가 바뀐 것을 넘어서 역할이 대폭 확대됐다는 것을 의미했다. 식품성장추진실 산하에 전력기획담당, 식품M&A담당, 카테고리이노베이션담당, 뉴프론티어담당을 뒀기 때문이다.
이 실장은 중책을 맡게 된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도 많아졌다. 이 실장은 지난 3월 CJ제일제당의 신사업을 주도하는 임직원들을 위한 전용 공간 '이노플레이(INNO Play)' 개소식에 참석했고 젊은 한식 셰프들을 발굴·육성하는 퀴진케이(Cuisine. K) 프로젝트 발족식에도 모습을 드러내며 '한식 전문학교' 설립에도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퀴진케이 프로젝트는 이 실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CJ제일제당의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 실장이 맡고 있는 해외 사업은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해외 식품 매출액은 1조33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다. 매출액이 주춤했던 것은 아태지역에서 지상쥐 매각으로 인해 실적에서 제외되며 매출액이 줄었고 일본 시장에서 미초 판매가 다소 부진했던 게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주요 시장인 미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고 유럽과 오세아니아의 3분기 누적 매출 성장률은 전년 대비 각각 32%, 24% 증가했다. 레드 바론(Red Baron) 피자는 1위 달성 이후 2위와의 점유율 격차를 확대하며 3분기 20.6%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로서리 만두 또한 시장점유율 52.5%로 2위(23.1%)와의 격차가 2배 이상 벌어졌다.
CJ그룹 관계자는 "정기 임원인사의 시기와 방향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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