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사' 언급 2개월 만에 대대적인 세대교체 단행최창원 부회장 수펙스 의장·최태원 장녀 임원 승진부진한 경영 실적에 올해 신규 임원 수 대폭 축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서든데스(돌연사)'를 언급한지 두 달만에 대대적인 세대교체에 나섰다. 최 회장의 사촌동생 최창원 부회장을 2인자 자리에 앉히고,4050 차세대 리더를 내세워 경영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글로벌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다수 관계사가 조직 효율화에 나서며 임원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올해 신규 선임 임원은 총 82명으로 지난해 145명 대비 63명이 줄었다.
계열사 CEO '확 젊어졌다'
SK그룹은 올해 임원인사를 통해 무려 10명의 계열사 CEO를 교체했다. 7명의 CEO가 자리를 옮겼고 3명의 CEO는 신규 선임됐다. 신규 선임된 CEO 3인은 모두 그룹 차원의 차세대 CEO 육성 프로그램인 ELP(Executive Leader Program)를 수료했다.
SK그룹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영 환경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내세운 BBC(반도체·배터리·바이오) 관련 계열사는 올해 3분기까지 부진한 성적이 이어졌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내내 적자가 지속됐고 SK온도 배터리 3사 가운데 여전히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사이언스도 올해 적자가 유력한 상황이다.
이에 SK그룹은 기존 경영진의 역할을 대폭 변경해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CEO가 변경된 계열사를 살펴보면 SK㈜ 사장에 장용호 SK실트론 사장, SK이노베이션 사장에 박상규 SK엔무브 사장, SK실트론 사장에 이용욱 SK㈜ 머티리얼즈 사장, SK에너지 사장에 오종훈 SK에너지 P&M CIC 대표, SK온 사장에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사장이 선임됐다.
특히 이석희 사장은 지난해 3월 SK하이닉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 1년 9개월만에 SK온 대표이사로 복귀하게 됐다.
또한, SK㈜ 머티리얼즈 사장에 김양택 SK㈜ 첨단소재투자센터장이, SK엔무브 사장에 김원기 SK엔무브 그린성장본부장이 각각 보임됐다.
이번 인사로 사장단의 연령도 확 낮아졌다. 신임 사장 중 8명은 50대이며 장호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장과 류광민 SK넥실리스 사장은 40대다.
SK그룹 관계자는 "자연스럽게 이뤄진 큰 폭의 세대교체 인사는 각 사가 지정학적 위기와 국내외 경기침체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각 분야 최고의 글로벌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전환점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규 선임 임원은 조직 효율화에 따라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SK그룹의 신규 선임 임원은 2022년 정기임원 당시 165명에서 2023년 145명, 2024년 82명으로 줄었다.
SK그룹 측은 "전체 신규 선임 임원 수는 그룹 경영전략인 파이낸셜스토리 실행력 강화를 위해 각 사별로 인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신규 선임 임원 평균 연령은 48.5세로 조사됐으며 최연소 임원은 최태원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 본부장이 꼽혔다. 최 본부장은 1989년생으로 입사 7년 만에 임원을 달았다.
여성임원 선임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올해의 경우 8명의 여성 임원이 신규 선임됐으며 이에 따라 총 여성임원 수는 53명으로 늘어났다. SK그룹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체 임원의 약 5.1%인 여성 임원 비중은 2024년 5.6%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CEO 내려놓은 부회장단 조력자 역할 집중
올해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장기간 주요 계열사를 이끌던 부회장단은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후배 경영인들을 위한 조력자 역할에 집중한다.
2017년부터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끌어 온 조대식 의장은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에게 의장 자리를 넘겼다. 조 의장은 SK㈜ 부회장으로서 주요 관계사 파이낸셜스토리 실행력 제고, 글로벌 투자 전략 등을 자문하며 그룹 성장에 기여할 예정이다.
장동현 부회장은 SK㈜ 부회장직을 유지하면서 박경일 사장과 함께 SK에코플랜트 각자 대표(부회장)를 맡는다. 장 부회장은 성공적 IPO 추진을 목표로 사업영역 고도화 등에 힘쓸 계획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도 대표이사에서 퇴진 후 부회장직만 유지한다. 박 부회장은 SK㈜ 부회장과 SK하이닉스 부회장을 맡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AI 얼라이언스(Alliance)를 이끌며, AI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미래 성장동력 확충에 주력한다.
김준 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직을 유지하면서 경륜과 경험을 살려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한편 조대식·장동현·박정호 부회장이 모두 지주회사인 SK㈜ 부회장직을 맡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에 따라 SK㈜에는 현재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최재원 부회장까지 총 4명의 부회장이 이름을 올리게 됐다.
SK그룹 관계자는 "아무래도 지주회사가 운신의 폭이 넓다 보니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부회장들은 그동안 쌓은 경험으로 다양한 사업에 대한 자문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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