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아킬리' 글로벌 기업도 시장 안착 실패김진우 하이 대표 "의료 산업구조 이해해야"황희 카카오헬스 "페이어 없어, 조력자 구해야"
김진우 하이 대표는 지난 11일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컨퍼런스에서 시장 안착 실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글로벌 DTx 기업들의 사례를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3세대 치료제로 주목 받고 있는 DTx는 질병의 예방·관리·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고품질 소프트웨어(SW) 프로그램이다. 알약이나 주사제 같은 기존 약물의 형태는 아니지만 스마트폰 앱, 게임, VR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규제기관의 인허가를 거쳐 의사의 처방을 통해 환자에게 제공된다. 환자의 치료를 위해 독립적으로 사용되거나, 의약품·의료기기·기타 치료법들과 병행해 사용 가능하다.
글로벌 DTx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정작 시장 안착에 성공한 기업은 전무하다. 약물중독 치료 DTx '리셋(reSET)'을 개발한 페어 테라퓨틱스는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받으며 기대를 모았지만 보험권 안착 실패 및 매출부진으로 결국 파산했다.
게임형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 DTx '엔데버Rx'로 FDA 승인 받은 아킬리 인터랙티브도 경영상 어려움으로 인원감축을 피하지 못했다.
김 대표는 "기대를 모았던 DTx 기업들의 부진 사례를 보면서 내린 결과는 절대 혼자해선 안 된다는 거다. 페어 테라퓨틱스, 아킬리 인터랙티브와 같은 회사들의 기본적인 마인드는 '우리가 알아서 잘 만들어서 치료 효과를 증명해 줄 테니 알아서 팔아 달라'였다. 그러다보니 인허가는 받았지만 수가를 받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수가를 받더라도 의사들이 처방을 주저하는 상황이고, 처방하더라도 그냥 소프트웨어만 가지고 환자들을 치료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하고 싶다면 절대 혼자 하면 안 된다. 의료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려면 디지털 헬스 산업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의료서비스 제공자인 병원과 보험회사, 환자 및 보호자의 이해관계와 이들에게 줄 수 있는 효용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의사들의 처방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수가체계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DTx가 병원 수익과 진료 등에 도움 되지 않으면 제품을 처방할 동기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는 "우리나라는 DTx 밸류를 충분히 창출할 수 있는 인력과 네트워크, 인프라 등을 갖췄지만 결정적으로 페이어(payor)가 없다"며 "건보체계에 편입시키려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수가가 충분히 책정될지, 원가를 보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때문에 글로벌하게 성장할 수 있지 않으면 기업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선 어려울 수 있다"며 "서비스를 세팅할 때 우리나라에서만 할 게 아니라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주요 플레이어와 같이 일할 수 있도록 조력자를 구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카카오헬스케어는 구글 클라우드, 덱스콤, 로레알, 노보 노디스크 등 기업들과 글로벌 사업 협력을 맺고 있다.
황 대표는 "(카카오헬스케어가) 해외 진출할 때 글로벌 기업들과 같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정부도 DTx 산업 발전에 있어 환자, 의료진 등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최근 보건산업브리프 392호를 통해 "어떤 구조로 DTx가 소비자에게 제공되고 의료기관에 의해서 어떻게 데이터가 관리되는지는 아직 미정인 부분이 많다"며 " 현재 진행 중인 DTx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현 의료체제와 연결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현 의료시스템과의 연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 "제삼자 보상이나 보험 체제 마련, 적절한 단가 측정 및 기대 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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