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해외 순방 동행, 기업 브랜드 제고 효과"李 "대통령과 함께하니 달라" 발언도 재조명중재자로 나선 재계 1·2위 총수 행보에 호평
대통령 외국 순방에 기업인이 자주 동행하는 것을 놓고 불편한 시선이 감지되는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연이은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정부와 함께 움직여야 정책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기업의 브랜드 가치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그 요지인데, '재계 맏형'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수습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전달 기자단 간담회에서 관련 질의에 "순방은 어느 대통령이나 정부에서도 항상 해왔던 것이고 그 정도 시간을 내는 것은 (총수들) 전부 다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인 입장에서 주요 나라나 시장에서 다 같이 존재감을 보이는 것은 브랜드 효과 측면에서 꽤 괜찮은 부분이 있다"며 "그 나라에서도 우리를 상당히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세간에서 불거진 이른바 '병풍 논란'에 대한 발언이다. 현 정권 출범 후 대통령 해외 순방에 재계 총수가 참여하는 일이 부쩍 늘자 일각에선 정부가 성과를 부각시키기 위해 기업인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에 최 회장은 우려를 불식시키는 차원에서 에둘러 해명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야당이 제기한 '정부의 ASML 성과 가로채기' 의혹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는 대통령과 네덜란드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 ASML 본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삼성전자에도 많은 장비가 있어서 자주 봤었다"면서 "반도체 산업에 변화를 줄 수 있겠다"는 소감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회장은 평소와 다른 현지 정부와 회사 측의 특별대우에 "이렇게 빨리 ASML 본사에 도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언급했다는 전언이다.
현장의 분위기가 공개되자 정치권 공방은 이내 잠잠해졌다. 당초 야당은 대통령 네덜란드 국빈 방문 중 발표된 ASML의 한국 연구개발(R&D) 센터 건립과 관련해 정부가 민간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의 성과를 가로챘다고 비판했으나, 이 같은 정부의 해명에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세부적인 대화 내용은 삼성이 아닌 대통령실 차원에서 공유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이 회장이 갈등 해소에 일조한 셈이다.
재계에선 국내 1·2위 기업 삼성과 SK의 총수가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냄으로써 국민과 정부, 기업의 가교 역할을 했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물론 올 들어 재계 총수가 대통령 일정에 동행하는 게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주요 대기업 회장은 국빈방문이나 엑스포 유치와 같은 굵직한 사안이 생길 때마다 경제사절단으로 대통령과 함께 출장길에 올라 지원사격에 나섰다. 많게는 6~7차례나 따라나선 인물도 있다.
이 와중에 대통령이 지난 6일 부산 전통시장에서 대기업 총수와 떡볶이를 먹는 장면까지 연출하자 정부가 기업인을 너무 쉽게 차출한다는 비판 여론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각종 경영 현안으로 쉴 틈 없는 글로벌 기업의 최고 책임자를 '보여주기식 정치 이벤트'에 끌어들인 것처럼 비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기업으로서는 정부의 제안을 거절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행여 정치적 이슈와 엮이면 대외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경영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 있어서다. 때문에 정부와 관련된 사안은 사회적 여론을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고충이 있는데, 이번 기회에 이 회장과 최 회장이 은연 중 기업 입장을 대변함으로써 중재자 역할을 했다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전세계적으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보니 과거부터 대통령 해외 순방과 같은 중요한 이벤트 때마다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면서 "빠듯한 일정에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를 계기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확보하는 등의 긍정적 측면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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