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NA EUV' 도입···TSMC, 삼성보다 빨랐다 중소기업 규모값···시간당 웨이퍼 200장 처리미세회로 위한 첨단 장비···2·1.8나노까지 적용
반도체 성능이 2년마다 2배로 개선되는 '무어의 법칙'에 한계가 따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나 인텔은 일각의 시선을 뒤집기 위해 하이 NA EUV를 앞세우고 있다. 또 인텔은 글로벌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미미하나 선단 공정을 빠르게 확보해 경쟁사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2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ASML은 '하이 NA EUV' 장비를 지난 21일(현지시간) 처음으로 출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배송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블룸버그는 인텔의 미 오리건 반도체 공장인 D1X 팹에 배송됐다고 밝혔다.
2나노미터 이하 공정에 필요한 하이 NA EUV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ASML만 생산하고 있다. 가격은 3500억원 규모로 TSMC와 삼성전자가 사용 중인 EUV(NXE 3600 시리즈)보다 약 2배 높다. 시간당 처리할 수 있는 웨이퍼양도 200장에 달한다. 최첨단 고성능 제품이라 ASML도 2025년 이후에야 연 20대를 생산할 수 있다고 밝힐 정도다.
하이 NA EUV를 공급받은 건 인텔이 세계 최초다. 인텔은 이 장비를 통해 7나노 수준에 불과한 파운드리 공정을 2024년 상반기 20A(2나노), 2025년은 18A(1.8나노)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TSMC는 하이 NA EUV를 2024년 1.4나노 연구개발에, 2025년 2나노 공정에 적용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2025년부터 해당 장비를 공급받을 전망이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선임연구위원은 "TSMC와 삼성전자는 기존의 EUV 장비를 활용해 3나노 공정까지 적용할 예정이었던 만큼 하이 NA EUV 장비 확보가 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반면 인텔은 3나노 공정을 건너뛰고 2나노 공정을 도입하기로 계획해 ASML에 더욱 적극적으로 구애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운드리 생산성은 반도체의 기반이 되는 웨이퍼에 동일한 면적에서 더 많은 회로를 새길 수 있으면 올라간다. 면적을 늘리는 것은 경제적, 기술적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현재 웨이퍼 크기는 12인치(300㎜)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파운드리 산업의 능력을 키우는 척도는 한정된 면적에서 더욱 미세한 회로를 구현하는 것으로 하이 NA EUV는 이를 위한 '게임 체인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장비와 하이 NA EUV는 NA(뉴메리컬어퍼처)값이 다른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EUV의 파장은 13.5나노로 하위 개념인 DUV(ArF) 파장(193나노) 대비 짧아 빛을 많이 끌어모으는 집광 능력치를 키워야 하며 이를 수치로 표현한 개념이 NA값이다. 기존 장비의 NA값은 0.33인 반면 하이 NA EUV는 0.55까지 늘렸다.
NA값은 반사경의 배율을 높이거나 반사경을 추가하면 올라가나 광원의 손실이 발생해 노광 면적이 줄어드는 단점이 있다. 대신 ASML은 렌즈와 반사경의 크기를 키우는 방식으로 단점을 극복했다. 더 많은 빛을 끌어모아 더욱 선명하고 미세한 회로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집계한 올해 3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매출 점유율은 57.9%를 기록한 TSMC에 이어 삼성전자(12.4%), 글로벌파운드리(6.2%), UMC(6%), SMIC(5.4%) 순으로 인텔은 상위 10개 업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대신 인텔은 회계 변경으로 내년에는 매출 점유율 2위로 도약하고 미세공정에선 하이 NA EUV를 앞세워 TSMC와 삼성전자를 뛰어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5나노 이하 반도체 칩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TSMC와 삼성전자 두 곳에 불과하다.
다만 기술에 대한 신뢰성과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노하우 등을 고려하면 인텔이 경쟁사를 쉽게 넘기 어렵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강성철 연구위원은 "하이 NA EUV를 지금 확보했다고 해서 파운드리 산업에 의미 있는 변화가 당장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최신 장비를 선점한 효과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고객사에 샘플 등을 제공하며 기술 검증 과정을 거치게 될 텐데 인텔의 파운드리 역량이 아직 검증되지 않아 하이 NA EUV 도입 효과는 2025년에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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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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