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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유난히 조용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갑진년 벽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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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조용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갑진년 벽두

등록 2024.01.05 06:00

수정 2024.01.05 08:10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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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과 다른 '조용한 행보'에 재계 이목 집중 반도체 등 핵심 사업 투자 의지 드러낼지 관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이동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이동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조용한 행보가 재계의 관심 아닌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도 고금리와 경기 둔화, 부동산발(發) 리스크 등으로 불확실한 시장 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반도체·배터리 등 주력 사업의 재정비가 시급한 만큼 그가 어떤 방식으로든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것을 빼고는 아직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이나 구광모 LG 회장과 달리 본인 명의의 신년사도 발표하지 않았다.

이에 삼성 계열사도 CEO 주도로 시무식을 갖고 2024년 업무에 돌입했다. 삼성은 2014년까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 그룹 주요 경영진과 임원을 모아 신년 하례회를 열고 경영 방향을 공유했으나, 고(故) 이건희 회장이 병상 누운 이듬해(2015년)부터는 그룹 차원의 시무식 자리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 올 1월에도 특별한 일정은 없을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전언이다.

다만 그간의 모습으로 비춰봤을 때 이 회장의 차분한 행보는 다소 이례적이라고 외부에선 평가한다.

실제 이 회장은 매년 현장에서 새해를 시작했다. 먼저 2020년엔 화성사업장 반도체연구소를 방문해 차세대 메모리와 파운드리(위탁생산) 등 사업전략을 살폈다. 2021년에도 경기도 평택 2공장 파운드리 생산설비 반입식에 참석한 뒤 중장기 경영 전략을 점검하고 이틀 후 삼성리서치에서 선행기술 개발 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다. 작년 첫 영업일엔 전자와 생명, 물산 등 계열사 사장 40~50명을 서초사옥에 소집해 만찬을 가졌다. 글로벌 경제 위기 우려가 커지자 머리를 맞대고 극복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였다. 연초 이 회장의 동향이 주목받는 이유다.

물론 이 회장이 다소 민감한 시기를 보내고 있기는 하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무리하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시도하고 이 과정에서 회계 부정을 지시한 혐의에 대한 1심 재판부의 판결(26일)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작년 11월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이 회장도 외부 활동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해는 삼성에 상당히 중요한 시기다.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와중에도 특정 사업 영역에서 회복의 신호가 감지되는 만큼 경영 태세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어서다.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기업의 감산 효과로 수급이 조절되고 제품 가격도 상승 흐름에 올라타면서 새해엔 대부분의 기업이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란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생성형 AI(인공지능)와 '온디바이스 AI' 확산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기대를 더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삼성을 비롯한 주요 반도체 기업으로서는 발 빠른 대응이 요구된다.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고성능 제품 설계·제조와 첨단 패키징 등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 그리고 이를 위한 토론이 필요한 실정이다. 최태원 SK 회장이 첫 현장경영으로 SK하이닉스를 찾은 것도 이를 방증한다.

이에 재계 전반에선 이 회장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작년처럼 사장단을 모으거나 생산현장을 찾음으로써 대내외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주요 계열사 CEO가 '초격차 기술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공통된 화두를 던진 만큼 삼성으로서는 이미 자신들의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남은 것은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그룹 총수의 메시지"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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