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태영건설 익스포저 1조···은행·캐피탈사 웃돌아올해 1분기 만기 도래하는 PF-ABCP 약 16조7000억원
8일 신용평가사에 따르면 증권업계의 태영건설에 대한 익스포저는 신용보강·책임준공 등을 포함해 총 1조142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업권 내 캐피탈(7292억원), 은행(3391억원), 신용카드(965억원), 저축은행(833억원) 등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현재 국내 증권사들은 태영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하거나 자금 보충을 확약한 PF건에 대한 채무보증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건설사에 대한 브릿지론 중·후순위 대출이 주로 증권사에 집중돼 있어 부담이 더 가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증권업계의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를 자세히 살펴보면 직접대출(직접 익스포저) 규모는 약 2183억원, 태영건설이 시공사로 책임준공을 확약한 사업장과 자금보충·연대보증 등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사업장에 대한 PF 대출잔액(신용보강 5647억원+책임준공 3474억원+기타 118억원) 규모는 약 9239억원이다.
익스포저에 노출된 증권사는 대부분 대형증권사로 지난 2일 기준 미래에셋증권·KB증권·교보증권·현대차증권 등은 태영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한 PF딜 중 사모사채 인수 확약이나 대출채권 매입 확약을 맺었으며 하나·한양·대신증권도 태영건설에 대한 대출을 집행했다.
앞서 태영건설은 지난해 10월 본사 사옥을 담보로 유동화단기사채(1900억원)를 발행했는데, 증권사 중 KB증권(신용공여 1250억원)과 하나증권(600억원)이 해당 자금을 지원했다. 이밖에 한국투자증권도 태영건설이 자금보충을 확약한 부동산 PF 현장에 보유자산(루나엑스CC)을 담보로 1200억원의 한도로 신용공여를 제공했다.
태영건설에 돈을 댄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대비 부담은 초대형사·대형사 1.2%, 중소형사 1.4% 수준으로 미미하고 담보를 통해 상환가능성을 보완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익스포저를 큰 편으로 인식하고 있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 이후 부동산 PF 시장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중소형 건설사들의 워크아웃과 일부 PF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이 일어날 경우 증권사는 건설사들의 준공 리스크에 따라 우발부채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더구나 건설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에 따라 유동화증권시장 전반이 얼어붙는 경우에도 증권사들의 유동성 부담은 커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증권사가 신용공여를 한 PF-ABCP 등 PF 채무보증 규모는 작년 3분기 기준 21조7000억원이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PF-ABCP 20조3000억원 가운데 16조7000억원(82%)이 1분기에 만기를 맞는다.
증권사 우발부채의 상당 부분이 PF-ABCP로 구성된 점을 고려하면 PF-ABCP 차환실패 시 증권사 우발부채 현실화 위험이 높아지고 단기자금시장 경색에 따른 유동성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시행사가 PF 대출을 갚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대신 돈을 상환해야하기 때문에 충당금 적립에 따른 부담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윤재성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PF 유동화시장 및 단기자금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며 "부동산익스포저 관련 충당금 전입 및 대손비용 발생 등 비경상손실이 확대될 경우 자본여력이 열위한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재무안정성 저하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뉴스웨이 안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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