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이종기업 간 통합'에 증권가 평가 엇갈려"국내 최고 제약기업집단 편입한 것 의미 남달라""국내 화학산업 내 확장 케이스 실패 사례 있어"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이 대주주 지분 맞교환 방식으로 두 그룹을 통합한다. 그룹별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등이 마무리되면 제약·바이오와 첨단소재·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양대 축으로 하는 하나의 기업집단이 탄생하게 된다.
OCI홀딩스가 사실상 통합 지주사 지위를 갖게 된다. 그 밑으로 한미사이언스는 제약·바이오 자회사를 거느리는 중간 지주사가 되고, 소재·화학 분야 중간 지주사를 추가로 설립될 예정이다.
OCI홀딩스 관계자는 "지주사인 OCI홀딩스는 추후 두 그룹의 통합과 새로운 출발을 감안해 새로운 사명으로 변경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있는 바이오 사랑···2018년 제약·바이오 사업 첫 발
이번 이례적인 기업통합은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의 넘치는 바이오 사랑이 이뤄낸 결과물이다. 전통제약사인 부광약품에 이어 한미약품의 최대주주까지 오르면서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시황 리스크가 큰 태양광 사업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이오 사업의 매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 2018년 미래 먹거리으로 제약·바이오 사업을 지목했다. 당시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근 시대적인 흐름에 맞춰 제약·바이오 부문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매해 이익의 10% 정도를 신규 사업을 발전시키는 데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OCI는 지난 2018년 5월 부광약품과 50대 50 지분 비율로 제약·바이오 부문 합작투자사(JV) '비앤오바이오(BNO)'를 설립하면서 제약·바이오 사업에 발을 딛였다. 당시 투자금은 2억5000만원이었다.
같은해 7월에는 바이오사업본부를 발족한 후 첫 투자 결실로 췌장암 항암제 개발 벤처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를 택했다. 손자회사 OCI바이오인베스트먼트를 활용해 7월 이스라엘 조기진단업체 '뉴클레익스(Nucleix)' 지분을 36억원에, 8월 미국 '에이디셋바이오(Adicet Bio)' 지분을 70%억원에 사들였다. 2021년에는 차세대 항암신약 개발업체인 '파노로스바이오사이언스'에 5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특히 2022년에는 부광약품을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제약·바이오 사업에 나섰다. OCI는 1461억원을 들여 부광약품 주식 11%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부광약품 인수 첫 해부터 수익성 악화
하지만 이우현 회장의 넘치는 바이오 사랑과는 달리 제약·바이오 부문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회장이 부광약품 경영을 시작하면서 비앤오바이오는 2022년 7월 청산됐다. 국내외 바이오 기업에 매년 1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취지로 만들었지만 실제 투자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특히 OCI가 지분을 인수한 이후 부광약품의 수익성은 악화되기 시작했다. 인수 첫 해 부광약품은 2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거두며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하더니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누적 적자가 218억원으로 확대됐다.
이로 인해 2015년부터 부광약품 대표이사로 회사를 이끌던 유희원 사장이 지난해 11월 사임하고, 이우현 회장 단독체제로 전환되면서 실적 개선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제약·바이오 전문성이 낮은 만큼 전문경영인을 발탁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으나 이보다 더 나아가 제약그룹과의 통합으로까지 이어졌다.
단숨에 국내 굴지 제약사로 도약···엇갈리는 평가
OCI홀딩스는 이번 지분 교환으로 국내 5위권 제약사를 품어 단숨에 제약·바이오 성장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하지만 관련 투자를 늘려온 LG화학, SK케미칼 등 동종업계 다른 기업도 모호한 수익성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만큼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OCI홀딩스는 프리미엄 없이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인수함으로써 국내 굴지의 제약사를 손쉽게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게 됐다"며 "공동경영을 통해 소재·에너지와 제약·바이오라는 전문 분야에 각각 집중하면서도 시너지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기존에도 부광약품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국내 최고 제약·바이오 기업집단을 편입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며 "향후 신재생에너지, 반도체·배터리 소재와 함께 제약·바이오도 미래의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진단했다.
반면 제약·바이오 사업이 기존 주력 사업인 신재생에너지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기간 이종 사업간 시너지 효과와 이에 따른 수익성 개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제약업 CEO와의 공동 경영체제가 단기적으로 OCI홀딩스 기업가치 개선에 크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두 산업은 R&D, 기술력, 운용 능력뿐 아니라 업계 네트워크, 이를 가능케 하는 장기간의 업력이 요구된다"며 " 과거 국내 화학산업 내에서의 확장 케이스에서도 간혹 실패한 사례들이 있어, 다소 보수적인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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