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택시장 PF우려와 고금리에 한파 이어져실거주의무 등 정비사업 규제 추가 완화 절실해외시장 중견사 참여 마련, 금융 등 지원 필요
◇주택공급 위해 유동성 지원·규제 완화 확대 필요
주택시장은 유례없이 꽁꽁 얼어붙었다.
서울이나 수도권 주요지역 분양은 수요 쏠림현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에 국한된 상황이다. 지방 분양시장은 아예 수요 미달을 우려해 사업 일정을 뒤로 미루는 곳이 다수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
실제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10일까지 분양이 이뤄진 전국 아파트 분양사업장(입주자모집공고일 집계기준)은 총 215개 사업지로 이중 67곳이 순위내 청약경쟁률이 0%대를 기록했다.
순위내 청약경쟁률 0%대 사업지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공급이 많았던 경기도. 총 14개 사업지가 0%대 순위 내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인천도 입주물량이 쏟아지며 수요가 감소돼 총 10곳에서 순위 내 청약경쟁률이 0%대로 나타났다.
지방에선 부산(8곳), 경남(7곳), 제주(6곳), 광주(5곳), 충남(4곳), 전북(3곳), 울산(3곳), 경북(2곳), 충북(2곳), 대구(1곳), 전남(1곳), 강원도(1곳) 등에서 순위 내 청약경쟁률 0%를 기록한 단지가 나왔다.
기존 재고시장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거래가 끊기면서 서울 일부 지역마저도 수억대 가격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살펴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작년 8월 3899건을 기록한 이후 계속해서 하락 중이다. 지난달 매매는 1442건(12일 기준)으로, 작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3~4개월 새 아파트 가격이 수억원씩 하락한 곳이 비일비재하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상황과 더해 PF부실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금융사들이 더 대출을 잠그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건설사들의 주택사업에 직격탄이 된다. 아예 사업을 진행 할 수 없는 건설사들이 늘어나고 기존 사업이 좌초돼 유동성 위기를 맞을 건설사들이 증가가 우려된다.
이미 지난해 19곳이 부도를 냈고 종합건설기업 폐업 공고 건수만 총 581건에 달한다. 이는 2005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정부도 이 같은 위기 상황을 고려해 정비사업 사업 요건 대폭 완화,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세부담 경감·PF 대환보증 신설 등의 내용을 담은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 등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해당 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드리면서도 정부가 발표한 방안들이 조속히 시행되기를 촉구하며 이외에 전방위적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주택자의 여야 의견차이로 막힌 실거주 의무, 양도세·취득세 중과 완화와 악성 미분양 외 일반 미분양에 대한 대책 등이 업계가 조속히 대책을 실행·마련해 줬으면 하는 부분이다.
정원주 대한주택건설협회장은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국회에 계류 중인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의 실거주의무를 폐지하는 '주택법 개정안'의 시급한 처리가 절실하다"며 "주택건설산업이 정상화돼 경제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를 위해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시 건설사 연대보증 등 엄격한 조건부여 개선과 보증 취급은행 확대가 필요하다며 "미분양주택에 대한 종부세 합산배제 개선, 위축지역 지정, 인센티브 부여 등 미분양물량이 해소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김상수 대한건설협회 회장도 지난 11일 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인 신년인사회에서 "정부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 불안 등 유동성 위기로 존폐에 내몰린 업계를 위해 금융시장 안정과 부동산 시장 연착륙 방안 등 전방위적 지원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녹록치 않은 해외 정부·금융 지원 절실= 국내 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이 다시 눈 돌린 해외시장. 그러나 해외시장 환경도 녹록치 않아 업계에서는 정부 역할이 더 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사우디 '네옴시티' 등 중동발 굵직한 발주가 예상됨에 따라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실적 하락분을 해외에서 충당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 실제 대형건설사 CEO 대부분은 신년사를 통해 해외시장 공략을 임직원들에게 주문하기도 했다.
건설 맏형 현대건설의 윤영준 대표는 "올해는 국내 시장이 다소 정체되는 반면 해외시장은 고유가 영향으로 대형 플랜트 공사 발주가 확대될 것"이라며 "부가가치가 높은 해외사업 쪽으로 우리의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도 "해외에 답이 있다"고 못 박기도 했으며 삼성물산도 사우디 등 중동과 호주 지역을 중심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 분야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지난해까지 2년까지 해외실적이 상승하며 성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21개 해외건설 기업이 95개국에서 606건의 사업을 수주, 해외건설 수주 실적이 333억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2022년 310억 달러에 이어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인 것.
특히 중동지역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면서 '제2 중동붐'이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상황이 급변했다. 유가가 하락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무장충돌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수주 텃밭인 중동의 발주가 미뤄지거나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동지역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늘 안고 있는 데다 유가 등락은 변화가 잦은 만큼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주다. 다만 이 같은 리스크 탓에 해외 투자 위축으로 국내 기업의 수주활동이 저하될 우려도 공존한다.
실제 지난 2014~2016년 유가가 대폭 하락세를 탈 당시에도 중동 산유국들이 신규 발주를 대폭 줄인 바 있다. 당시 국내 건설사들이 기대를 모았던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발주가 연기됐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금융·국가간 협약 등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정부도 '팀코리아'를 구성해 전방위적 지원에 나섰지만, 중동 발주·우크라이나 종전 이후 인프라 재건 등에서 더 큰 파이를 확보하기 위해 보다 더 나서줘야 한다는 것.
특히 종합건설사 외에도 중견·중소건설사의 참여를 독려하는 지원책이 마련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건설사들은 인프라와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지만, 중견·중소건설사의 경우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 전문적인 기술 교육·대형건설사와 네트워크 구축 등에 대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서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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