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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기업 돈으로 생색"···착한가격업소 할인 전액 부담에 카드사 '속앓이'

금융 카드

"기업 돈으로 생색"···착한가격업소 할인 전액 부담에 카드사 '속앓이'

등록 2024.01.29 16:12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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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 이상 결제 2천원 할인···카드사 자체 예산으로업황 약화에 직접 출자 여력 부족···고육책 마련부담 없는 선에서 동참···"실물경제 부양에도 도움"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카드업계가 실적부진에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까지 더해지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최근 카드사들은 정부의 '착한가격업소' 지원 사업에 동참하며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할인금 전액을 카드사가 부담하기로 했다. 각 카드사가 자체 예산을 편성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인데, 당국의 상생금융 기조에 카드사가 또 다른 방식으로 보따리를 푼 셈이다.

29일 정부와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행정안전부와 금융감독원, 여신금융협회, 새마을금고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와 9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NH농협·비씨)는 착한가격업소 이용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을 개최했다.

착한가격업소는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가 2011년부터 지정·운영해 온 제도로 주변 상권 대비 저렴한 가격 및 위생‧청결, 공공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정한다. 착한가격업소로 선정되면 지방자치단체 지원 조례 등을 근거로 세제 혜택과 각종 필요한 물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애당초 착한가격업소 사업에 참여했던 카드사는 지난해 신한카드 한 곳뿐이었다. 이에 따라 신한카드 사용자만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국내 9개 카드사가 모두 참여하게 되며 대부분의 카드 사용자가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소비자는 착한가격업소에서 카드로 1만원 이상 결제 시 2000원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각 카드사는 2월 이후부터 캐시백, 청구할인, 포인트 제공 등 다양한 형태로 착한가격업소 관련 혜택을 제공한다. 또 카드사별 홈페이지·앱(APP) 등을 통해서는 착한가격업소 홍보를 지원한다.

문제는 할인에 투입되는 재원을 카드사가 전적으로 부담한다는 데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부터 착한가격업소 지원을 위한 국비(15억원)를 확보했고 올해는 국비 지원을 18억원으로 늘렸다. 이와 별도로 민간 배달플랫폼을 통해 착한가격업소 메뉴 배달 시 할인쿠폰을 발급하는 등 배달료를 추가 지원하는 데 국비 30억원이 배정됐다.

하지만 착한가격업소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카드 캐시백이나 청구할인, 포인트 제공에 필요한 예산은 카드사가 자체적으로 마련한다. 이 때문에 할인 횟수 등은 카드사별로 상이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카드사들이 더 내놓을 수 있는 재원에 한계가 있다 보니, 착한가격업소 사업에 동참하는 방식으로 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가뜩이나 업황이 좋지 않아 위험 관리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인데, 당국의 상생금융 압박까지 더해지며 부담이 가중돼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대부분 카드사의 실적은 크게 감소했다. 주요 5개 카드사(신한·KB국민·우리·하나·삼성)의 지난해 3분기 총순이익은 전 분기(4945억원) 대비 6.6% 감소한 4620억원으로 집계됐다. 경기 침체에 연체율도 증가 추세다. 금융지주 카드사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연체율 평균은 1.32%로 전 분기(1.25%) 대비 0.07%포인트, 전년 동기(0.81%) 대비 0.51%포인트 올랐다. 이에 따라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도 지난해 3분기 전년 대비 70%~80% 증가하면서 카드사는 실적 악화 직격탄을 맞았다.

이 가운데서도 이미 카드사들은 금융 취약 계층 지원에 2조원이 넘는 금액을 쏟아부었다. 구체적으로 우리카드(2200억원), 현대카드(6000억원·현대커머셜 포함), 롯데카드(3100억원), 신한카드(4000억원), 하나카드(3000억원), BC카드(2800억원)가 연쇄적으로 상생안을 냈다.

그 때문에 카드 업계에서는 '상생금융 2탄'은 어려울 것이란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상생금융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여력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번 착한가격업소 사업 참여 또한 직접 출자가 어려운 상황이라, 실생활과 바로 연관이 되는 방향으로 마련한 상생방안에 속한다.

다만 카드업계는 실물경제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민간소비 등 내수 진작이 필요한 만큼 대의적인 관점의 동참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0.2%로 전 분기(0.3%)에 이어 낮은 흐름을 지속했다. 민간소비의 4분기 GDP 기여도는 0.2%포인트로 전 분기 0.4%포인트 대비 하락했다. 지난해 전체 민간소비 성장률도 1.8%로 2022년(4.1%) 대비 2.3%포인트 하락했다.

아울러 지난해 기준 착한가격업소 수는 7056개로 많지 않은 만큼, 카드사가 자체적으로 투입하는 재원이 생각보다는 크지 않다는 점도 9개 카드사로 확대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에서 상생금융에 동참할 수 있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부진이 지속하면 일차적으로 소상공인이 영향을 받고 경제가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소비 진작을 위해 가장 쉽게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줄 수 있는 금융권이 카드업계다 보니, 대의적으로 봤을 때 이런 사업에 동참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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