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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1년간 실패에서 '미봉책' 찾았다···다음 스텝은?

IT 게임 빗장 풀린 中 게임시장

1년간 실패에서 '미봉책' 찾았다···다음 스텝은?

등록 2024.02.14 08:10

임재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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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중국 판호 게임 15가지···제때 못나와 흥행엔 실패그나마 메이플스토리M은 중박, 한 달 매출만 730억원"던파·KOF·고스, 시의성 없어···장기적으론 정부 지원 필요"

넥슨과 넷마블·네오위즈가 연초 중국 당국으로부터 각각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 ▲고양이와 스프 판호를 받아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선다. 그간 중국의 오락가락 판호 발급 여파로 제때 시장에 나오지 못한 국내 게임들은 성과를 내기 어려웠는데, 이번엔 다를 수 있다는 희망 섞인 분석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지난해 나온 실패사례를 학습한 기업들의 '장르 변화' 시도를 염두에 둔 목소리다. 변화의 흐름이 빨라 시의성이 중요한 고사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보다 향수를 불러오는 고전 지식재산권(IP), 혹은 타깃층이 명확한 일종의 '스테디셀러'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게 되레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위기 때처럼 국가적인 지원을 통한 '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돼야, 본격적인 국내 게임업계 '차이나드림'도 실현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최근 국내 게임 3종에 대한 판호를 발급했다. 그래픽=이찬희 기자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최근 국내 게임 3종에 대한 판호를 발급했다. 그래픽=이찬희 기자

고스펙 MMO로 덤비니 백전백패, 답은 '틈새전략'
중국은 게임을 즐기는 인구만 6억7000만명, 연간 지출액은 50조원에 달해 단 한 타이틀만 '대박'이 터져도 회사 운명이 바뀌는 '기회의 땅'으로 꼽힌다. 이에 중국 판호를 받기만 해도 회사 주가가 수십%나 오르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러나 이런 공식도 최근 들어서는 깨지는 모양새다. 2022년 말 중국 당국이 해외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재개한 뒤 나온 1년간의 국내 기업 성적표가 처참한 수준이라서다. 실제 지난해 말까지 판호를 받은 국내 기업 게임 15개 중 대박을 터뜨린 작품은 단 한 종류도 없다.

넥슨 PC MMORPG 메이플스토리 대표 이미지. 사진=넥슨 제공넥슨 PC MMORPG 메이플스토리 대표 이미지. 사진=넥슨 제공

넥슨 메이플스토리M 정도만 출시 3개월간 20위권을 유지해 '중박'을 쳤을 정도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센서타워에 따르면, 이 게임이 출시 한 달여(35일) 간 중국에서 번 돈만 5500만 달러(약 731억원)에 달한다.

반면 국내·외에서 뛰어난 그래픽과 게임성으로 호평을 받던 ▲넷마블 제2의나라:크로스월드·A3:스틸얼라이브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에픽세븐 ▲엔씨소프트 블레이드앤소울2 ▲위메이드 미르M 등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만 남겼다.

국내 게임사들은 여기에서 교훈을 얻었다. 중국 당국의 판호 발급이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트렌드나 기술력이 중요한 고성능(차세대) 게임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장수 IP 기반으로 향수를 불러일으키거나 특정 타깃층에 어필할 수 있는 장르는 중국 현지의 신작 게임과도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2D 도트 그래픽으로 구현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플레이 화면. 사진=넥슨 제공2D 도트 그래픽으로 구현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플레이 화면. 사진=넥슨 제공

게임업계에서 새해 판호를 받은 타이틀 성과를 긍정적으로 보는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이달 초 중국 국가신문출판서가 판호를 발급한 국내 게임은 ▲넥슨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넷마블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 ▲네오위즈 '고양이와 스프' 기반 작품이다. 세 타이틀 모두 그래픽이나 기술력 측면에서 차세대 게임으로 분류하긴 어렵다. 또 앞선 두 개의 작품이 고전적인 느낌으로 타깃층이 분명한 반면, 고양이와 스프는 남녀노소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어 유행을 타지 않는다.

특히 던전앤파이터는 현재까지도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PC 액션 게임으로 분류되는 만큼, 확실한 성과가 따를 것이라는 평가다.

日 소·부·장 사태 떠올린 게임업계 "국가가 나서야"
다만 장르적 특성으로 '중박'이라도 노리는 전략은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나라가 잘하는 차세대 고사양 게임들로 중국 기업들과 승부할 수 있는 '공정한 환경'이 조성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필요한 시기에 판호가 발급될 수 있도록 정부가 힘써줘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민생토론회에서 "게임산업 연간 매출이 22조원을 넘어서 영화, 음악 등 어떤 콘텐츠보다 막대한 시장 규모를 가졌다. 성장 동력산업이자 대표적인 디지털 융합산업으로 국가가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할 산업"이라고 강조한 만큼, 게임산업 진흥책이나 중국과의 외교적 성과를 내놓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4년 전 일본이 갑작스레 핵심 소재 3종에 대한 수출 규제에 나설 당시 정부가 직접 나서 국산화 지원 등 활로를 찾은 바 있다"면서 "그런 노력이 게임 산업에서도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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