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앞두고 내부 vs 외부 출신 대결이사회, 경영 안정성과 시중은행 이끈 경험 두고 선택금융당국, 대구은행 불법 증권계좌 개설 제재도 변수
DGB금융지주는 14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를 열고 차기 회장 최종후보군으로 황병우 현 DGB대구은행장, 김옥찬 전 KB금융지주 사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9월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절차에 돌입한 지 5개월 만이다.
차기 회장 선거는 내부 출신 황 행장과 시중은행 경영 경험이 있는 외부 출신 간의 경합으로 좁혀졌다.
단 업계에서는 김옥찬 전 사장과 권광석 전 행장의 경우 기존 하마평에 오르지 않았던 인물로 의외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기존 하마평에 오르던 인물들이 숏리스트에서 제외되며 내부 출신 당선으로 무게가 기울었다는 분석이다.
DGB금융지주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앞둔 만큼 기존 대구은행장인 황 행장을 선택해 조직 안정성을 우선으로 챙길지, 아니면 시중은행 경험이 풍부한 외부 출신을 선택할지 주목된다.
유력 후보인 황 행장은 1967년생으로 경북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대구은행 입행 후 DGB경영컨설팅센터장, DGB금융 비서실장, DGB금융지주 ESG전략경영연구소 소장 등을 거친 '경제·경영 전문가'다. DGB금융 출범 이후 가장 젊은 은행장이라는 타이틀도 보유하고 있다.
황 행장의 강점은 이르면 오는 3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앞둔 만큼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장 임기가 남아 있는 만큼 DGB금융지주 회장 선임 후 대구은행장 겸직도 가능하다.
단 대구은행 불법 증권계좌 개설과 관련해 금융당국 조사가 진행 중인 점은 황 행장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이와 관련해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제재 수위를 확정하고 이를 금융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최종적으로 중징계가 내려질 경우 회추위의 선택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 회장 선임을 깐깐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현 행장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위에 있는 사람의 들러리를 서는 형태로 선임 절차가 진행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외부 인사인 권광석 전 행장의 경우 시중 은행장 출신이라는 경쟁력을 보유했다. 1963년생인 권 전 행장은 학성고, 건국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연세대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1988년 우리은행에 입행한 뒤 우리금융지주 전략기획팀 수석부부장, 우리아메리카은행 부장대우, 경영지원부장 본부장, 대외협력단 상무 등을 거쳐 2018년 우리프라이빗에퀴티자산운용 대표, 2020년에는 우리은행장 자리에 올랐다. 이후 우리미소금융재단 회장, 우리금융캐피탈 고문 등을 지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된다고 하면 DGB금융지주도 향후 4대 금융지주와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금융지주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면서 "권 전 행장의 경우 시중은행을 이끈 경험이 있는 만큼 적합한 인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1956년생인 김옥찬 전 사장의 경우 후보자 세 명중 유일한 50년대생이다. DGB금융지주의 회장의 경우 '만 67세가 초과되면 선임 또는 재임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는 만큼 올해가 회장에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해이다.
김 전 사장은 1982년 KB국민은행에 입행해 재무관리 부행장, 경영관리그룹 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2014년 10월부터는 자리를 옮겨 1년간 SGI서울보증 사장을 맡았으며 2016년 1월부터 2017년까지 KB금융지주 사장을 지냈다. 2020년 6월부터 2022년 6월까지 2년간은 홈앤쇼핑 대표이사를 지내며 다방면에서 경력을 쌓은 것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김 전 사장이 전국망을 갖춘 조직에서 은행장 직대, 금융지주 사장을 지낸 점과 금융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사장직을 맡았던 경험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 후보가 유력해 '구색 갖추기'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DGB금융이 시중은행으로 성장을 노리는 가운데 전국망을 보유한 금융사 경영진 두 명도 경쟁력 있는 후보로 보인다"면서 "대구가 텃밭은 아니지만 외부 출신 2인이 숏리스트까지 올라간 만큼 향후 대구은행에 대한 금감원 제재와 이사회 판단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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