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코, 남양유업 경영진에 한앤코 임원 교체 추진홍 회장, '고문 선임' 요구하며 경영 정상화 비협조한앤코 향후 '오너리스크' 실추된 이미지 개선 관건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는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한앤코 임원들을 남양유업 신규 이사로 선임하는 내용 등을 담은 임시 주주총회 의안을 정기 주주총회에서 상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앞서 한앤코는 이달 초 법원에 남양유업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허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한앤코가 제시한 임시 주주총회 의안은 ▲임시 의장 선임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신규 이사 선임의 건 등 3건이다.
한앤코가 이 같은 법적 절차를 밟는 건 남양유업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포석을 다지기 위해서다. 오는 3월 예정된 남양유업 정기 주총은 지난해 연말 주주명부를 기준으로 설정돼 있어 이번 주총의 최대 의결권자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다. 한앤코는 해를 넘겨 지분을 확보했기 때문에 이번 주총에서는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당초 한앤코는 남양유업의 경영진 교체를 위해 홍 회장에 협조를 요청했다. 한앤코는 남양유업에 내용증명 공문을 통해 ▲정기 주총 전 이사회를 열어 직접 임원을 교체하거나 ▲정기 주총 때 경영진 교체 안건을 상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임시 주총을 강제 소집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한앤코가 내세운 경영진은 지난 2021년 한앤코가 추진한 인사와 동일하다. 사내이사로는 이동춘 한앤코 부사장, 기타비상상무 이사는 윤여을 한앤코 회장과 배민규 한앤코 부사장, 사외이사는 이명철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이사장 등 4명이다. 이동춘 부사장은 특히 소니코리아 재직 시절부터 윤 회장의 심복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러나 홍 회장이 이 같은 작업에 협조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 회장은 한앤코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고문 선임과 사무실·차량 제공 등을 요구한 걸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2021년 주식매매계약 체결 당시 주주 간 협약(SHA)을 통해 합의한 조건이다. 게다가 홍 회장은 여전히 회사로 출근하고 있다.
한앤코는 남양유업이 그동안 '오너리스크'로 몸살을 앓은 만큼 홍 회장의 고문 선임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입장이다. 더욱이 홍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3월 26일까지인데, 홍 회장이 사퇴하지 않고 연임할 경우 홍 회장은 차기 주총까지 경영권을 이어가고 한앤코는 홍 회장을 해임하는 작업부터 이행해야 한다.
결국 한앤코는 또 다시 법적 절차를 통해 경영진을 강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법원은 3월 27일 심문을 열고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데, 주총 소집 요구는 지분 3% 이상인 주주가 요청할 수 있는 만큼 허가 명령이 떨어질 걸로 예상된다. 한앤코는 지난달 말 대법원의 판결 이후 주식매매거래를 통해 남양유업 지분 52.63%를 확보한 상태다.
다만 법적 절차대로 진행되면 임시주총은 오는 4월 초·중순 소집된다. 이는 3월로 예정된 정기주총 이후로 진행되는데, 한앤코는 특별 결의(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를 통해 홍 회장을 포함한 기존 경영진 해임 작업부터 수행해야 한다.
'뉴 남양'을 위한 경영진 교체 작업이 지체되는 가운데 한앤코가 떠안은 과제는 산적하다. 우선 적자에 빠진 남양유업을 구제하는 작업이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54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손실 폭을 320억원 줄였지만, 여전히 적자 상태다. 같은 기간 매출은 3.3% 증가한 9647억원을 냈다.
특히 남양유업의 재건을 위해선 오너리스크로 실추된 이미지 개선이 관건이다. 남양유업은 그동안 연이은 논란으로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고, 매출 1조 클럽에서 불명예스럽게 퇴출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한앤코가 남양유업의 사명을 변경하는 등 이미지 쇄신을 위한 작업에 착수할 걸로 전망한다.
한앤코는 일단 건전한 지배구조를 위해 임시주총에서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집행임원제도가 도입되면 집행임원은 업무집행을 전담하고, 이사회는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의사결정 및 업무집행에 대한 감독 기능을 맡게 돼 이사회의 권한이 분리된다. 이사회와는 별도로 전문 업무 집행임원을 구성하는 만큼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보장된다.
업계에서는 홍 회장 체제에서 벗어난 남양유업이 재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한앤코가 과거 식음료 제조사를 인수해 가치 제고에 성공한 사례가 있어서다. 한앤코는 지난 2013년 적자에 빠진 웅진식품을 인수해 5년 만에 기업 가치를 3배 가까이 올려 매각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홍 회장은 대학 시절 남양유업의 시초인 남양분유에 입사해 우유·요구르트 등 제품 다각화를 이뤄내고 지금의 남양유업을 만든 인물인 만큼 기업에 대한 애착이 심하다"면서 "남양유업이 그동안 불매운동 등을 버텨낸 건 제품력이 강하기 때문인데, 홍 회장 체제를 벗어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면 향후 성장 여력은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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