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UAM 실증사업 '그랜드챌린지' 순항현대차·한화 기체개발 주도···그룹 시너지 '톡톡'승부처는 안전성·효율성·저소음···정부 지원도 필요
5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8일 전남 고흥군의 K-UAM 실증단지에서 그랜드챌린지 준비작업인 사전 실증비행(DT) 현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한 UAM 기체 오파브(OPPAV)는 소음측정을 위한 시험비행을 선보였다.
UAM은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단거리 도시 교통체계를 뜻한다. 수직이착륙 공간(버티포트)만 있으면 운용할 수 있는 UAM은 도심의 중장거리(20~50km)를 20여 분만에 주파할 수 있다. 업계는 UAM이 상용화되면 서울에서만 연간 430억원 가량의 교통혼잡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형 UAM 표준을 구축하기 위해 진행되는 그랜드챌린지는 1단계(고흥군)와 2단계(준도심‧도심)으로 나뉜다. 각 컨소시엄은 기체 안전성, 통합 운용성, 기체 소음 등을 실증하는 1단계 절차를 올해 말까지 17개월 간 진행할 예정이다. 이 같은 1단계 절차를 통과한 컨소시엄은 수도권 준도심인 아라뱃길 상공에서 2단계 실증에 돌입하며, 한강·탄천 등으로 실증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국토부가 추진 중인 그랜드챌린지 실증사업은 미국, 프랑스, 영국과 함께 세계 4대 UAM 실증사업으로 불리고 있다. 기체 운항, 버티포트, 교통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46개에 달하는 국내 기업들이 실증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10월 자유로운 실증을 지원하고 초기 상용화 생태계 조성을 유도해나가는 '도심항공교통법'을 제정했다. 특히 상용화 이후 성장기에 활용될 기술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예타급 연구개발(R&D) 예산(1007억원)도 확정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K-UAM 실증사업 1단계에 참여한 컨소시엄은 ▲대한항공‧인천국제공항공사 ▲UAMitra ▲현대차‧KT(K-UAM 원팀) ▲K-UAM 드림팀 ▲ UAM 퓨처팀 ▲롯데 ▲대우‧제주 등 총 12개다. 이 가운데 현대차‧KT 컨소시엄과 한화시스템이 포진한 K-UAM 드림팀이 가장 주목받는 컨소시엄으로 꼽힌다.
현대차, '슈퍼널'서 기체 자체 개발···"자동차 같은 항공기"
지난해 2월 KT,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현대차는 기체 및 운항, 교통관리, 버티포트에 대한 실증사업을 펼치고 있다. UAM과 육상 모빌리티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UAM을 이용하는 승객이 출발지에서부터 최종 목적지까지 다양한 모빌리티를 연결해 이동하는 과정을 실증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차는 내년까지 1조8000억원을 투입해 UAM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2028년부터 본격적인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주요 참여업체 가운데 현대차가 가장 주목받는 이유로 그룹 시너지와 기체 개발 능력이 첫손에 꼽힌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UAM 법인인 슈퍼널은 지난해 10월 국내 최대 에어쇼 'ADEX 2023'에서 UAM 기체의 인테리어 콘셉트 모델을 공개한 데 이어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차세대 미래항공모빌리티(AAM) 기체 'S-A2'를 선보였다.
S-A2는 기존 항공기 문법에서 벗어나 자동차 디자인 프로세스를 접목시켜 디자인 된 점이 특징이다. 슈퍼널은 S-A2 기체가 최대 400~500m의 고도에서 200km/h의 순항 속도로 비행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2028년까지 상용 항공업계와 동등한 안전 기준을 만족하는 기체를 출시한다는 목표다.
슈퍼널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용 PE 시스템 개발 역량과 자동화 생산 기술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최첨단의 기체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충방전 성능과 경량화, 안전성을 모두 갖춘 AAM용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의 슈퍼널 R&D 부문과 현대차·기아 배터리개발센터, 현대모비스가 지속 협업할 계획이다.
특히 슈퍼널은 해외 업체들과도 전방위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UAM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유럽 최대 방산업체인 BAE 시스템즈와 비행 제어 시스템을, 항공기 부품 생산업체인 GKN에어로스페이스와는 경량 기체 구조물 등을 공동 개발 중이다.
한화시스템, 그룹사 우주·항공 역량 장점···2026년 상용화 목표
현대차의 강력한 경쟁자인 한화시스템은 SK텔레콤, 한국공항공사 등과 함께 'K-UAM 드림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그룹사의 역량(우주‧항공 기술)이 다른 컨소시엄들과 구별되는 강점으로 꼽힌다.
미국 오버에어와 함께 6인승 UAM 기체 '버터플라이'를 개발 중인 한화시스템은 오는 2026년 UAM 서비스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화시스템은 올해 말까지 UAM 시제기 제작을 끝내고 내년 초부터 미국에서 무인 비행 시험에 착수할 예정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6월 세계 최대 규모의 우주항공 전시회인 파리 에어쇼에 참가해 '버터플라이' 모형을 선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 한화 방산계열사의 통합전시 참가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룹이 보유한 우주산업 밸류체인의 역량을 앞세워 미래 모빌리티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게 한화의 복안이다.
한화시스템은 지형·기상·소음·전파 환경에 따른 UAM 운항 시뮬레이션과 'UATM 시스템-운항사-버티포트' 간 연동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특히 기존 보유한 센서·레이다·항공전자 등의 기술들이 UAM 기체 개발 과정에서 시너지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과 한화그룹의 UAM 기술 경쟁은 기체의 ▲안전성 ▲효율성 ▲저소음 등에서 승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적은 에너지로 긴 거리를 빠르게 운항하고, 탑승객의 불안감을 해소할 만큼의 높은 안정성을 확보한 기체가 승기를 쥘 수 있다는 얘기다.
기체 개발뿐만 아니라 버티포트, 교통관리, 운항서비스 등을 맡은 컨소시엄 파트너사들의 기술 경쟁력도 UAM 상용화의 관건으로 꼽힌다. 현대차 진영에선 대한항공과 KT가, 한화시스템 진영에선 SK텔레콤, 한국공항공사 등이 운항‧교통관리‧버티포트 등을 맡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UAM 교통 흐름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교통관리시스템'을 자체 개발 중이고, 한화시스템은 한국공항공사와 협력해 세계 최대 규모의 버티포트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UAM 기체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높은 안전성을 확보하는 게 최대 과제"라며 "첨단기술 기반의 항공교통 관리체계 구축, 각종 항공규제 특례 제정 등 정부 차원의 지원도 신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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