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ELS 분쟁조정기준안···대부분 20%~60% 배상 전망금융지주, 현재 임원 다수 책임 소재 엮여···외면 힘을 듯자율 합의 전 '개별 배상비율' 확정해야···개별 통보될 것
금융감독원은 11일 '홍콩H지수 ELS 분쟁조정안'을 공개하며 위법 행위자의 수습 노력에 대한 제재 감경이 가능한 규정을 적격 활용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향후 금융사 처벌은 구체적으로 답하기 어렵다고 밝혔지만 분쟁조정 가이드라인 발표가 마무리 된 만큼 앞으로 금융권은 홍콩 ELS 사태 관련 제재 수위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자율적 사적 합의 재차 강조···"징계·과장금 감경 고려"
열쇠는 감독당국이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자율적 사적 합의'에 금융권의 동참 여부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분쟁조정안 발표 전 "자율배상안을 적극 시행하는 금융사(은행)에 대한 징계 및 과징금 감경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판매사와 투자자 간 분쟁이 법적 다툼까지 번지지 않고 비교적 단기간에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은행들은 은행은 자율배상을 할 경우 소비자보호 미흡을 인정하는 꼴이 되는 데다 주주총회에서 배임 논란까지 나올 수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에 금감원은 분쟁조정안 선(先)발표 카드를 꺼내들었다. 금감원이 금융사들의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함과 동시에 조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판매사들의 자율배상안에 대한 근거를 마련해 줄 수 있어서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분쟁조정안 이후 금융사들이 대부분 이에 따라 자율배상 등 사적 협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은행 등 금융권도 제재 감경이라는 당근을 외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KB금융, 신한금융 등 대형 금융지주 현 임원들이 지난 2021년 홍콩H지수 ELS 판매 당시 요직에 있었기 때문에 임원 제재까지 이뤄질 경우 책임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여서다. 감독당국의 중징계를 받게되면 향후 연임은 물론 금융권 재취업이 막힌다.
당국의 압박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날 이세훈 수석부원장은 "판매사 입장에서 고민하는 것을 책임 있냐 없냐가 아니라 스스로 책임을 인정하느냐, 제3자가 정해 주느냐 하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즉 판매사들이 향후 소비자 보호가 미흡했다는 부분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어 이 수석부원장은 "사회적 비용 커지는 것을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합리적인 분쟁 조정 기준안을 만들려고 노력한 만큼 판매사와 투자자 모두 분쟁 해결에 나서서 효과가 가시화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금감원 "현장조사 결과 배상비율 20%~60%···대표사례 선정은 미정"
감독원은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에 대한 현장 조사 결과로 나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배상 비율이 20%~60%에 분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앞서 DLF 사태 당시 6개 대표 사례 배상 비율(40%~60%)보다는 다소 적은 수준이다.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모두 조사된 게 아니기 때문에 최종 비율은 달라질 수 있지만, ELS의 경우 과거 DLF보다 대중적인 성격이 상대적으로 강해 DLF 사태와 비교해서 판매사의 책임이 더 인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다만 0%~100%까지 배상이 가능한 만큼 판매자나 투자자 한쪽의 100% 책임이 인정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분조위에서 다룰 대표사례도 아직 선정되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날 분쟁조정기준에 대해 판매사는 요인을 따져 기본 배상 비율에 공통 가중을 합해 23%~50%까지 책정했다고 밝혔다.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 등 판매 원칙 위반 여부에 따라 기본 배상 비율이 20~40%로 정해졌고 여기에 불완전판매를 유발하고 확대한 내부통제 부실 책임을 고려해 은행 10%포인트, 증권사 5%포인트 공통 가중 비율이 붙었다. 온라인 판매채널의 경우 은행 5%포인트, 증권사 3%포인트를 적용하기로 했다.
여기에 투자자별로 판매사의 고령자 등 금융 취약계층 보호 소홀, 자료 유지‧관리 부실 등 판매사 책임가중 사유를 배상 비율에 최대 45%포인트를 더할 수 있다. 반면 자자의 과거 ELS 투자 경험 및 금융상품 이해도, ELS 가입 금액이 많거나 과거 ELS 누적 이익이 클 경우 최대 45%포인트까지 배상 비율에서 감산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금감원은 ELS 상품에 다수 가입한 경험이 있고 가입금액이 큰 데다, 누적이익이 손실을 초과할 경우 등 투자자 감산 요인이 많을 경우 배상비율이 0%일 가능성을 예시로 제시했다.
ELS 상품을 62회 가입한 경험과 함께 손실 경험이 1회 있는 50대 중반의 S씨는 은행 측의 일부 투자위험 설명 누락하고 내부통제 부실 소지 및 투자권유 자료를 보관하지 않은 사실에도 ▲ELS 상품 가입 경험(△10%포인트) ▲손실 1회 경험(△15%포인트) ▲가입금액 5000만원 초과~1억원 이하(△5%포인트) ▲ELS 누적이익이 이번 손실규모 초과(△10%포인트) 등 요소로 배상액이 없을 수 있다.
배상금액 확정이 우선돼야···자율적 합의까지 장기간 소요될 듯
은행별로 사적합의를 위한 배상금액 확정까지도 만만치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개인 투자자별 분쟁 불씨가 남아있는 만큼 향후 장기적 법적 다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조정기준안은 판매사 기본 배상 비율을 토대로 개별 사안의 고려 요소를 가감해 원금 대비 배상 비율이 정해지는 형태이기 때문에 당장 정확한 배상비율을 알 수도 없다.
금감원은 배상 시기와 관련해 "신속하게 대표 사례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개최하는 등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대표 사례 이외의 분쟁 민원 건은 분조위 결과에 따라 자율조정 등의 방식으로 처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오는 4월부터 시작된다. 다만 모든 건이 분조위에 상정되는 것은 아니며 대표 사례에 대해서만 진행된다. 대표 사례 분조위는 '(필요시) 추가 사실조사 및 검토 → 분조위 회부 → 조정 결정 통보(양 당사자 앞) → 당사자의 수락 또는 거부→ 양 당사자 모두 수락 시 조정성립' 절차를 거친다. 금감원은 ELS 분쟁 조정은 통상(약 2~3개월)보다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표 사례 이외 분쟁 민원 건은 분조위 결과에 따라 자율 조정 방식으로 처리한다.
분쟁조정안으로 인한 은행 측 손실 부담이 클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금감원은 "현재로서는 은행의 손실 부담 규모를 확정적으로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의 보통주 자본 비율이 14.05%로 규제 비율을 크게 상회하고 수익성(당기순이익 21.3조원)도 견조해 금번 분쟁조정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H지수 ELS판매잔액 18.8조원···올해 80.5% 만기 도래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홍콩 H지수 ELS 판매 잔액은 총 18조8000억원(39만6000계좌)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은행은 15조4000억원(24만3000계좌), 증권은 3조4000억원(15만3000계좌)으로 나타났으며 투자자는 개인이 17조3000억원(39만계좌), 법인이 1조5000억원(5000만계좌)으로 조사됐다.
개인투자자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는 8만4000계좌(21.5%), 최초 투자자는 2만6000계좌(6.7%)로 집계됐으며 은행은 오프라인(90.6%), 증권사는 온라인(87.3%) 중심으로 판매됐다.
전체 잔액의 80.5%인 15조1000억원의 만기가 올해 중 도래하며, 분기별로 1분기 3조8000억원(20.4%), 2분기 6조원(32.1%) 등 상반기에 집중돼 있다. 올해 1월~2월 만기도래액 2조2000억원(은행 1조9000억원, 증권 3000억원) 중 총손실 금액은 1조2000억원(은행 1조원, 증권 2000억원)으로 나타났으며 누적 손실률은 53.5%다. 2월 말 현재 지수(5678pt) 유지 가정 시 추가 예상 손실 금액은 4조6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 수석부원장은 "시장전망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어렵지만 ELS 판매 시기별로 구조나 낙인(Knock-in) 기준점을 봤을때 변동 없이 그래도 간다면 갈수록 손실률은 작아지는 구조"라고 설명헀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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