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8.6세대 디스플레이 생산 준비 '스타트' '1.3조 조달' LG도 디스플레이 안정화에 총력 'LCD→OLED' 무게추 이동···기회 찾는 韓기업
삼성, 8.6세대 OLED 체제 '첫 발'···LG도 1.3조 자금 조달 순항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8일 충남 아산캠퍼스에 'A6 라인 설비'를 들여옴으로써 8.6세대 IT OLED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A6은 삼성디스플레이가 기존 L8 라인을 개조해 구축하는 8.6세대(2290mm ⅹ 2620mm) IT 전용 OLED 라인이다. 이 회사는 작년 4월 8.6세대 규모 IT OLED 분야에 2026년까지 4조1000억원을 투입함으로써 연간 노트북 패널 1000만개를 생산하는 라인을 갖추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신규 라인의 클린룸 공사를 마치고 OLED 유기재료를 디스플레이 화소로 만드는 데 필요한 증착기까지 반입했다. 연내 주요 설비를 설치한 뒤 2026년엔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OLED의 재도약을 위한 LG디스플레이의 준비 작업도 순항하고 있다. 1조3000억원 유상증자를 결의한 뒤 최근 우리사주조합과 구주주를 대상으로 진행한 공모 청약에서 목표를 뛰어넘는 104.91%의 청약률을 달성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OLED 사업에 투입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장기적 성장기반을 다진다는 복안이다. 세부적으로 IT·모바일·차량용 등 중소형 OLED 사업 확대를 위한 시설투자, 노광장비·검사기 등 신규 기기 구입, 생산·운영 안정화, 채무상환 등에 활용한다.
노트북·태블릿부터 전장까지···기술 노하우로 경쟁력 확보
이처럼 삼성과 LG가 OLED 부문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는 것은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면서도 궁극적으로는 경쟁자가 뛰어넘을 수 없는 '초격차 기술'을 확보한다는 데 목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10여 년간 '디스플레이 강호'로 군림했으나, 지금은 정부 지원과 거대 시장을 앞세워 급속도로 성장한 중국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집계를 보면 중국은 2021년 글로벌 시장 점유율 41.3%를 기록하며 한국(33.3%)을 추월한 이래 지난해까지 3년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한국은 고부가 영역인 OLED 부문에서 57.6%(유비리서치 통계, 출하량 기준)의 점유율로 우위를 점하며 자존심을 지키고 있지만, 중국의 추격이 거세 낙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유비리서치도 우리나라의 스마트폰용 OLED 점유율이 2025년 45.2%까지 점차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모바일부터 노트북과 태블릿, 차량용 패널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역에 과감히 도전해 노하우를 쌓고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게 전반적인 견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업계에서 가장 먼저 8.6세대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 체계 도입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세대 구분은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에 쓰이는 원장, 즉 유리 기판의 크기로 나뉜다. 앞에 붙는 숫자가 클수록 넓은 면적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곧 한 번에 더 많은 디스플레이를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가령 14인치 노트북용 패널을 만들 때 6세대(1500 x 1850mm)에선 원장 하나로 32장을 제조할 수 있지만, 8.6세대에서는 88장까지 가능하다. 이 경우 생산효율이 크게 상승하며 화면 밝기를 2배, 수명은 4배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높아지는 효율만큼 수익성도 커진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새로운 생산 기술을 기반으로 노트북·태블릿과 같은 IT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BOE·TCL 등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을 따라잡았다고 하나, 모바일용 제품과 중저가형 모델 공급에 의존하는 실정"이라며 "태블릿이나 노트북용 패널은 물론 고급형 제품과 관련해선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이 이 사업을 본궤도로 끌어올리면 장차 압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 OLED 중심 대전환 시도···韓기업엔 기회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찾아온 하나의 기회는 산업의 중심이 LCD에서 OLED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애플이 그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올해 OLED를 탑재한 11인치와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 출시를 예고하면서다. 업계에선 애플이 2028년까지 시장의 OLED 보급률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
사실 OLED는 화면이 큰 노트북이나 태블릿엔 쓰이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백라이트 없이 스스로 빛을 내는 '자발광', 우수한 색재현성과 명암비, 얇은 두께 등 장점이 가려진 탓이다.
그러나 애플이 라인업의 변화를 예고함에 따라 디스플레이 기업도 이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작년 4분기부터 아이패드 프로를 위한 OLED 패널 제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맞물려 시장도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IT OLED 매출이 2024년 25억3400만달러(3조3800억원)에서 2029년 89억1천3000만달러(11조8900억원)까지 확대될 것이란 진단을 내놨다. IT 패널 시장 내 OLED 점유율도 5년 뒤인 2029년에 37.7%에 이르러 LCD가 주도하던 IT 시장의 대전환을 불러올 것으로 봤다.
이러한 트렌드는 발 빠르게 대처하는 우리 기업엔 단연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산업협회를 이끄는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역시 OLED 전환에 속도를 높인다면 2027년엔 한국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1위를 탈환할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쳤다.
최 사장은 협회장 취임식 당시 취재진과 만나 "패널 사이즈가 커지면 요구되는 기술 수준도 확대되는데, 우리 업계가 중국 기업보다 유리하며 그 구도를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스마트폰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IT OLED는 분명 상승 추세라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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