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피해자모임 15일 NH농협은행 본점 앞 집회원금 전액 배상김주현 금융위원장 사퇴등 요구향후 타행 앞 시위, 18일 은행연서 기자회견 예고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피해자 모임'은 15일 서울 서대문 농협은행 본점 앞에서 3차 집회를 열고 이 같은 구호를 외쳤다. 가입자들은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금융상품에 대한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판매사에 책임을 묻고, 금감원이 제시한 분쟁조정기준안을 거부하고 100% 원금 보상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 현장엔 1시간 전부터 5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집회 준비로 분주했다. 3월 중순이라 완연히 포근해진 날씨였지만 집회 장소로 모여드는 참가자들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오후 12시로 예정됐던 집회는 사람들이 몰리며 1시경 시작됐다. 주최 측은 집회 참석 의사를 밝힌 사람은 약 2000명으로 현장에는 오후 12시 30분 기준 1000명이 넘게 모였다고 추산했다.
목에 명찰을 두른 스텝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탄원서 서명을 받거나 피켓 등을 나눠주느라 바빴다. 경찰은 본점 입구 앞에 펜스를 둘러치고 있었지만 삼엄하진 않았다. 집회가 시작되자 비교적 차분했던 분위기가 참가자들이 단단히 둘러맨 빨간 머리띠처럼 결의에 찼다. 현장에 모인 참가자들은 대부분 고령이었다. 이들은 서울, 인천, 부산 등 각 지역별 모임 이름과 홍콩을 상징하는 양자형기가 크게 새겨진 깃발을 들고 있었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참여자들은 ELS 사태의 주범을 시중 은행으로 지목하고 금융당국에 원칙론적인 해결을 촉구했다. 충북에서 올라왔다는 60대 여성 A씨는 "갖고 있던 목돈을 예금성 상품에 넣으려고 했는데 은행에서 ELS 상품을 추천해줬다"면서 "가입할 때 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친구인 A씨와 함께 올라왔다는 B씨는 "나도 비대면으로 가입했는데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인천에서 왔다는 70대 남성 C씨는 "은행에서 가입시킬 때 뭘 보고 서명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면서 "투자를 할 거면 차라리 증권사에서 주식을 사든가 하지 왜 은행에서 투자를 했겠냐"고 말했다.
가입자들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배상 조정안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부산에서 왔다는 70대 여성D씨는 금융 당국이 내놓은 배상 조정안에 대해 묻자 대뜸 "배상 비율이 말이 안 된다"며 "전액 배상을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본 행사가 시작된 이후 ELS 가입자들의 사연이 이어졌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차분했던 분위기는 피해 사례가 하나 둘 이어지며 점차 격앙됐다. 노모를 대신해 올라왔다는 40대 여성 E씨는 "저희 어머니가 가입한 자금은 아버지의 산재보험금까지 포함한 노후자금"이라며 "아무리 성공적인 투자를 해도 발생하는 수익은 연 4.7%에 불과하지만 운이 나쁘면 돈이 전부 공중 분해돼 사라지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면 누가 가입하겠냐"라고 토로했다.
이들을 대변하는 ELS피해자모임 운영진들은 원하는 수준의 배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강력한 집단 행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길성주 ELS 피해자모임 위원장은 집회에 앞서 "은행 자율 배상안이 투자자 입장과 맞지 않을 경우 집단 분쟁조정도 강행할 것이고, 그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면 집단 소송도 할 예정"며 "농협에 이어 은행마다 옮겨 다니며 집회를 벌일 것"이라고 했다. 김태규 피해자모임 대외협력위원장은 "금융당국은 공식 사과 하나 없는 시중은행 경영진과 사실상 한 패거리"라며 "금융 당국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일갈했다.
한편, 홍콩ELS 피해자 모임 측은 현장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은행연합회 이사진들의 만남이 예정된 오는 18일 오후 5시 은행연합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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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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