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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람 잡는 중국산 불량 철강재

오피니언 기자수첩

사람 잡는 중국산 불량 철강재

등록 2024.07.15 07:30

전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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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최근 국내 건설 현장에 중국산 저가 철강재가 무분별하게 유입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통상 한국산업표준(KS) 인증을 받은 제품을 사용 중인데, 해당 인증을 받지 않은 이른바 '비(非) KS 제품'이 현장에서 쉽게 발견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월부터 올해 3월 15일까지 국내에 누적된 중국산 등 비KS 수입 제품은 무려 125만4000톤(t)으로 집계됐다. 제품들의 사용출처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물량들이 토목과 건축공사 가시설 공사에 사용되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중국산 철강재를 사용하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이다. 국내산과 중국산 제품 가격 차이는 H형강 기준 최대 톤당 7~10만원 차이로 알려졌다. 100톤으로 환산하면 무려 1000만원까지 차이가 벌어지는 셈이다. 이렇듯 중국산 제품이 국내산보다 저렴하다 보니, 일부 현장에서는 중국산 제품을 무분별하게 들여오거나 국내산과 중국산을 섞어 쓰고 있다.

다만 중국산은 항복·인성 강도가 떨어지고, 용접과 연성 능력도 낮다. 이는 곧 구조물의 파괴와 처짐 등의 현상을 야기해 현장에서도 큰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올해로 참사 10주기를 맞은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건 때도 그렇다. 앞서 지난 2014년 10명의 사망자와 500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리조트 붕괴 사건은 당시 비구조용 강재를 사용한 것이 드러나 한차례 논란이 됐다. 정해진 규격의 구조용 철판이 아닌 규정 미달의 다른 철판을 사용하면서 건축물이 내려앉은 것이다.

KS제품 위조 현상도 발견되고 있다.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철근을 빠트려 붕괴 사고를 냈던 GS건설이 그 예시다. GS건설은 올해 초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아파트에 KS 마크를 위조한 중국산 유리를 세대 난간과 옥상 등에 설치한 것이 알려져 비난을 받았다. 당시 GS건설은 관리 부실 책임을 인정하고 정품 유리로 재시공을 약속했지만, 현장에서 위조된 비KS제품이 사용되고 있는 실태가 여실히 드러났다.

그렇다고 건설현장에서 제품 단속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통상 건설현장에서는 제품의 시험성적서를 서류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품질검사증명서'를 받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 직접 제품을 뜯거나 실험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제출자가 이를 위조해도 진위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없다.

마우나리조트 참사가 발생한 지 10여 년이 지났다. 하지만 이렇듯 지금까지도 구조설계에 맞지 않는 비KS 제품들이 현장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규격에 맞지 않는 재료들이 현장에 사용될 경우 건축물 붕괴의 우려가 있는 만큼, 이제라도 비KS 제품이 아닌 KS인증을 받은 정확한 규격을 가진 제품이 들어와야 하는 시점이다.

건축물의 안전은 시민의 안전과도 직결된다. 저렴한 가격과 무고한 국민들의 희생이 맞바뀌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가슴 아픈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유통업체와 건설사는 경각심을 가지고, 정부 차원에서도 강화된 규제 방안을 마련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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