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후보자 "하반기부터 신규 인뱅 설립절차 진행"SVB 파산 이후 설립절차 지지부진···자본금 확보 관건 성장성은 충분···혁신성·포용성·안정성 '삼박자' 갖춰야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의지와는 별개로 충분한 자금력이 제4인터넷은행의 연내 출범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4인터넷은행 출범 조건이 소상공인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건전성을 위한 자본금 확보가 출범 속도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지난해 은행권 경쟁 촉진 차원에서 인터넷은행 추가 설립을 발표했고, 기존 인터넷은행에 대한 평가를 해왔던 것으로 안다"며 "취임 시 인가·심사 기준을 검토한 뒤 하반기에는 설립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기존 금융당국의 은행권 경쟁구도 재편 의지를 그대로 이어받아 빠른 출범을 도모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당국은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케이뱅크 등 기존 3사에 이어 제4인터넷은행이 출범하면 은행권 내 '메기효과'가 촉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VB 파산에 놀란 금융당국, 하반기부터 새 인가기준안 마련 추진
인터넷은행 사업자들도 제4인터넷은행 설립을 반기는 모습이다. 인터넷은행 업권 전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비대면 금융 수요를 확장하고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은행권의 과점체제를 깨겠다는 금융당국의 의지는 지난해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이후 다소 꺾인 모양새다. 특화은행인 SVB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돈줄 역할을 했지만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문을 닫았다. 이후 금융당국은 엄격한 심사를 통해 충분한 능력이 검증된 경우에만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허용하겠다며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김병환 위원장의 취임 이후 제4 인터넷은행 인가 절차를 본격적으로 밟아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금융위는 올해 하반기부터 새로운 인가기준안을 마련하고 제4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새로운 인터넷은행의 인가 절차는 자산구성과 유동성 등을 고려해 진행될 예정"이라며 "대주주의 증자능력과 중저신용자와 소상공인 대상 신용평가 능력, 건전성 관리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안신용평가 등 '혁신' 기대···풍부한 자본력·주주구성 관건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는 제4 인터넷은행 후보는 소소뱅크, KDC뱅크, U뱅크, 더존뱅크 등 4곳이다. 이들의 주요 사업계획은 시니어, 소상공인, 외국인, 중소기업 등 금융 소외계층을 대상 금융 서비스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신용평가모델 고도화 등이다. 특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출의 경우 공급 대비 수요가 높은 만큼 성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 다양한 주체들이 제4 인터넷은행을 설립에 뛰어들었지만 모든 주체들이 설립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인터넷은행이 인가받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본금과 금융과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을 촉진할 수 있는 주주구성, 혁신성‧포용성‧안정성을 보유한 사업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초기 자본금 2500억원으로 출범한다면 4분기 가량 성장이 가능하겠지만 이후 추가적인 유상증자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영업이 중단될 위험이 있다"며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본력을 지닌 전통 금융사 등이 포함된 주주 구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019년 토스뱅크가 예비인가를 통과하지 못한 주요 요인으로는 '지배주주의 적합성'이 첫 손에 꼽힌다. 은행의 기본업인 대출성장을 위해선 안정적인 자금조달능력을 보유한 대주주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조 연구원의 설명이다.
시장 안팎에선 신규 인터넷은행 후보 4곳 가운데 더존비즈온(더존뱅크)이 경쟁에서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충분한 자본력을 보유한 신한은행이 주주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데다 사업구조가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중소기업 솔루션에 특화돼 있어서다. 현재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가계대출을 조이고 있지만 기업금융 확대 기조는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규 인터넷은행의 자본력은 주주로 참여하는 기존 전통은행들이 채워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높은 자본력과 더불어 대안신용평가 모델 개발 등 인터넷은행들이 보여주지 못한 혁신성과 포용성을 얼마나 갖추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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