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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트럼프 대세론'에 흔들리는 반도체·배터리

산업 전기·전자 NW리포트

'트럼프 대세론'에 흔들리는 반도체·배터리

등록 2024.07.24 06:00

전소연

,  

차재서

,  

황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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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의무화 폐지' 등 트럼프 강경발언에 설왕설래"IRA·반도체법 등 바이든 정책 수정 불가피" 우려 속"이해관계 고려해야···가벼운 변화에 그칠 것" 관측도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를 4개월 앞두고 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일 화제를 몰고 다니자 우리나라의 반도체·배터리 기업이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가 바이든 행정부 핵심 정책에 반감을 드러내며 당선 시 전면 수정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선거 결과에 따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법(칩스법) 등 우리 기업과 연관된 미국의 산업·통상·환경정책이 크게 틀어질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중 갈등과 글로벌 경기 위기 속 보호무역 기조가 지속되면서 일부 제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으니 대비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IRA 폐지 시 공든탑 '와르르'···배터리 업계 노심초사



선거판을 흔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가장 불편해하는 쪽은 배터리 업계다. 현 정부의 방향에 발맞춰 사업 기반을 닦았는데, 공화당의 재집권으로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바이든 정부는 IRA에 포함된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조항을 통해 배터리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현지에서 배터리 셀·모듈을 생산하는 기업에 ▲셀 kWh당 35달러 ▲모듈 KWh당 10달러의 세액을 공제하는 식이다. 설비 투자를 장려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중국까지 견제하려는 포석이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기업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북미 지역에 생산설비를 구축해왔지만, 최악의 경우 그 효과를 누리지 못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가 미국 전기차 배터리 3공장 건설을 중단했다. 그래픽=홍연택 기자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가 미국 전기차 배터리 3공장 건설을 중단했다. 그래픽=홍연택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가 미국 전기차 배터리 3공장 건설을 중단한 것을 놓고도 벌써부터 여러 말이 돌고 있다. 중단 사유가 공개되진 않았으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과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진 영향으로 읽혀서다.

앞서 얼티엄셀즈는 내년 가동을 목표로 지난 2022년 미국 미시간주 랜싱에 3공장을 착공했다. 총 투입 비용은 26억달러(약 3조6천억원)이며, 내년 초 1단계 양산을 시작해 연 생산 규모를 50GWh까지 확대할 계획이었다.

그런 만큼 회사 안팎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의식했을 것이란 추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기차 정책에 우호적이었던 조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는 전기차 의무화 폐지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등의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는 분석에서다. 트럼프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취임 첫 날 전기차 의무화를 폐지해 미국 자동차 산업의 몰락을 막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준공 지연은 캐즘 현상도 있지만,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대한 우려사항도 반영됐다"며 "캐즘은 3~4년 정도 이어지는데,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전기차를 죽일 가능성도 있어 이러한 측면에서 오는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당선 시 IRA 폐지까지는 어렵더라도 개정될 가능성이 있고, 일반 관세를 모두 10% 부과시킬 가능성도 있다"며 "이 경우 배터리나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이 줄고, 해외 우려 집단에 대한 조건도 중국을 배제시키면서 우리나라가 중국에서 배터리 원자재를 공급받을 때 더욱 고통스럽게 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美 반도체 공장 설립 재검토?···삼성·SK도 향방 촉각



반도체 업계도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국산업 보호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우리 기업에 대한 지원을 줄이거나 철회할 수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온 탓이다.

미국은 배터리와 마찬가지로 자국 내에서 반도체를 만드는 기업에 보조금 390억달러와 연구개발비 132억달러를 제공하는 내용의 '칩스법'을 본격 가동했다.

이에 국내 기업 중에선 삼성전자가 64억달러(약 8조8000억원)를 확보했고, SKC의 반도체 유리 기판 계열사 앱솔릭스도 7500만달러(약 1023억원)를 받는다. 각각 현지에 생산 인프라를 갖추기로 한 데 따른 결과물이다. 삼성전자는 440억달러를 들여 텍사스주 테일러시 일대에 반도체 공장 2곳과 첨단 패키징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기로 했고, 앱솔릭스는 조지아주 코빙턴에 고성능 반도체 패키징용 유리 기판 공장을 건설 중이다.

하지만 공화당의 대선 승리 시 이러한 분위기는 크게 뒤바뀔 것으로 점쳐진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칩스법에 손을 댈 공산이 커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대만이 우리 반도체 사업을 전부 가져갔다"거나 "대만이 미국에 새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미국이 수십억 달러를 주고 있다"는 등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며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이와 맞물려 우리 기업의 전략엔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공사에 착수한 삼성전자는 물론, 38억7000만달러를 들여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을 두려는 SK하이닉스의 계획에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최태원 회장 역시 지난주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의에 "지금 완전히 다 결정된 것도 아니고, 보조금을 안 준다면 우리도 완전히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면서 미국 투자 계획을 재검토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보호무역주의 강화될 것"···철강업계엔 '악재'



철강업계도 긴장감을 놓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 중심의 정책을 강화함으로써 우리 철강사의 해외 진출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1기 시절에도 한국 철강업계에 비우호적인 태도를 취했다. 미국은 2018년 당시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해 해외 철강에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알루미늄에도 10%의 관세를 붙이며 자국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했다.

그리고 최근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국가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에는 60~100% 세율로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예고했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으로 꼽히는 중국이 무역 제재로 수출이 어려워지면 한국에서 사가는 철강 제품 수요가 급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 철강업계는 경기 회복세 지연으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고, 중국의 저가 철강재 공세까지 더하면서 경쟁력을 상실해가는 위기에 처해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국내 철강업계에 가격 하락 압박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져, 업계는 긴장감 속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철강 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바이든 대통령 시기에 국내 무역수지가 조금 더 긍정적이었던 부분도 있다"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철강업계에 큰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나, 아직 이에 대한 전략을 세울 단계는 아니기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도 복잡한 이해관계 따져봐야···변화 크지 않을 것"



물론 이들 업계의 우려가 모두 현실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이미 많은 돈이 움직인 데다, 나라와 정치인, 기업 등이 얽힌 복잡한 이해관계를 고려했을 때 개인의 판단만으로 각각에 살을 붙이거나 없애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이유다.

미국 무역컨설팅 업체 '맥라티 어소시에이츠'의 케이트 칼루트케비치 시니어MD는 3월 대한상공회의소 한미통상포럼 당시 "미국 입장에서 한국 기업은 통상과 투자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면서 "한미 FTA가 미국 유권자를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개정됐기 때문에 작은 변화는 있을지라도 거대한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미국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이 창출하는 투자와 고용은 지역과 정당을 초월한 지지를 받고 있어, 후보와 워싱턴의 의사결정자는 IRA 정책의 약화를 원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역시 "미국 경제안보 정책은 수입규제, 수출통제 등 개별적 정책수단에서 공급망 재편, 산업정책 등의 확대와 더불어 강화될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 시 보편기준 관세, 호혜무역법 등을 통한 관세 인상, 미국 무역적자 축소를 위한 232조, 301조와 같은 조치가 부활하고, 칩스법 혜택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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