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동아ST, 시장점유율 60% 이상식약처 "'키 크는 주사' 아냐···과대광고 점검"
25일 컨설팅기업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19년 1457억원에 그쳤던 국내 성장호르몬 시장은 지난해 2775억원을 기록하며 4년 만에 두 배에 가까운 규모로 커졌다. 업계에서는 소위 '키 크는 주사'로 알려진 성장호르몬제제에 대한 고가 비급여 처방이 늘어나며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성장호르몬 시장은 LG화학과 동아에스티에서 출시한 2개 제품군이 점유율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LG화학 성장호르몬제 '유트로핀'의 지난해 국내 시장점유율은 46%로 전년대비 5%포인트(p) 성장했다. 유트로핀 단독으로도 시장의 절반 가까운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유트로핀의 점유율은 39.9%로, 동아에스티 성장호르몬제 '그로트로핀'은 27.8%를 차지해 두 회사 제품만으로도 시장점유율이 60%를 훌쩍 넘긴다.
이밖에 화이자 '지노트로핀'과 머크 '싸이젠' 등이 10%대 점유율을 기록했다.
동아에스티 그로트로핀의 지난해 매출액은 948억7600만원으로 전년 대비 54.3% 급증했다. 동아에스티 전문의약품(ETC) 주요 제품 중 가장 크게 성장했다. 2021년 442억9700만원에서 2년 만에 매출이 2배 이상 뛰었다.
그로트로핀이 동아에스티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7.5%에서 2022년 9.7%, 지난해 14.3%으로 2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그로트로핀의 지난 1분기 매출은 266억2200만원으로 전년동기(231억3500만원) 대비 15% 넘게 늘며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1%로 더 커졌다.
LG화학 유트로핀은 2022년 매출액 1200억원을 기록한 후 지난해 매출액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성장호르몬제 매출이 반영되는 생명과학 사업 부문 매출은 지난해 1조1281억원으로 전년 대비 32.8%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2723억3100만원으로 전년동기(2666억1000만원) 대비 2.15% 늘었다.
LG화학 측은 "올해 1분기 생명과학 사업부문은 성장호르몬, 당뇨치료제 등 주요 제품의 안정적 매출에 힘입어 전년 대비 성장했으나, 주요 과제 임상3상 진척에 따른 R&D비용 증가로 수익성은 소폭 감소했다"면서 "향후 주요 제품 시장지위 강화 지속하며 매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장 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세계 인간 성장호르몬 시장은 2022년 34억달러(약 4조7147억원)에서 2032년 73억달러(약 10조1221억)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올해 국내 성장호르몬 시장이 3000억원대로 확대될 걸로 보고 있다.
해외 기업이 신제품 출시로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에 도전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도 신제품 출시를 통해 점유율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화이자는 지난해 9월 성장부전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아 주 1회 주사 형태인 성장호르몬제제 '엔젤라 프리필드펜주(소마트로곤)'를 출시했다. 기존 성장호르몬 시장이 매일 맞아야 하는 일 1회 제형으로 이뤄져 있어 투여의 편의성을 높였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아이큐비아 기준 지난해 4분기 엔젤라 매출은 1억원 대로 시장 점유율 0.2%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장호르몬제 특성상 일 1회 제형보다 투여 시 고통이 더 크다는 단점이 장점보다 컸다는 분석이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5월 펜타입 성장호르몬 '그로드로핀-Ⅱ 주사액 아이펜'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카트리지와 펜 디바이스 조립이 필요없는 일체형 펜타입 제형으로 편의성을 높였다.
새로 출시된 펜 타입 외에도 동아에스티 성장호르몬제는 '그로트로핀 주사액 12IU', '그로트로핀-Ⅱ 주사액 카트리지 20IU', '그로트로핀-Ⅱ 주사액 카트리지 30IU' 등이 있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로트로핀을 비롯한 ETC(전문의약품) 매출 확대와 박카스 등 수출 증가로 전 사업부 고른 성장을 예상하고, R&D 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고마진 그로트로핀(인성장호르몬제) 판매 확대 효과로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웃돌 전망"이라면서 "하반기에는 슈가논 라인업 확대와 그로트로핀 펜(Pen) 제형 출시에 따른 ETC(전문의약품) 매출 증가를 전망한다"고 말했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유관 기관에서는 성장호르몬의 오남용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약학정보원이 지난달 발표한 '팜리뷰 - 소아청소년 대상 키 성장 목적의 성장호르몬 치료'에 따르면 저신장증이 아니더라도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안전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어 적절한 사용이 필요하다.
박혜원 전북대학교병원 약제부 약학정보원 학술자문위원은 "사회 전반적으로 키 성장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성장호르몬 투여와 성조숙증 치료제의 사용도 증가 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소아에서 성장호르몬 치료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으로는 발진, 전신 가려움, 주사부위 발적과 같은 과민증, 간 효소 수치의 증가, 구역, 구토, 복통과 같은 소화기계 장애, 어깨 관절통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근골격계 질환 및 백혈구 수 증가 등이 있다"면서 "그 [부작용 발생] 빈도는 대체로 낮은 편이나 부작용발생에 대해 정기적인 모니터링은 필요하다"고 했다.
식약처도 지난달 성장호르몬제제 과대광고 기획합동점검을 실시하며 불필요한 처방 사례에 대해 주의를 요구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성장호르몬제제는 터너증후군, 성장호르몬 결핍 및 저신장증 환자에게 사용하는 의약품이나, 시중에 '키 크는 주사'로 잘못 알려져 불필요한 처방·사용이 증가하고 이에 따른 부작용도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에 식약처는 성장호르몬제제의 오남용을 예방하기 위해 취급 의료기관· 약국 등의 과대광고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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