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원 검증 알고 보니···증액 후 도면자료로 증액 전 공사비 역계산건설사에 면죄부 주는 꼴···'갈등 핵심' 금융비용은 검증 대상에 미포함'실무 전문가로 인적 구성' 서울시 코디네이터 중재, 연이은 중재 성공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 제도를 이용하려는 조합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의 검증을 거치면 시공사가 요구한 것보다 공사비를 줄일 수 있다고 알려져서다. 김병기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공사비 검증 제도가 도입된 2019년 2건에 불과하던 한국부동산원공사비 검증 의뢰 건수는 2022년 32건으로 2023년 30건으로 15배 이상 늘었다.
다만 현장에서는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 제도가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요구에 힘을 실어주는 도구가 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공사비 검증을 하려면 조합과 시공사 양측에게 제공하는 증액 전후의 자료를 비교해야 하는데, 자료의 수준이 시공사가 월등한 탓에 시공사에 유리한 결론이 날 수밖에 없어서다.
공사비 증액 전 자료가 없거나 부실한 경우가 대부분인 것도 시공사에 유리한 요소다. 공사비 증액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증액 전후의 도면과 자재 품목을 비교해야 한다. 그런데 시공사에서는 증액 후 자료를 역으로 계산해 증액 전 자료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시공사 계약 시점에는 근거로 삼을만한 자료가 빈약하거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검증을 진행해도 시공사의 증액 요구가 타당하다는 결론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증액분에서 큰 금융비용을 검증하지 못하는 것도 한국부동산원 공사비 검증 제도의 치명적 약점이다. 실제로 공사 중단 사태를 맞았던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은 추가공사비 1조1385억원 중 1621억원에 대해서만 한국부동산원의 검증을 받았다. 금융비용과 공사 중단에 따른 손실 비용 등 9764억원은 검증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때문에 금융비용 증가분이 큰 대규모 단지에선 한국부동산원 검증에 의존하기보단 다른 중재 제도를 찾는 모양새다. 최근에 서울시 중재 코디네이터제도나 자치구별 중재인 제도를 활용하는 단지가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시는 올해 초 권고 중심에서 적극적인 중재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코디네이터 제도를 손봤다. 코디네이터의 구성도 이론전문가나 건설사 전‧현직 임원 등 시공 전문가 중심에서 실무 경험이 풍부한 분야별 실전 전문가로 바꿨다. 그 결과 ▲송파구 잠실 진주 재건축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강남구 청담삼익 재건축 등이 코디네이터 중재를 통해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전문가들은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사와 자금조달 모두를 시공사에서 전담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사 과정에선 시공사를 견제할 수 있는 CM(건설관리)와 감리제도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시공사의 자금대여와 책임준공보증을 통해서만 조달하고 있는 자금도 조달 방법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금조달의 다양화 방안으로는 주택기금 등을 활용한 공공자금을 대여하는 방법이나 리츠와 같은 민간 공모를 통해 자금을 모으는 방법이 실현 가능성이 높다. 일반분양 전까지 조합 운영자금을 빌려주고, 일반분양 수익을 배당받거나 주택을 현물로 받는 방식으로 회수를 할 수 있다는 것. 개발사(디벨로퍼)가 자금을 대고 수익을 나누는 개발+정비 결합형 사업도 일본 등 해외에선 자주 이용되는 방법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은 시공사를 선정하기 전까지 모든 용역을 외상으로 집행하거나 정비업체나 신탁사에 손을 벌리는 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이자 비용 등 부담이 늘어나고, 시공사가 자금을 조달한 후에도 막대한 금융비용이 발생한다"면서 "사업 초기 비용이 아무리 많아도 100억원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정도만 공공에서 지원해 줘도 용역비를 과대하게 부풀리는 등의 부정과 비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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