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비난 섞인 목소리를 보내는 가장 큰 이유는 티메프 사태 이후 여행사들의 행보다. 티메프로부터 구매한 상품을 환불받을 수 있는지 그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여행사가 소비자들에게 티메프에 취소·환불 신청 후 여행사에 재결제해야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등 '이중 결제'라는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키웠다.
여기에 여행사들이 예약 날짜가 지난 상품을 판매할 수 없는 만큼 출발이 임박한 상품을 특가로 판매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저버렸다.
이번 티메프 사태로 여행사들이 마련한 고객 지원안은 사마다 차이가 조금씩 있다. 일례로 교원그룹은 티몬, 위메프를 통해 교원투어 상품을 구매한 고객이 취소 후 재결제하는 경우 대금을 최종 환불받지 못하면 그룹 포인트로 보상하는 방안을 내세웠다. 이번 보상안의 지원 대상은 약 9000명, 금액으로는 80억원에 달한다.
노랑풍선은 자사 고객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달 출발 분까지 무리 없이 행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으며 8월 이후 출발 고객의 경우 고객이 원하는 방향에 따라 취소 위약금을 전액 면제, 여행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재결제와 이미 결제 취소를 지원하기로 했다.
인터파크 투어는 이달 출발 자사 패키지상품을 티메프에서 구매한 고객들에게 별도의 재결제 절차 없이 출발을 보장하기로 했다.
이처럼 여행사들의 제각각 지원책은 소비자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어느 여행사에서는 이중 결제를 하지 않아도 차질 없이 여행을 떠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여행사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또 여행사에서 직접 재결제를 제안한 상품이 티메프에서 구매한 같은 상품임에도 오히려 비싸다는 점도 소비자 입장에선 납득하기가 다소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여행사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여행사마다 티메프로 인한 피해 규모가 모두 다르고 같은 상품이더라도 티메프에서 진행된 프로모션은 여행사들과의 사전 협의가 되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여행사들의 앞뒤 사정을 알 리 없는 소비자들의 화살은 고스란히 여행사 몫이 됐다. 미수금 외에도 남은 물량 소진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여행사들이 소비자들의 신뢰마저 잃으면서 'n차 고충'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여름 휴가철부터 추석 연휴 등이 몰린 3분기에 관련 사태가 터지면서 골머리를 앓는 건 응당 소비자뿐만이 아니다. 급격히 추락한 신뢰도와 여행심리 위축 우려 등으로 여행사들도 마음을 졸이고 있다. 업계가 아무리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정부가 관련 대응 방안과 제도 개선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당분간 여행 관련 업종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소비자들의 태도다. 물론 기자 역시 손꼽아 기다렸던 휴가를 망치게 된다면 속이 상하는 건 당연하다.
다만 소비자들은 여행 업체들도 이번 티메프 사태로 손해를 입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자신이 예약한 여행사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대응책이 나왔다고 해서 이를 '나쁜 기업'으로 치부해서도 안 된다. 이번 사태가 조속히 해결돼 다시는 '제2의 티메프' 사태가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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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윤서영 기자
yunsy@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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