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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16년 전으로 돌아간 롯데케미칼···화학 양대산맥서 '이탈'

산업 에너지·화학 NW리포트

16년 전으로 돌아간 롯데케미칼···화학 양대산맥서 '이탈'

등록 2024.08.12 09:50

수정 2024.08.13 14:48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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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영업손실 1112억원 '어닝쇼크'···주가 8만원선 붕괴 석유화학 '빅4' 중 유일한 적자 기업···한발 늦은 체질개선배터리·바이오 분산투자할 때, '기초화학' 양적 성장 올인

롯데케미칼을 향한 위기론이 거세다. 그래픽=박혜수 기자롯데케미칼을 향한 위기론이 거세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롯데케미칼을 향한 위기론이 거세다. 최대 수출처인 중국의 완전 자급으로 석유화학업계의 부진은 구조적인 문제로 잡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롯데케미칼을 향한 우려의 시선은 사뭇 다르다.

한때 호황기만하더라도 시가총액 10조원을 훌쩍 넘기며 LG화학과 '양대산맥'을 이루던 롯데케미칼의 주가는 9일 종가 기준 8만원선조차 붕괴됐다. 숫자로 따지면 2008년 금융위기 때 보다 못하다. 현재 시총은 '3분의 1' 토막이 난 3조4135억원이다.

고개 숙인 CFO···석유화학 '빅4' 중 유일한 적자 기업


"2분기 유의미한 수준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셨던 투자자 여러분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실적을 발표하게 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성낙선 롯데케미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8일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만큼 예상보다 롯데케미칼의 실적이 저조한 탓이다.

롯데케미칼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5조2480억원, 영업손실 111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3분기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1353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전 분기보다 적자를 소폭 줄였다는 것이 위안거리다. 하지만 긴 침체기를 겪던 석유화학 시장이 2분기부터 조금씩 회복 조짐을 띄는 상황에서 발표된 롯데케미칼의 성적표는 다소 초라하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22년과 2023년에도 각각 7626억원, 3477억원의 영업손실을 연달아 내며 국내 석유화학 '빅4' 중 유일한 적자 기업으로 전락했다.

16년 전으로 돌아간 롯데케미칼···화학 양대산맥서 '이탈' 기사의 사진

독 된 '규모의 경제'···석유화학 위기 '직격탄'


LG화학과 연간 영업이익 기준 1위를 치열하게 다투던 롯데케미칼은 어째서 꼴찌로 전락했을까? 시장에서는 그 답을 '때 늦은 체질개선'에서 찾고 있다.

'맞수'였던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전략은 완전히 엇갈렸다. 배터리·바이오 분산투자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며 석유화학 업황이 꺾일 시기를 대비한 LG화학과 달리 석유화학에 '올인'한 롯데케미칼은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롯데케미칼이 고부가 제품보다 범용 석유화학 제품을 중심으로 한 '규모의 경제'에 힘을 실었던 사업 전략이 독이 됐다.

한국기업평가는 "경쟁사인 LG화학 대비 롯데케미칼의 실적이 가파르게 저하되는 모습"이라며 "LG화학 대비 롯데케미칼은 올레핀 및 범용 폴리머 비중이 높은 수준으로, 범용 폴리머는 경기 상황에 따라 수요 변동성이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만해도 롯데케미칼은 범용 석유화학 제품 매출을 2022년 12조2000억원에서 2030년 20조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통해 전체 매출을 20조원에서 2030년 50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석유화학 최대 수입국이던 중국이 범용 제품 자급화에 나서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오히려 공급과잉으로 이어지며 중국은 주요 경쟁국으로 변모했다 .

실제로 지난해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부의 적자 규모 4920억원에 달했다. 올해 2분기에도 139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그러자 이번엔 중국 대신 인도네시아로 눈을 돌렸다. 현재 2025년 상반기 완공 목표로 인도네시아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라인(LINE)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무려 39억 달러(약 5조원)을 투자하는 창립 이래 해외 프로젝트 중 최대 규모다.

석유화학 업체들이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상황에서 라인 프로젝트는 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는 셈이다.

라인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연산 ▲에틸렌 100만톤 ▲프로필렌(PL) 52만톤 ▲폴리프로필렌(PP) 25만톤 ▲부타디엔(BD) 14만톤을 각각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계획대로라면 완공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문제는 업황 회복 속도가 더디게 흘러가면서 비용 부담만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급기야 현지 기업에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도 흘러나온다. 그만큼 당초 예상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는 방증이다.

여전히 높은 기초화학 의존도···칼 빼든 '에셋 라이트'


그럼에도 롯데케미칼은 여전히 매출의 60%를 기초화학 사업부문에 의지하는 전통적인 화학업체의 색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석유화학 한 우물을 파는 금호석유화학만 하더라도 타이어용 합성고무·NB라텍스 등 스페셜티 제품에 주력하면서 2분기 영업이익 1191억원을 낸 것과 대조적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30년간 금호석유화학이 롯데케미칼의 시가총액을 역전한 적이 없었으나, 최근 둘 사이 차이는 거의 사라졌다"며 "이런 현상은 석유화학 투자 핵심이 글로벌 톱티어 다운스트림 업체를 주목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롯데케미칼은 뒤늦게 승부수를 던졌다. 실적 부진에 내몰린 기초화학 부문 자산 경량화 작업, 이른바 '에셋 라이트(Asset Light)' 전략에 돌입했다. 중국의 물량 공세가 거센 범용 석유화학 제품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 생존을 모색하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이훈기 대표이사가 올해 1분기 컨퍼런스콜에 직접 등판, 관련 전략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만큼 실적 악화와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무게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먼저 현재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범용 제품 비중을 50% 이하로 줄인다. 오는 2030년까지 스페셜티, 그린 사업 비중을 전체의 6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당사의 에셋라이트 전략은 당사가 갖고 있는 기초화학산업의 비중을 적정 규모로 줄이는 것"이라며 "추진 대상은 어느 정도 리스트업을 완료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투자자와 접촉 중이며 일부 프로젝트는 상당 부분 진도가 나가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 시장과 소통할 수준으로 결론 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롯데케미칼이 올해 연간 흑자전환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기초화학을 대신해 미래를 보고 키우는 사업들이 실적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김도현 SK증권 연구원은 "범용소재 공급과잉, 중국 매크로 개선 둔화 등 불확실성 역시 상존하는 상황에서 연내 적자는 지속할 것"이라며 "범용소재 포트폴리오 재편, 운영 효율화 등 전략 방향성은 긍정적이나, 단기적인 펀더멘탈 개선은 아쉽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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