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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지자체 갈등에 좌절하는 유통가···롯데·CJ, 숙원사업 암초

유통·바이오 채널 NW리포트

지자체 갈등에 좌절하는 유통가···롯데·CJ, 숙원사업 암초

등록 2024.08.28 16:12

수정 2024.08.28 16:47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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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몰 상암 서울시와 의견 충돌로 10년 넘게 표류CJ라이브시티VS경기도···사업무산 책임 공방

'K-컬처밸리' 사업이 무산됐다. 세계 최초 K-팝 전문 아레나 공연장 등을 비롯, K-콘텐츠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아레나 조감도. 사진=CJ라이브시티 제공'K-컬처밸리' 사업이 무산됐다. 세계 최초 K-팝 전문 아레나 공연장 등을 비롯, K-콘텐츠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아레나 조감도. 사진=CJ라이브시티 제공

유통업계가 지방자치단체와 갈등을 빚으면서 약 10여 년을 준비한 대형 프로젝트의 중단 및 좌초를 겪고 있다. 미디어엔터중심 업무지구를 꿈꾸던 상암 롯데몰은 10년째 '무주공산' 처지가 되고, 'K-한류 중심의 꿈'을 꾸던 CJ라이브시티는 공식적으로 무산됐다.

10년 기다린 2000억 상암 롯데몰 또 헛삽질



10년 넘게 부침을 거듭해온 롯데쇼핑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롯데몰 상암' 개발이 다시 한 번 미뤄질 전망이다. 롯데쇼핑은 내년 첫삽을 뜰 것이라고 공표한지 6개월도 되지 않아 상황이 바뀌었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마포구청과 롯데쇼핑은 최근 '롯데몰 상암' 개발이 계획된 서울 마포구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부지를 내년 1월부터 2년 동안 공영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내용의 협약을 맺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롯데몰 상암 개발은 최소 2년 이상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마포구청은 '상암 DMC 복합쇼핑몰 지구단위계획 및 세부 개발계획 결정(변경) 제안서'를 제출했다며 내년 공사를 시작해 롯데몰 상암을 2028년 완공할 계획이라고 지난 3월 밝힌 바 있다. 동기간 서울시도 이 일대 용적률을 800%까지 높여 쇼핑뿐 아니라 '미디어엔터중심 업무지구'로의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롯데몰 상암은 단순히 쇼핑몰 하나를 짓는 것이 아닌, 노후화된 수색역과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일대를 아우르는 지구단위 개발이다. 롯데쇼핑은 지난 2013년 1972억원을 투자해 상암 DMC 단지 내에 2만644㎡ 부지를 매입했다. 지하철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인근의 해당 부지는 지난 2011년 서울시가 복합문화상업시설 조성 청사진을 내놓으며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시 추진된 해당 개발은 서울시, 마포구와 소통하며 당초 2017년 초 개발을 목표로 서울 서북권 최대 시설을 지을 계획이었다.

롯데쇼핑은 서울시가 이 땅을 직접 판매했던 만큼 부지를 사들인 뒤 2017년까지 백화점, 영화관, 대형마트, 업무시설 등으로 구성하는 대형 복합쇼핑몰을 무리 없이 완공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롯데쇼핑의 개발 계획을 접한 인근 상인들이 상권 침해를 내세우며 반기를 들고 나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롯데쇼핑은 2013년 9월 세부개발계획안을 마련해 서울시에 승인을 요청했지만, 서울시는 상생 합의를 추진해야 한다는 이유로 인허가를 거부했다. 롯데쇼핑은 상생TF를 구성한 뒤, 2017년 3월 건물 내 판매시설 비율을 82.2%에서 67.1%로 축소하고 지역주민을 우선 채용하는 등 내용을 담은 방안을 제시했다. 이 방안에 인근 전통시장 17곳 중 과반수인 16곳이 찬성표를 던졌다.

롯데쇼핑은 서울시가 사업 심의를 장기간 미루고 있다며 2017년 4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서울시는 상생 협의와 관계 없이 심의를 진행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롯데쇼핑이 소송을 취하한 뒤에도 2018년 서울시에서 나머지 1개 전통시장과도 합의해야 한다고 지시하면서 사업이 또다시 연기됐다.

결국 이 사안은 2019년 감사원 감사까지 이어졌다. 감사원은 서울시가 법적 근거 없이 심의를 장기간 보류하면서 부당하게 사업을 지연시키는 바람에 롯데쇼핑의 재산권이 심각하게 침해됐다고 봤다.

감사원 감사 이후 서울시는 2021년 상암 롯데몰 사업에 대한 첫 심의를 진행했다. 이달 13일에는 DMC역과 수색역 일대의 개발 규제 완화 내용을 담은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업무지구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DMC 부지 개발에도 탄력이 붙는 듯 했다.

하지만 마포구청은 인·허가 절차 속도를 고려하면 향후 2년 내 착공은 불가능하다고 판단, 롯데몰 상암 부지는 최소 2년 동안 미디어엔터중심 업무지구 대신 공영주차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롯데가 유통과 화학 등 주력 사업들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개발 사업을 추진할 경영 여건이 안된다고 추측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등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최근 롯데그룹은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사업과 관련해 인허가 과정에 있다. 개발이 좌초된 것이라니라 임시로 공간을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며 "내년 말에 공사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있다"고 밝혔다.

'2조원 백지화' CJ라이브시티VS경기도 '네탓' 공방



CJ enm은 경기도와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숙명사업이기도 한 K-컬처밸리 CJ라이브시티 사업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지난달 경기도가 고양 K-컬처밸리 사업 시행사인 CJ라이브시티와 협약을 해제하면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CJ 측은 경기도가 사업부지로 제공한 토지에서 불법 폐기물이 발견된 점, 경기도가 정부의 중재안을 거부한 '소극 행정' 등을 문제 삼으며 반박에 나섰다.

총 사업비 약 2조원에 육박하는 경기북부 최대 개발사업인 CJ라이브시티는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약 10만평 부지에 실내 2만석, 야외 4만명 수용 규모의 아레나를 비롯해 스튜디오, 숙박 및 상업시설 등 'K-콘텐츠 경험형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조성이 완료되면 10년간 약 30조원의 경제 파급 효과, 약 20만명의 고용 유발 효과 등이 기대됐다.

그러나 경기도 공모사업으로 2016년 사업을 착수한 이후 각종 사태 및 행정 절차로 발목 잡히며 약 50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국정농단 사태, 코로나19, 행정기관의 각종 인허가 행정 절차 등이 문제가 됐다. 여기에 한국전력공사가 이 일대에 대용량 전력을 공급하기 어렵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사업은 최대 위기에 직면한다.

사업 단지를 가로지르는 한류천 수질개선 공공사업도 8년 내내 지지부진했던 점도 사업 추진에 발목을 잡았다. 아레나 건축 허가를 받고 착공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22년 5월 터파기 공사를 진행하던 도중 아레나 서측 구간에서 대량의 불법 건설·산업 폐기물이 발견됐다.

이에 CJ라이브시티는 경기도와 폐기물 처리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는 동시에 우선 시공사와 함께 2022년 5월부터 3개월가량 폐기물 처리를 진행했다. CJ라이브시티 측은 "경기도에 수차례 폐기물 처리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으나, 처리 비용의 산정 방식을 문제 삼으며 1년 넘게 시간만 끌어왔다"고 주장했다.

CJ라이브시티는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 민관 합동 PF 조정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하고, 지체상금 감면과 공사 기한 재조정을 골자로 한 조정안의 수용 의사를 밝혔다. 조정위는 공사 지연으로 과거 누적된 지체상금은 CJ에 부과하되 불가항력적이었던 전력 공급 불가 통보 이후의 지체상금은 삭감할 것을 권고했으나 경기도는 이에 대해 검토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경기도는 지난 8년간 CJ라이브시티의 전체 사업 공정률이 3%(아레나는 17%)에 불과하다면서 CJ의 사업 추진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향후 사업은 경기도가 GH(경기주택도시공사)와 협력해서 건설을 책임지고, 그 뒤 운영은 국내외 엔터테인먼트사가 참여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공공개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CJ 측은 지난 14일 자사 뉴스룸을 통해 "당사는 이미 경기도의 일방적인 사업협약 해제 통보에 재고를 요청하는 공문을 두 차례 발송했지만 경기도는 당사의 책임으로 협약을 해제했다고 주장하면서 구체적인 해제 사유를 문의하는 당사의 공문에는 한 달 넘게 대답하지 않고 있다"면서 "경기도의 해제 통보 이후에도 아레나 공사 재개를 위해 경기도와 직간접 접촉을 통한 노력을 지속해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지사가 최근 사업 추진 입장을 밝힘에 따라 경기도와 CJ라이브시티가 새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지사는 지난 12일 도민 청원 답변을 통해 △독립적인 책임 자본 확보 △'건공운민(개발은 공공, 운영은 민간)' 방식 추진 등 향후 사업 방향성을 다시 한번 제시하면서도 "사업 추진 의지가 분명하다면 CJ 측과도 얼마든지 소통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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