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두산그룹, 시장과 진지한 소통 의지 갖고 있어···상법개정안 추진 지속"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진행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경영진들이 시장 이해관계자 소통하려는 진지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선 추진 방향은 바뀌지 않았지만, 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통해 적절한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12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진행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 토론회'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두산 지배구조 개편안 일부 철회와 관련해 "기업이 좋은 의도를 갖고 하더라도 시장과의 소통이 부족하면 오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로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연금은 최근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안건에 대해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이유로 반대하며 의결권을 적극 행사. 국민연금은 올해 1월 기업 지배구조 문제점을 들여다보고 개선점을 제안하는 '지배구조 개선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두산 지배구조 개편 내용이 담긴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금융당국과 기관의 견제 흐름 속에 두산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일단 중단한 상태다. 두산은 지난 10일 물적분할, 합병이 주요 안건인 두산로보틱스 등 주주총회 일정을 연기한다고 공시했다.

이 원장은 "사업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사실은 정부 등 3자가 판단하기보다 기업에서 잘 판단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기업들이 개편에 대해 주주 및 시장을 설득하는 노력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두산 경영진들이 시장 이해관계자들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이란 의사를 갖고 계신 걸로 이해한다"며 "추후 제출할 증권신고서는 시장의 의견이 수렴된 상태에서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선 "정부는 경영상의 문제점을 최소화하면서도 시장에서 요구하는 주주 보호 장치를 찾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다만 투자자든, 기업이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법안을 만들 경우에는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최대한 조화로운 묘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사가 의결권 행사를 부담스러워한다는 의견에는 공감하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 원장은 "투자자 자산을 대리해 운영하는 입장에서 자산운용사들의 의결권 행사는 어떤 판단과 근거 하에 결정했는지 사후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전문가로서 할 수 있는 노력을 했다면 그 영향을 존중해야 한다고 본다"이라며 "다만 스튜어드십 코드 운영과 문화, 관행을 만들어가야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정착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금 할 수 있는 것과 호흡을 맞춰가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시장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