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사태를 둘러싼 금융당국과의 갈등. 해마다 끊이지 않는 임직원 횡령 등 내부통제 마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의 해묵은 계파 갈등. 우리금융 젊은 직원들은 임 회장의 등장에 바뀔 미래를 상상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우리금융 안팎의 기대를 반영하듯 임 회장은 취임 직후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해 파벌 싸움을 차단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도 잦은 만남을 가지며 당국과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 나갔다. 당국 정책에 적극 호응하면서도 내부통제 강화라는 필명을 수행하는 CEO로서 그의 행보를 보는 시선은 긍정 그 이상이었다.
그러나 임기 반환점을 막 돌아 나오는 시점에 발생한 100억원대의 횡령 사건 등 크고 작은 사고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우리금융에서는 조직 변화의 과정에서 적발한 공(功)이라고 했다. 금융권 모두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임 회장의 강직함과 세심하고 철저한 경영철학을 반영한 개혁 의지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금융계의 거목인 임 회장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 듬직했다.
임 회장의 우리금융 경영 전선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손 전 회장 사태를 통해 만천하에 드러났다. 사건 인지(認知) 몇 달이 지나도록 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임 회장을 향한 믿음은 산산이 부서졌다.
당국과의 마찰은 이복현 금감원장의 입을 통해 여과 없이 전달됐고 여론은 빠르게 악화했다. 임 회장의 거듭 사과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우리금융 이사진을 향해 "경영진에 책임을 물어라."는 거센 압박이 들어갔다.
금융권에서는 손 전 회장 사태가 우리금융의 고질병인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간 파벌싸움이 빚어낸 결과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에 대한 '투서'가 전달됐다는 설이 정설처럼 여겨지고 있다. 한동안 우리금융 내 계파 갈등이 부각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내부적으로 이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고 경영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남아있다는 의미다.
임 회장은 '손태승 사태' 후에 두 차례 사과문을 발표한 뒤 외부 활동을 멈췄다. 때문에 우리금융 안팎에서는 임 회장이 곧 사퇴할 것이라는 루머가 확산하고 있다. 우리금융 개혁을 위한 적임자, 구원투수 등판이라는 화려하게 취임 한 임종룡 회장. 이제 임 회장의 아름다운 퇴장은 볼 수 없을 듯하다. 임 회장이 민관을 아우르는 금융계의 거목으로 결자해지하는 자세로 이 사태를 풀어나갔으면 한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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