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회계부정 의혹 항소심 시작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도 연일 정치권 찾아 '스킨십'"반도체·車 등 불확실성 여전···부담 덜어줘야" 지적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 3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부당 합병·회계부정' 의혹(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에 대한 항소심을 시작했다.
이는 2015년의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에 관한 이슈다. 검찰은 당시 부회장이던 이재용 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양사의 합병에 관여했고 자신을 위한 거래 구조를 만들어 주주에게 손해를 입혔다며 2020년 관련 인물을 재판에 넘긴 바 있다.
재판이 재개됨에 따라 이재용 회장은 수개월간 관련 현안에 신경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 재판부는 회계 부정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순차적으로 심리한 뒤 11월 25일께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예고했다. 일정을 고려했을 때 선고 시점은 내년 1월로 점쳐진다.
삼성그룹 안팎의 관심사는 고등법원이 하급심의 판결을 수용할지 여부다. 1심 재판부는 이 회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주주에게 손해를 입히기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LG그룹을 책임지는 구광모 회장도 조만간 다시 법원으로 향한다. 구 회장의 어머니와 두 여동생이 제기한 상속재산 분할 소송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간 사법부 인사 등 일련의 사유로 인해 몇 차례 연기됐는데, 법원은 10월 22일께 기일을 열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공회의소를 함께 이끌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은 국회와 소통하는 데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9월초 정기 국회 시작에 맞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등 여야 4당 대표와 회동하는 한편, 최근엔 윤한홍 정무위원장과 간담회를 갖고 현안을 논의했다. 지난달엔 우원식 국회의장과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최태원 회장은 AI(인공지능) 트렌드를 타고 빠르게 변모하는 산업 현장과 기후위기, 저출생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안을 진단하고 국회가 법제도 지원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관련해선 국회 출석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8일 열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감사 증인을 선정하며 정 회장을 참고인 명단에 포함시키면서다. 국민연금공단의 지분 일부 매각에 따라 현대차가 KT 최대주주에 올랐는데, 의원들은 이 과정을 다시 검증하려는 차원에서 정 회장까지 소환하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재계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중국 등 주요국 경기부진과 고금리 기조,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여파로 산업계 전반에 먹구름이 낀 와중에 그룹 총수가 경영과 동떨어진 현안에 시달리는 것처럼 비쳐서다.
실제 대한상의가 제시한 4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를 보면 대부분의 업종이 연말까지 살얼음판을 걸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는 모바일·PC 수요 둔화 우려에 범용 D램 가격 하락, 자동차는 수요 부진 등 악재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으로 감지된다.
따라서 정치권도 이러한 분위기를 고려해 주요 그룹의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주요 그룹 총수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본업과 무관한 영역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는 분위기"라면서 "산업계 전반에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과거와 같은 보여주기식 국감 출석 요구 등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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