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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38개월 만에 기준금리 전격 인하···한은 움직인 배경은 '경기'(종합)

금융 금융일반

38개월 만에 기준금리 전격 인하···한은 움직인 배경은 '경기'(종합)

등록 2024.10.11 10:08

수정 2024.10.11 10:17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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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 진입한 물가상승률···'물가안정' 목표 근접고금리 따른 내수 부진에 정부·여당 연일 압박 가계부채 둔화도 확인···시장금리 변동성은 여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이 긴축 통화 기조를 접고 무려 38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결정했다. 소비자 물가가 하향 안정화되고 가계부채 증가세도 한풀 꺾이면서 금리인하를 위한 여건이 조성됐다는 판단이다.

한은은 11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0.25%P(포인트) 인하를 결정했다. 앞서 지난 8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한 한은은 지난해 2월부터 무려 13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묶어왔다. 이는 한은 설립 후 최장 기록이다.

한은은 금리 인하 주요 배경으로 '현 경기'기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서 침체가 감지되면서 자칫 민간소비와 기업투자가 억눌린다면 경제 전반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기준금리가 낮아지면서 수도권 집값과 가계대출이 또 늘 것이라는 우려까지 지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미 시장 안팎에선 한은이 이달 금통위에서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다. 소비자 물가가 금리인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범위까지 내려왔고, 장기간 고금리를 유지한 데 따른 피로감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이유에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9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1.6%에 그쳤다. 지난 5월 2.7%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매월 하락곡선을 그리면서 1%대까지 내려왔다. 최근 국제유가가 70달러대 초반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결과다. 지난 9월 근원물가 상승률도 전월 대비 0.1%P 하락한 2.0%를 기록했다.

한은은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2%를 밑돌며 안정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동사태 전개 양상에 따른 유가 불확실성이 있지만 물가안정의 기반이 조성된 모양새다.

반면 소비자들의 닫힌 지갑은 여전히 열리지 않고 있다. 지속된 고금리 탓에 원리금 상환 부담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금리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내구재 소비는 지난 2022년 4분기 이후 최근까지 지속적인 하락세를 이어왔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정부와 여당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지속적으로 압박해 왔다. 지난 8월 한은 금통위 직후 대통령실에선 "내수 부진을 우려하면서도 금리를 인하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는 말이 나왔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물가 안정세에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조금 더 생겼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년 반 만에 '빅컷'을 결정한 것도 금리인하에 힘을 실었다. 미 연준은 지난달 18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로 0.5%P 내리기로 결정했다.

기준금리 인하의 핵심 배경은 한풀 꺾인 가계부채다. 지난 9월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과 은행권의 잇단 금리 인상, 대출 규제 강화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면서 한은이 금리 인하에 대한 부담을 덜어냈다는 평가다. 핵심 정책목표인 '물가안정'과 '금융 안정'이 모두 확인된 만큼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명분이 사라진 셈이다.

한은 앞서 지난달 12일 발간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 성장, 금융 안정 등 정책 변수 간의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집계한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8월 10조원 가까이 폭증했고 이달 들어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다.

또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 6월과 7월 각각 5조3000억원, 7조1000억원 증가했고 8월엔 9조6000억원 불어났다. 반면 지난 9월 증가액은 5조6000억원에 그치면서 역대급 '영끌' 광풍이 잦아든 모양새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적정수준이라고 판단하는 월별 가계부채 증가액(5조5000억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통화당국이 이미 상당 기간에 걸쳐 언급한 물가 여건이 안정권에 진입했고, 그간 인하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대내외 금리 격차 부담도 크게 줄었다"며 "직접적으로 금리 인하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었던 가계부채 및 금융 안정 이슈도 대출 규제와 같은 미시적 대응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힘을 실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매우 오랜 기간에 걸쳐 금리인하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금리의 기간 구조가 왜곡된 것도 금리 인하의 배경"이라며 "다만 기준금리 인하에도 시장금리는 하락이 제한되거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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