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 국감서 "마치 금융위원장인 것처럼 금융정책 발언" 지적이 원장 "경제팀 협의내용 표명한 것···여러 불편드려 죄송하다"과도한 은행 개입 지적에 "가계대출 증가세 꺾기 위해 불가피"
이 원장은 17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 금감원 국정감사에 출석해 "가계대출 관련 발언으로 은행과 금융소비자들이 힘드셨다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법적 근거도 없이 행정지도라는 명목으로 마치 금융위원장인 것처럼 권한을 행사하는 게 과연 합당한 일인지 이 원장에게 묻고 싶다"며 "금융위원장의 권한인 금융정책과 대출금리에 대해 금감원장의 발언이 지나치게 잦다"고 질타했다.
권 의원은 은행 대출금리, 우리금융그룹의 보험사 인수, 공매도 논란,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합병 등과 관련해 이 원장이 '월권'을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권 위원은 "금융정책 최고 의사결정기관은 금융위이고, 금융위 밑에 있는 금감원은 금융위가 위임하는 사건만 검사하고 감독하게 돼 있다"며 "이 원장은 시중은행들의 대출 정책을 오락가락하게 만들었고, 공매도 사태와 두산 합병 등에 대해서도 조사도 하기 전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의견을 계속 전달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합병 건도 금감원과 소통하지 않았다고 발언했는데, 금감원은 금융위가 위임한 건을 조사하면 되는 것"이라며 "은행장을 직접 불러들인 우리금융 행정지도 건도 문서로 진행하면 될 일"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앞서 지난달 이 원장이 "대출금리 인상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며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발언했다. 이후 은행권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이달 초에는 "가계부채 관리 속도가 늦어지더라도 실수요자들에게 부담을 줘선 안 된다"고 언급해 논란이 됐다.
이 원장은 이 같은 '월권' 지적에 "여러가지로 불편함을 드린 점과 미숙한 부분에 대해 사과 말씀 올린다"고 답했다. 다만 이미 경제팀 내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내용을 언급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공매도와 관련해서는 당시 상황상 금감원장이 공매도 재개 가능성에 대해 말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두산 계열사 합병 건도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한 건 맞지만 구체적으로 발언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주요 금융기관의 자산운용 정책은 간담회 등을 통해 얘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다"며 "우리은행 건 대응을 잘했다고 말씀드리는 건 아니지만 사후 검사만으로 얘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 원장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유 의원은 "금감원장이 은행의 대출 정책에 구두로 개입하면 안된다고 본다"며 "금감원장의 발언으로 은행 금리가 오락가락하는 건 사실상 관치금융이고,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떨어져 코리아 디스코리아의 원인이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지난 8월 가계대출과 관련해 강하게 얘기한 건 은행의 금리인상이 대출의 규모를 줄이려는 의도보다는 이익이 늘어나는 추세에 편승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당시 개입방식이 옳았다고 말씀드리는 건 아니지만 가계대출의 추세를 그때 안 꺾었으면 지금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 됐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당국의 개입으로)가계대출을 꺾지 않았으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도 어려웠을 것"이라며 "비판은 감내하겠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를 그냥 내버려 두는 게 맞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감원의 압박으로 가계 금융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은행마다 지금 포트폴리오 관리 현황이 다르고, 이미 가계대출이 높은 은행들은 줄일 수밖에 없다"며 "가계대출 증가는 부동산 시장 문제와 관련돼 신규 주담대는 조금 더 타이트한 관리를 할 수 밖에 없지만 기존의 대출을 받았던 분들은 금리 부담이 줄어드는 추세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이 원장은 최근 일각에서 제기된 정치권 진출설도 강하게 부인했다. 이 원장은 "향후 정치에 나설 생각이 없다는 말씀을 여러 번 드렸다"며 "총선과 재보선에도 출마하지 않았는데 이젠 믿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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