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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경영 지배구조 빨간불 켜진 한미···경영권 분쟁 향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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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빨간불 켜진 한미···경영권 분쟁 향배는

등록 2024.11.05 08:14

수정 2024.11.05 15:09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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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취약', 핵심지표 준수율 53% 그쳐 지주사 쥔 형제, 한미약품 '독자경영' 반대 인력이탈 시 R&D도 위협···투자는 1500억원대로 ↑

한미약품. 그래픽=박혜수 기자한미약품. 그래픽=박혜수 기자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한미약품의 지배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4일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올해 ESG 평가에서 통합 B등급을 받으며 전년보다 한 단계 내려왔다. 사회부문이 A+로 상향됐으나 지배구조가 '취약' 단계인 C등급을 받으면서 이같은 성적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ESG등급은 S(탁월)부터 A+(매우 우수), A(우수), B+(양호), B(보통), C(취약), D(매우 취약) 등 7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특히 한미약품의 지배구조 등급은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B+)보다 두 단계 낮다. 한미약품의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수년째 53%를 유지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부터 지배구조 영역에 대한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이런 와중에 경영권 분쟁을 겪고 전문경영인 중심의 독자 경영체제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서 등급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 빨간불 켜진 한미···경영권 분쟁 향배는 기사의 사진

신동국-모녀 합심, '독자경영' 선언···지주사 마찰 지속


한미약품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1월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이 임종윤·종훈 형제를 배제한 채 OCI그룹 통합을 추진하며 시작됐다.

지난 3월 한미약품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서 펼쳐진 첫 표 대결에서는 개인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소액주주들이 형제의 편에 서며 분쟁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형제는 가족 간 봉합을 약속하며 4월 개최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송영숙·임종훈 공동대표체제를 확정했지만, 한 달 만에 모친을 해임시키고 임종훈 단독 대표체제로 전환했다.

6월 열린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에서는 형제, 신동국 회장 등이 이사회 진입에 성공했다. 이에 형제 측 인물 4명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등 기존의 이사 6명 등 총 10명으로 이사회가 꾸려졌다.

하지만 이날 임종윤 이사의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다룰 이사회 일정이 갑자기 미뤄졌고, 그 사이 형제 편에 섰던 신동국 회장이 돌연 모녀와 손잡으며 상황은 빠르게 변화했다. 모녀는 7월 신 회장에게 자신들의 지분 6.5%(444만4187주)를 매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으며,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약정 계약(의결권공동행사약정)도 맺었다. 3자 연합은 한미사이언스 전체 의결권의 과반에 근접(48.19%)하는 수준의 지분을 확보했다.

또 한미약품은 3자 연합 측 인사인 박재현 대표 중심의 독자 경영을 선언하고 한미사이언스에 위임해 왔던 인사 부문 업무를 독립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어 9월 2일 개최한 이사회에서 임종윤 이사의 대표 선임 안건 등을 부결시켰다.

다만 박 대표는 임종훈 대표에 의해 직위가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됐고, 관장업무는 제조본부로 발령됐다. 대표이사직은 이사회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대표직은 유지한다.

박 대표는 이같은 결정에 "지주사 대표의 인사발령은 모두 무효이고 대표로서의 권한 및 직책은 변함이 없다"고 밝히며 자신의 관장업무에 경영관리본부를 포함시키고 본부 내 인사팀과 법무팀을 신설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미사이언스가 한미약품 전산망을 통제하고 있어 주요 지원부서의 업무가 마비되고 있으며, 박 대표의 승인 없이 형제 측 인사가 한미약품에 입사해 급여를 받는 등 독자 경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미약품을 제외한 한미그룹 계열사 대표들도 실체가 불분명한 한미약품의 독립경영을 비판하고 나섰다.

북경한미약품 임해룡 총경리, 한미정밀화학 장영길 대표이사, 온라인팜 우기석 대표이사, 제이브이엠 이동환 대표이사, 한미사이언스 헬스케어사업부문 박준석 부사장 등 한미약품을 제외한 주요 계열사 대표들은 4일 한미그룹 사내망에 입장문을 내고 "외부세력이 개입하면서 대주주 가족 간의 단합이 해쳐지고, 이로 인해 한미그룹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제약바이오산업에 문외한인 단순 주주가 본인의 주가 차익을 위해 잘못된 훈수를 두고 있고, 그룹 내의 일부 임직원들까지 실체가 불분명한 독립경영을 외부에 선언하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박 대표도 입장문을 내고 "지난 3월 당시 경영진을 지지했던 북경한미약품 임해룡 총경리, 한때 부광약품 대표로 내정되기도 했던 온라인팜 우기석 대표의 이름이 성명서에 날인돼 있는 것을 보면서 독단적인 오너 경영의 폐해가 무엇인지를 더욱 여실히 느끼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단적인 오너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계열사 대표님들의 갈등과 고민, 고뇌도 함께 읽을 수 있었기에 한미약품이 추구하고자 하는 독자적인 전문경영인 체제는 더욱 굳건히 나아가야 한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며 "한미약품은 독단적인 지주회사 경영 방식을 건강하게 견제하고, 지주회사 위법 행위에 대해 침묵하지 않으며, 지주회사와 계열사가 상호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나가는데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1500억원 R&D에 투자···인력 이탈 막아야


한미약품은 설상가상으로 실적도 악화했다. 한미약품은 올해 들어 매 분기 실적이 꺾이고 있다. 회사는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4037억원, 766억원에서 2분기 3781억원, 581억원으로 줄었다. 3분기 매출은 3621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소폭 늘었지만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0.7% 떨어졌다. 영업이익은 5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4% 하락했고 당기순이익은 350억원으로 전년 대비 42.3% 줄어드는 등 시장 컨센서스를 밑돌았다.

다만 이는 중국 자연재해로 인한 북경한미약품 실적 감소, 여름 휴가철로 인한 영업일 수 감소, 의료파업으로 인한 일부 제품 매출 감소 등 일시적 요인들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신약개발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진 않을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미약품이 표방하는 지속가능경영은 'R&D경영'이다. 회사는 신약개발을 제약강국 실현에 기여하는 핵심 가치이자 사회 공헌을 위한 책임으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신약개발 연구 및 생산시설 등에 투자한 비용만 약 3조원에 달한다.

다행히 회사는 오너갈등과는 별개로 R&D 투자를 확대하며 신성장 동력 확보에 전력을 쏟고 있다. 올해 반기 기준 R&D 인력은 668명으로 전년 동기(630명)보다 늘었다.

3분기 R&D 투자액은 전년 동기보다 21.5% 늘린 548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매출의 15.1%에 해당한다. 올해 누적 R&D 투자비용은 1537억원으로, 전년 동기 1363억원보다 증가했다.

업계는 한미약품 R&D 인력에 변동이 있지 않는 한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너일가가 (경영이나 R&D 사업에) 직접 관여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현재 R&D 인력들이 잘 구성돼 있고 기대되는 파이프라인들도 있어서 사업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회사의 혼란으로 인해 인력이 이탈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인력 부재는 동력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지적했다.

 지배구조 빨간불 켜진 한미···경영권 분쟁 향배는 기사의 사진

소액주주도 분열···국민연금 등 '표심' 관건



업계는 오는 28일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한미약품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종결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번 임시 주총에서는 3자 연합이 제시했던 대로 ▲이사회 정원을 기존 10명에서 11명으로 확대하는 안건과 ▲신동국 회장, 임주현 부회장을 신규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다뤄진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도는 4 대 5로 형제 쪽에 기울어져 있다.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5대 6으로 재편돼 대주주 3자 연합이 우세해진다.

다만 11명으로 2명을 늘리는 정관변경은 특별결의 안건이기 때문에 임시 주총에서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동의가 필요하다. 이 안건이 통과되지 않으면 3인 연합 측과 형제 측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이사 수는 5:5가 돼 갈등이 유지될 상황에 놓이게 된다.

현재 3자 연합과 형제가 확보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각각 48.13%와 29.07% 수준으로, 양측 모두 표결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소액 주주 연대와 국민연금 등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연대가 3자 연합에 대한 지지 선언을 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해 향후 소액주주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이준용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지난 1일 3자연합 측을 공개 지지한다고 밝혔다. 형제 측이 경영권을 장악한 이후 주가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았고, 상속세 해결을 통한 오버행 이슈 해결 의지도 모녀 측이 더 높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공개지지 직후 주가가 약 24% 빠지면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졌고, 이 대표는 하루 만에 입장을 뒤집었다. 그럼에도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 이탈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전날 오후 3시 기준 액트에 모인 한미사이언스 연대 지분은 기존 2.26%에서 1.9%대로 줄었다.

소액주주들의 전체 지분은 23.25%다.

국민연금은 5.53%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아직 지지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모녀 측을 지지했다. 이번에도 모녀에 힘을 실어준다면 3자연합은 과반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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