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권인수팀, 전기차 보조금 폐지 논의"IRA 대수술 현실화되면서 K-배터리 '좌불안석'AMPC 우려 있으나 전면 폐지 쉽지 않다는 분석
15일(한국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인수팀은 IRA에 따른 7500달러 규모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 관련 논의는 보조금 폐지를 강력하게 지지한 석유·가스회사 '콘티넨털 리소스즈' 창립자인 해럴드 햄을 비롯한 에너지정책팀이 주도하고 있다.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낙점받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보조금 폐지를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화(EV mandate)를 종식 시키겠다고 거듭 공약했으나 정권인수팀은 바이든 행정부의 일부 청정에너지 정책은 인기가 많고 공화당이 장악한 주(州)를 포함해 각지에 IRA 자금이 배분돼 이를 종식 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그동안 여러 차례 IRA 정책에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은 만큼 전기차 보조금을 시작으로 IRA 정책 전체를 수정 또는 폐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2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현 행정부의 정책 개편을 추진하는 건 향후 미국 전기차 정책에 큰 변화를 시사하는 것"이라며 "공화당이 이번 대선으로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면서 차기 행정부가 입법부의 권한까지 등에 업은 만큼 국내 기업으로선 녹록지 않은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도 "IRA는 헌법이 아니라 입법 사항이고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기 때문에 법안을 수정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한 얘기"라고 설명했다. 또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의지가 있고 공화당이 상·하원 우위를 점하고 있어 IRA 폐지를 위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기차,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정책을 확대하기 위해 IRA를 도입하며 대규모 세제 혜택을 제공해왔다. 전기차는 배터리 핵심 광물과 부품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한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전면 폐지한다면 전기차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얘기다. 보조금 폐지 소식이 전해지면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과 SK온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이날 장중 한때 10% 급락하기도 했다.
국내 배터리 3사가 가장 크게 우려하는 대목은 IRA 조항 중 하나인 AMPC(첨단제조세액공제) 폐지다. 미국은 관련 법에 따라 현지에서 배터리를 생산한 기업에 셀 기준 kWh당 35달러, 모듈 kWh당 10달러 등 총 45달러 수준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폐지하면 연간 조(兆) 단위의 혜택이 예상되는 '돈'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지역에서 미시간 단독 공장 및 GM(제너럴모터스) 합작 1·2공장을 운영 중이고 앞으로 GM 합작 3공장 및 스텔란티스, 혼다, 현대차 등 주요 완성차 업체와 함께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또 삼성SDI는 스텔란티스, GM과의 합작공장을, SK온은 단독 및 포드, 현대차와 함께 켄터키, 조지아 등에 공장 운영 및 건설 중에 있다. 3사가 오는 2027년까지 계획한 북미 배터리 총 생산능력(CAPA)은 600GWh(기가와트시)가 넘는다.
다만 배터리 업계에선 AMPC 전면 수정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로이터의 보도에는 AMPC 내용이 없을뿐더러 배터리 공장은 공화당의 우세 지역인 러스트벨트(rust belt·쇠락한 북동부 공업지대)에 많이 있다"며 "해당 지역은 공화당 의원 18명이 IRA 폐지를 반대한 곳이라 세제 혜택 규모를 크게 줄이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 경영진들도 관련 우려를 일축한 바 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CEO는 이달 초 열린 '제4회 배터리 산업의 날' 기념식 참석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보조금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지난 13일 산업부 장관-배터리 업계 간담회 후 취재진과 만난 이석희 SK온 CEO는 "(IRA) 폐지에 반대했던 18명의 (공화당) 의원 상당수가 다시 재선된 것을 보면 너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양승함 명예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기 때문에 외국 회사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면서도 "미국은 여론이 대단히 중요한 국가이기 때문에 여당 의원들이 대통령의 의견을 무조건 따라가지는 않으며 우리나라처럼 당론으로 정해 투표하지 않고 개인 투표를 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화당이 다수당이기는 하나 의회를 압도적으로 장악하고 있지는 않기에 IRA 폐지를 위한 투표에서 이탈표가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준한 교수도 "외국 기업이 IRA를 보고 특정 지역에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데 이를 전면 폐지한다면 일자리가 줄고 지역 경제에 타격이 생기기 때문에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이 가만히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 경제가 꺾이면 민주당에 도움을 주는 꼴"이라며 "다음 재선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공화당 의원들이 IRA 폐지를 쉽게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jojolove7817@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