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귀환, 수입품 관세 최대 20% 인상 계획 해운사 단기적 '호재'···장기적으로 타격 불가피"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운임 폭락 리스크 분산"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미국 정책 변화로 인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물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다가올 해상운임 하방 압력을 극복하고, 향후 사업 계획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관세 인상·달러 강세 가능성, 단기적으로는 '호재'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자국 내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단기적 측면에선 국내 해운업계 수익성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관세 인상 발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수요가 증가해 운임 상승에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관세 인상으로 무역 제한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만큼, 글로벌 기업들이 사전에 물류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운임 상승에 기인할 전망이다.
실제 해상운임은 미국 대선 직전부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줄곧 하락하다가, 트럼프 당선 전후로 3주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업계는 관세 인상 조치가 이뤄지기 전까지 일시적으로 운임에 상승 압력이 가해질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으로 달러 강세 분위기가 조성됨에 따라, 해운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해운사는 운임을 달러로 지급받고 매출은 원가로 환산하기 때문에, 강달러 기조가 이어지면 수익성 향상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이유다. 현재 시황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 원·달러 환율 상승 시, 수익 측면에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란 시각이다.
화석원료 중심의 정책 추진도 일단은 우호적이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트럼프 2.0 정부에선 화석 연료인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지금보다 많이 채굴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원유와 LNG 가스 운반선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고, LNG 가스 운반선에 대한 신조 발주가 늘면서 탱커선과 LNG선의 운임도 전반적으로 양호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중장기적 파장 우려 시각↑···"해상운송 수요 감소할 것"
다만 이는 단기적 흐름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트럼프가 공약한 관세 인상 카드가 실현된다면, 중장기적 측면에서 물동량 감소와 운임 하락으로 이어져 해운사 수익성에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 8일 '트럼프 2.0 시대와 해운산업에 대한 영향'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의 관세율 상향으로 전 세계 해운 수요가 약 10%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트럼프 1기와 마찬가지로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돼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아시아와 미국 간 해상물동량이 요동칠 것으로 바라봤다.
구 회장은 "트럼프가 전 세계 국가에 관세 폭탄을 부과하게 되면, 조치 이전에 밀어내기로 일시적 상품 수요가 급등해 운임이 오를 수는 있다"면서 "하지만 연간 미국의 총 상품 수요는 불변이므로 장기적으로 봤을 때 되려 상품 수요가 그만큼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까지 거론됨에 따라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도 이목이 쏠린다. IRA는 미국 연방정부가 인플레이션 완화를 목표로 예산을 투입해 보조금이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미한다. 해당 법이 폐지되면, IRA에 근거한 전기차 보조금 혜택도 폐지될 가능성이 높아 관련 이차전지·배터리 등의 업계들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IRA 폐지로 해운업계 미칠 영향도 존재한다. 구 회장은 "보조금 수혜가 예상됐던 전기차·이차전지 업체들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전기차나 이차전지에 대한 해상운송 수요도 감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국내 해운사, 다가올 운임 리스크 대응해야"
해운업계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한 가운데, 국내 해운사들이 종합적인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나온다. 향후 운임 급락세로 인한 위험 부담을 대비하자는 취지다.
구 회장은 "컨테이너 운임의 하방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므로 해운선사들은 선박 신조 시 경제적인 선형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컨테이너 화물과 벌크화물 그리고 end to end 서비스의 3자물류 등 종합 물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구축해 글로벌 물류 공급망 정상화에 따른 운임 폭락의 리스크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국내 컨테이너 선사인 HMM의 중장기 사업 계획을 보면 벌크선대를 확충하는 것이 포함돼 있는데, 컨테이너에 치중된 현 사업을 벌크사업을 크게 늘려서 사업구조의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문제는 타이밍이다"며 "최근 SK해운이나 현대LNG해운, 폴라리스 등 우리나라의 주요 탱커와 벌크선사들이 매각 이슈가 있는데 HMM은 벌크선대 확대 계획에 대한 시기를 면밀하게 검토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에 HMM 관계자는 "트럼프 재집권으로 현재 사업 계획이 크게 변동되는 것은 없으며, 기존 추진하기로 했던 그대로 계획을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황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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