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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봄이 왔다' 말한 후 침묵, 이재용의 구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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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다' 말한 후 침묵, 이재용의 구상은?

등록 2024.11.21 07:00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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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예년처럼?"···삼성 임원 인사, 감감무소식 정세 변화 발맞춰 전열 가다듬는 타기업과 대조적 "늦은 만큼 기대 뛰어넘는 인적 쇄신 필요" 제언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관련 2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관련 2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재계 전반이 분주해진 가운데 유독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으로 시선이 모이고 있다. 주요 기업이 '미국통'을 앞세워 태세를 정비하는 데 한창이지만 삼성전자에선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어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를 놓고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1~2주 시기를 앞당겨 이달 8일이나 13일쯤 개편안을 공개할 것이란 관측도 흘러나왔으나, 지금의 분위기라면 예년과 비슷하게 이달 말에나 인사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의견이 우세하다.

다만 녹록하지 않은 삼성전자의 현 상황을 고려했을 때 늦은 감이 없지 않다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대응 실패에 트럼프발(發) 리스크까지 겹치며 회사 안팎에 위기감이 팽배해진 만큼 서둘러 조직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시장에선 부정적인 반응이 감지되고 있다. 9조원을 웃도는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했음에도 미래가치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맞물리면서 한때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청산가치를 밑도는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이에 삼성전자는 1년간 10조원대 자사주를 매입하겠다는 파격 선언으로 급한 불을 끈 상태다.

게다가 현대자동차그룹부터 CJ, 코오롱, OCI, LX에 이르기까지 주요 기업은 발 빠른 인사로 새 진용을 꾸렸다. LG도 21일 임원 인사를 공개한다. 특히 현대차는 미국 외교 관료 출신 성 김 고문역을 대외협력·정세분석 등을 관할하는 그룹 싱크탱크 사장으로 임명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으로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와중에 선제적으로 대처했다는 데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삼성전자의 미적지근한 행보를 놓고 여러모로 아쉽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재용 회장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 5월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자리에서 취재진에 '봄이 왔다'는 말로 묘한 여운을 남겼는데, 그 뒤엔 별다른 발언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달 대통령의 필리핀·싱가포르 순방 후 귀국할 당시에도 이 회장은 반도체 위기설 극복 방안 등 질의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아울러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4주기 ▲삼성전자 창립 55주년 기념일 ▲이병철 창업주 37주기 등 특별한 일정에 맞춰 조직 쇄신을 예고할 것이란 기대감도 돌았으나, 회장의 강경한 메시지는 없었다.

일각에선 이 회장이 대내외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신중을 기하는 것이란 해석도 존재한다. '회계부정·부당 합병' 의혹을 둘러싼 재판이 현재진행형이고, 실적과 관련해서도 당장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만큼 역효과를 피하고자 최대한 여론과 거리를 두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인적 쇄신 차원에서 연말에 큰 변화를 줄 것이란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

일례로 반도체를 이끄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의 경우 HBM 사업 실패 여파에 상당수가 교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 사업부장, 파운드리 사업부장, LSI 사업부장, 글로벌 제조·인프라 총괄 등 고위 임원 후보가 직원들 사이에서 수시로 거론되고 있다.

미래전략실(미전실)과 같은 기능의 조직이 부활할 것이란 소문도 들린다. 방대한 영역의 사업과 인수합병(M&A) 등의 중심을 잡아줄 컨트롤타워를 재구축할 것이란 의미다. 미전실은 중장기 성장 전략과 계열사 사업, 감사, 기획, 법무 등을 관장한 조직인데, 삼성은 2017년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자 경영 쇄신의 일환으로 이들을 해체했다. 다만 이재용 회장을 포함한 미전실 고위 임원 모두가 2월 '회계 부정·부당 합병' 의혹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회사 안팎에선 이를 재가동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간의 여론을 감안했을 때 삼성전자 인사가 생각보다 지연되고 있다는 데 아쉬움이 크다"면서 "늦은 만큼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통해 시장에 명확한 시그널을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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