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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재계, 야당 상법 개정 추진에 한목소리 "'교각살우' 범해서는 안 돼"

산업 재계

재계, 야당 상법 개정 추진에 한목소리 "'교각살우' 범해서는 안 돼"

등록 2024.11.21 10:48

수정 2024.11.21 10:49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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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 이날 긴급 성명서 발표삼성·SK 등 16개 그룹 사장단 동참"기업 경쟁력↓···경제살리기 힘써달라"

(앞줄 왼쪽 다섯 번째)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을 비롯한 16개 그룹 사장단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 기자회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앞줄 왼쪽 다섯 번째)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을 비롯한 16개 그룹 사장단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 기자회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재계가 국회에 발의된 상법 개정안에 대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규제의 입법보다 경제살리기를 위한 법안에 힘써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소수 주주 보호를 위해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인연합회는 2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성명 발표 자리에는 김창범 한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을 비롯해 삼성 박승희 사장, SK 이형희 위원장, 현대차 김동욱 부사장, LG 차동석 사장 등 주요 기업 사장 16명도 참석했다. 이처럼 그룹 사장단이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 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 2015년 메르스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사안이라는 의미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기업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 권리 확대를 이유로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해외 투기자본 먹튀조장법'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재계에서는 이사 충실의무 확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최근 들어 16개 그룹 사장단이 공동 입장으로 해서 표명한 적은 없었을 것"이라며 "그만큼 중차대한 이슈이기도 하고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빨려 들어가는 것 아닌가에 대한 우려가 심각해 공동성명을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회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상법 개정 등 각종 규제 입법보다 경제살리기를 위한 법안과 예산에 더욱 힘써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많은 기업은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시달려 이사회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지고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상당한 애로를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고 이는 우리 증시의 밸류다운으로도 귀결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부회장은 "기업의 경영 합리화를 위한 사업 재편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발생할 수 있는 소수 주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정비는 필요하다"면서도 "상법 개정은 기업경영 전반에 상당한 차질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자본시장법 개정 등 다른 방식의 접근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수 주주에 대한 보호를 위해서는 상법 개정안에 담긴 사안들보다 오히려 합병, 분할 등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핀셋형 규제가 적합하다고 언급했다.

김 부회장은 "최근 들어 증시가 부진하고 국내 주식보다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훨씬 많아지는 등으로 인해 소수 주주 보호가 전면에 등장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이 된다"며 "그러나 이사 충실의무 확대를 포함한 상법 개정으로 해결하는 것은 진단과 처방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보다는 기업의 경영 합리화를 위한 사업 재편 과정에서 물적 분할이라든가 또는 합병이라든가 소수 주주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에 대한 핀셋형 접근이 필요하다"며 "환부를 치료하기 위해 해당 부위만 치료하는 것이 아닌 팔다리 전체에 손을 대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게 경제계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재계가 요구했던 상속세를 완화하는 대신 상법 개정안을 수용할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김 부회장은 "두 가지 사안은 함께 패키지화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상속세 개편은 오랫동안 묶여왔던 우리의 과제로 별도로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내수 활성화와 증시 활력 부여 의지도 피력했다. 김 부회장은 "신시장 개척과 기술혁신으로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중소기업 기술지원, 국내 수요 촉진 등 민생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여 내수 활성화에 앞장서겠다"며 "혁신을 통한 기업 성장성 개선, 주주가치 제고와 소통 강화로 한국증시의 매력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과감한 규제개혁을 추진하고, 각국이 첨단산업 지원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만큼 AI, 반도체, 2차 전지, 모빌리티, 바이오, 에너지, 산업용 소재 등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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