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렉라자' 개발 나선 유한양행, 'TPD' 투자 박차유빅스, 투심 악화에도 Pre-IPO 유치 성공 2030년 시장 규모 5조 전망 "잠재적 유망기술로 평가"
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 상황에도 불구하고 '표적 단백질 분해'(TPD) 기술에 대한 투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2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산 첫 미국 진출 항암제 '렉라자'를 개발한 유한양행은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TPD를 꼽고 있다. 그 일환으로 회사는 지난 7월 관련 기술을 보유한 프레이저테라퓨틱스에 정액기술료를 지급하는 전제 하에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각 사가 부담하는 연구자원 및 비용은 역할 분담에 따라 진행하고, 연구 결과물에 대해서는 양사가 동일한 지분으로 공동 소유키로 했다.
뿐만 아니라 유한양행은 TPD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유빅스테라퓨틱스의 전립선암 치료제 후보물질인 'UBX-103'을 최대 1500억원 규모로 도입하기도 했다. 이번 계약으로 유한양행은 'UBX-103'의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한 전 세계 독점권을 가지게 됐으며, 해당 물질의 임상시험 준비를 본격적으로 주도할 계획이다. 현재 내년 상반기 임상1상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목표로 비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유빅스테라퓨틱스는 얼어붙은 기업공개(IPO) 시장 속에서 최근 257억원 규모의 상장 전 투자 유치(IPO)에 성공해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 규모는 당초 목표 금액인 200억원을 초과 달성한 수치다. 유빅스테라퓨틱스의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630억원에 달한다. 유빅스테라퓨틱스의 B세포 림프종 치료제 후보물질 'UBX 303-1'은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1상 IND를 승인받아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대웅제약, 동아에스티, 일동제약과 같은 중견 제약기업 또한 TPD 신약개발 프로그램을 직접 가동하거나 유빅스테라퓨틱스, 핀테라퓨틱스, 업테라와 같은 국내 신약개발기업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TPD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를 인수해 7종의 TPD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으며, 제넥신은 차세대 기술을 보유한 이피디바이오테라퓨틱스와 합병해 TPD개발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TPD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해당 기술이 항암 분야의 '게임체인저'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20년 넘게 연구돼 온 TPD는 기존 저분자 약물로 타깃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했던 질병 단백질을 원천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다. 특히 표면에 리간드(단백질 분자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물질) 결합 부위가 없거나 리간드가 부착돼도 단백질 조절이 불가능한 '언드러거블(undruggable) 단백질' 제어가 가능해 주목을 받고 있다.
김정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우리 몸에 있는 단백질은 총 1만9000여개이며 이 중 질환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는 단백질은 4000~5000개에 달한다. 인간 단백질 중 70%는 기존 약물로 치료가 어려운 단백질로 간주된다.
또 TPD는 상대적으로 낮은 결합력으로 단백질 분해를 유도할 수 있고, 약물 하나로 단백질 분해를 유도할 수 있어 고농도 약물 사용에 의한 독성을 피할 수 있다.
박영숙 국가신약개발사업단 연구원은 "표적치료제와 같은 기존 약물들은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의 활성 부위를 차단하거나 기능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는 가능한 타겟의 한계, 투여량에 따른 독성, 변이로 인한 내성 등의 한계를 갖고 있다"며 "반면 TPD는 생체 내 시스템을 이용해 병리 단백질 자체를 분해한다. 이는 기존 약물 개발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TPD는 크게 1세대 프로탁(PROTAC), 2세대 분자접착제(MG) 기술로 구분된다.
프로탁은 TPD 분야 선두주자인 미국 아르비나스의 플랫폼 기술 명칭이기도 하다. 이 기술은 세포 내 유비퀴틴-프로테아좀 시스템(UPS)을 통해 질병을 유발하는 문제 단백질을 분해해 질병을 치료한다.
프로탁은 표적 단백질에 방식과 상관없이 결합만 하면 분해할 수 있기 때문에 광범위한 질병에 접근할 수 있다.
MG는 프로탁보다 분자 크기가 작아 모든 단백질을 타깃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기술로는 접근이 어려웠던 표적에 대해서도 단백질을 분해해 적용 질환을 확장할 수 있는 것이다. 세포 투과성이 좋아 경구투여로도 활용 가능하고, 혈뇌장벽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제로도 개발 가능하다.
TPD는 아직 출시된 신약이 없는 새로운 시장이지만 이러한 장점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들의 투자가 잇따르고 있고, 시장 규모도 매년 커지고 있다. 오는 2030년 예상 시장 규모는 33억 달러(4조8335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 체결된 MG 관련 계약만 최소 7건에 달한다. 그 중 3건은 10월 한 달 동안 이뤄졌다. 10월 체결된 총 계약 규모만 51억 달러(약 7조4694억원)다.
김 책임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빅파마들이 중·후기 단계 임상에 집중해 위험도를 낮추는 것과 달리, 아직까지 초기 개발단계에 머무는 TPD 기술에 대해서 만큼은 적극적으로 계약을 체결해 나가고 있다"며 "이는 TPD를 잠재적 이익이 높은 유망 기술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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