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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반도체왕' 최태원···존폐 위기 하이닉스를 1위 기업으로

산업 전기·전자

'반도체왕' 최태원···존폐 위기 하이닉스를 1위 기업으로

등록 2025.01.23 11:44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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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작년 영업익 23.4조 '사상 최대' 그룹 편입 후 12년여 만에 삼성 반도체 추월1등 기업 육성한 최 회장의 '신의 한수' 주목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SUMMIT 2024'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SUMMIT 2024'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메모리) 흥행에 힘입어 명실상부 국내 최대 반도체 기업으로 올라섰다. 인공지능(AI)의 흐름을 내다보고 영업·투자 측면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남다른 혜안이 1등 기업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66조1930억원과 영업이익 23조467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2년의 44조6216억원보다 매출을 21조원 늘린 것은 물론, 메모리 호황기였던 2018년의 영업익(20조8437억원)을 뛰어넘으며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썼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을 추월하며 1위 반도체 기업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삼성전자 DS부문의 영업익은 16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작년 1~3분기 누적 12조2200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했는데, 4분기 실적을 반영해도 SK하이닉스를 넘어서긴 어렵다.

SK하이닉스의 실적 행진을 뒷받침한 것은 HBM이었다. AI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높은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회사 차원에서 기회를 놓지지 않고 이를 적시에 공급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재계에선 최태원 회장의 리더십에 다시 한 번 주목하고 있다.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경영난으로 존폐의 위기에 내몰렸던 하이닉스를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올려놓은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SK그룹에 합류한 시기는 2012년인데, 당시 시장에서 회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과 잠재력을 지녔다고는 하나, 연간 2000억원대 적자를 내며 채권단 관리를 받는 기업이 과연 부활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짙었다. 인수를 저울질했던 효성·현대중공업·STX 등 주요 기업이 나란히 손을 들고 물러선 게 이를 방증한다.

SK 내부 분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인수를 재고해달라는 여론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최 회장은 3조4267억원의 통 큰 베팅으로 하이닉스를 그룹 자회사로 편입시키기에 이른다. 최 회장이 "나의 애니멀 스피릿(야성적 충동)을 믿어달라"며 임원을 설득한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이후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에 화력을 쏟아 부었다. 매년 수조원의 연구개발비를 들이는 한편, 생산시설을 늘림으로써 사업의 토대를 다졌다. 그 결과 SK하이닉스의 체질은 눈에 띄게 개선된다. 실적 상승세가 가시화하면서 이듬해 매출 14조원에 영업이익 3조3800억원으로 흑자 전환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아울러 2015년부터는 업계 최초로 HBM 제품 양산에 돌입했으며, D램과 낸드 등 품목에서도 점유율을 높였다.

최 회장이 신경을 쓴 것은 외형적 측면뿐이 아니다. 때로는 영업 전면에 나서 거래 기업의 니즈를 직접 확인하고 기회를 모색하며 SK하이닉스의 성장을 조력했다. 특히 AI 반도체 큰 손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와는 수시로 만나 협력 관계를 재확인하고 있다. 최 회장은 작년 4월 미국 새너제이 엔비디아 본사를 찾은 데 이어 최근 막을 내린 IT·가전 박람회 CES 2025 현장에서도 젠슨 황 CEO와 회동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힘입어 SK하이닉스의 사업도 순조로운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작년 3월 엔비디아로 HBM3E 8단 제품 공급을 시작했고, 10월엔 12단 제품의 양산에 착수했다. 미국에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지 생산 공장을 짓는 5조2000억원(38억7000만달러) 규모 투자 계획도 확정한 뒤 현지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올해는 HBM3E 공급을 늘리고 HBM4도 서둘러 개발해 수요에 부응한다는 방침이다.

재계에선 최 회장의 SK하이닉스 인수를 '신의 한수'였다고 평가한다. 내수에 집중하는 것처럼 비치던 SK의 이미지를 수출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반도체와 석유화학, 통신 그리고 신사업으로 꼽히는 배터리·바이오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전환점이 됐다는 진단이다. 더욱이 SK하이닉스는 막강한 현금 창출력을 앞세워 재계 2위 SK그룹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역량 등 그룹이 쌓아올린 역량을 바탕으로 다가올 AI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최 회장은 신년사에서 "AI 산업의 급성장에 따른 글로벌 산업구조와 시장 재편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서 "본원적 사업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AI를 실제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AI 반도체 기술, 에너지 솔루션 등 SK의 강점은 시장의 주요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며 "멤버사가 새로운 사업 기회를 함께 만들면 AI 밸류체인 리더십 확보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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