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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반도체 '권좌' 오른 SK하이닉스, 연간·분기 모두 삼성전자 추월(종합)

산업 전기·전자

반도체 '권좌' 오른 SK하이닉스, 연간·분기 모두 삼성전자 추월(종합)

등록 2025.01.23 09:36

수정 2025.01.23 09:49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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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작년 실적서 사상 최대치 경신매출·영업이익 모두 시장전망치도 웃돌아연간 영업이익, 삼성전자 처음으로 넘어서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다시 썼다. 영업이익 측면에선 메모리 초호황기를 누렸던 2018년 성적도 갈아치웠다. 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한 덕이 컸다.

이에 따라 반도체 선두 기업의 자리도 바뀔 예정이다.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실적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연간 영업이익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23일 실적발표회를 열고 2024년 매출액 66조1930억원, 영업이익 23조4673억원(영업이익률 35%), 순이익 19조7969억원(순이익률 30%)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기존 최고였던 2022년(연간 매출 44조6216억원)보다 21조원 이상 높은 실적을 달성했고, 영업이익도 메모리 초 호황기였던 2018년(연간 영업이익 20조8437억원)의 성과를 넘어섰다.

이는 시장전망치도 웃돌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연간 매출액 66조1075억원, 영업이익 23조3917억원을 기록할 것이라 추정됐었다. 실제 성적은 이보다 높은 성적을 낸 것이다.

특히 4분기 매출은 전분기 대비 12% 증가한 19조7670억원, 영업이익 또한 15% 증가한 8조828억원(영업이익률 41%)에 달했다. 순이익은 8조65억원(순이익률 41%)을 기록했다. 분기 성적표 역시 시장전망치였던 매출액 19조7103억원, 영업이익 8조9억원을 소폭 넘었다.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강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업계 선두의 HBM 기술력과 수익성 중심의 경영을 통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4분기에도 높은 성장률을 보인 HBM은 전체 D램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했고, 기업용 SSD(eSSD, enterprise SSD)도 판매를 지속 확대했다"며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수익성 중심 경영으로 안정적인 재무 상황을 구축했고, 이를 기반으로 실적 개선세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 성장에 따라 고성능, 고품질 중심의 메모리 시장으로 전환되는 상황을 설명하며 "이번 실적은 고객의 요구 수준에 맞는 제품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면 안정적인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찍으면서 반도체 제왕 자리도 사실상 확정짓게 됐다. 삼성전자의 확정실적 발표는 이달 31일로 부문별 세부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 8일 잠정실적을 발표해 짐작은 가능하다. 증권가에서는 잠정실적을 기반으로 삼성전자 DS부문 영업이익이 14조~15조원대로 찍었을 것이라 예상한다.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연간 영업이익이 10조원 가까이 차이나는 셈이다. SK하이닉스가 연간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 DS 부문을 넘어서는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마지막 한분기 동안 거둬들인 영업이익(8조828억원)이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DS부문을 포함한 모바일, 가전 등 전사 부문 영업이익(잠정실적 기준 6조5000억원)보다 컸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DS부문은 작년 1분기부터 영업이익 선두 자리를 두고 엎치락 뒤치락 해왔다. 1분기는 SK하이닉스가 2조886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삼성전자 DS부문(1조9100억원)을 앞섰다. 곧이어 2분기는 삼성전자 DS부문(6조4500억원)이 SK하이닉스(5조4685억원)를 앞지르면서 상반기 누적 약 55억원의 근소한 차이를 벌렸지만 3분기 SK하이닉스가 3조원 이상 격차로 다시 앞섰던 바 있다.

이들의 운명을 가른 것은 AI 수요로 인해 폭발한 HBM 시장에서의 경쟁력 차이가 컸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의 큰손인 엔비디아에 사실상 물량 대부분을 소화하며 단연 리더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수차례 엔비디아의 퀄테스트(품질검증)를 시도했으나 납품은 감감무소식이다. 지난 7일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인 젠슨황은 "삼성은 새로운 디자인을 설계해야 한다"며 여전히 삼성전자가 HBM 퀄테스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쐐기를 박았다.

실적의 차이는 직원들의 온도차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한 SK하이닉스는 직원들에게 초과이익분배금(PS) 1000%와 특별성과급 500% 등 역대 최대 수준인 기본급 1500%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말 2024년 하반기 목표달성장려금(TAI)을 DS부문에 200% 지급을 결정했다. 이는 DS부문 역대 최대치다. 적자를 기록했던 재작년 0% 지급률 결정으로 DS부문 직원들의 반발이어졌던 만큼 사기 진작 차원에서 이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이들의 성적차는 성과급 차이로도 벌어진 모양새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2024년 말 SK하이닉스의 현금성 자산은 14조2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5조2000억원 증가했으며, 차입금은 22조7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6조8000억원 감소했다. 이에 따라 차입금과 순차입금 비율도 각각 31%와 12%로 크게 개선됐다.

SK하이닉스는 빅테크들의 AI 서버 투자가 확대되고 AI 추론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고성능 컴퓨팅에 필수인 HBM과 고용량 서버 D램 수요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재고 조정이 예상되는 소비자용 제품 시장에서도 AI 기능을 탑재한 PC와 스마트폰 판매가 확대돼, 하반기로 갈수록 시장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회사는 올해 HBM3E(HBM 5세대) 공급을 늘리고 HBM4(HBM 6세대)도 적기 개발해 고객 요청에 맞춰 공급할 계획이다. 또, 안정적인 수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쟁력을 보유한 DDR5와 LPDDR5 생산에 필요한 선단 공정 전환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낸드는 작년에 이어 수익성 중심 운영과 수요 상황에 맞춘 유연한 판매 전략으로 시장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연간 고정배당금을 기존 1200원에서 1500원으로 25% 상향해 총 현금 배당액을 연간 1조원 규모로 확대했다. 이에 회사는 향후 배당시 고정배당금만 지급하고, 기존 배당정책에 포함됐던 연간 잉여현금흐름(FCF, Free Cash Flow)의 5%는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는데 우선 활용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 김우현 부사장(CFO)은 "고부가가치 제품 매출 비중을 크게 늘리면서 시황 조정기에도 과거 대비 안정적인 매출과 이익을 달성할 수 있는 사업 체질을 갖췄다"며 "앞으로도 수익성이 확보된 제품 위주로 투자를 이어간다는 원칙을 유지하면서 시장 상황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투자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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