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사임장남 지분 매도 후 북경한미약품 동사장 오너가 경영권 장악 여부, 주가 회복 등 해결해야
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2024년 3월28일 오후 경기 화성시 수원과학대학교SINTEX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왼쪽부터)임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 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임종훈 대표 사임, 사내이사직 유지 여부 관심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은 지난 13일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의 사임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이 자리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맡으며 경영권을 되찾았다.
그룹의 분쟁은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 타계 이후 배우자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장녀 임주현 부회장이 상속세 문제 해결 등을 위해 작년 1월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하면서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배제된 장·차남 임종윤·임종훈 형제는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포섭, 작년 3월 열린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모녀와 표대결 벌여 그룹을 장악했다.
당시 형제는 가족간 봉합을 약속하며 모자(임종훈 전 대표·송영숙 회장) 공동 대표체제를 구축했지만, 한 달 만에 모친을 밀어내며 갈등을 재점화했다.
하지만 형제 측에 섰던 신 회장이 돌연 모녀와 손을 잡으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모녀가 신 회장에게 지분 6.5%를 매도하며 신 회장의 지분이 확대됐고, 이후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킬링턴유한회사)까지 합류해 대주주 연합(4인연합)을 결성했다.
그 이후로도 가족 간 비방전을 이어 가며 갈등을 키워왔으나 장남인 임 이사가 지난해 12월 4인연합에 보유 지분 일부인 5%를 매도하며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종결 수순에 돌입했다. 결국 차남도 경영권을 내려놓음에 따라 경영권 분쟁은 마침표를 찍었지만 업계에선 어떤 조건으로 경영에서 물러나게 된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장남인 임 이사의 경우 지분을 매도하는 대신 주요 사업회사인 한미약품의 자회사 북경한미약품유한공사 동사장(이사회 의장) 자격을 얻었다. 북경한미는 최근 중국 화륜그룹 측 이사 2명과 한미약품 이사 3명으로 구성된 동사회를 개최해 임 이사를 동사장으로 선임했다.
또 임 전 대표는 아직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사회 퇴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표이사직에서만 물러난 것이라면 이사회를 통해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임 전 대표의 공식적인 사내이사 사임 여부는 정기주주총회 개최 결의 시점에 알 수 있다.
임 전 대표는 "대표이사직에서는 물러나지만, 앞으로도 창업주 가족의 일원으로 회사를 위해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밝혔다.
이사회 구도 재편···송영숙 회장 '장악력' 관건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당초 4인 연합 측 인사 5명, 형제 측 5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돼 있었지만 최근 형제 측 인사(사봉관 사외이사, 권규찬 기타비상무이사)가 사임하며 이사회 구도가 5대 3으로 재편됐다. 4인연합이 남은 자리에 추가로 이사를 선임할 경우 이들의 주도권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다만 신 회장과 오너일가의 지분 격차가 줄어든 점을 미루어 볼 때 지배구조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긴 어렵다.
4인연합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54.41%다. 이 중 신 회장은 한양정밀을 포함해 21.92%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라데팡스는 7.03%를 보유 중이다. 분쟁 전인 2023년 말 신 회장의 지분은 12%대에 불과했다.
반면 오너일가(특수관계인 포함)의 지분율은 25.46%다. 분쟁 전(56.55%)보다 절반 이상 깎인 셈이다. 형제 측 지분 21.86%(임종윤 4.47%, 임종훈 9.27%)를 포함할 경우 경영권에 큰 위협이 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지배구조 안정화를 위해선 송 회장 등 한미 일가의 그룹 장악력이 요구된다.
주총 전후 주가 부양책 공개할 듯
송 회장은 오는 3월 정기주총 전까지 그룹 조직을 재정비하는 등 경영 정상화에 매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더 발전된 한미사이언스 거버넌스 체제에 대해선 주총 이후 공개한다.
송 회장에겐 기업가치 회복 과제도 남아 있는 상황이다.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약 35% 하락했다. 13일 기준 종가는 2만8750원으로, 52주 최고가는 5만2100원, 최저가는 2만6750원이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면서 점차 거버넌스 디스카운트 요인이 소멸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주가는 바닥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난 한 해 동안 그룹은 실적 훼손, 인력 이탈에 따른 R&D 약화, 신뢰도 하락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회사 측은 향후 주가 부양책이나 소액주주연대 만남 일정 등도 단계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혀 구체적인 방안은 내달 열릴 주총 전후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오너일가는 경영권 분쟁 당시 소액주주들과 만나 표심 확보에 나선 바 있다.
한 연구원은 "3월 정기주총 이후 한미약품그룹의 공식적인 거버넌스 체제에 대한 구체적인 소통을 기대해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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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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