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3월 06일 목요일

  • 서울 4℃

  • 인천 4℃

  • 백령 4℃

  • 춘천 2℃

  • 강릉 -1℃

  • 청주 4℃

  • 수원 3℃

  • 안동 2℃

  • 울릉도 4℃

  • 독도 4℃

  • 대전 5℃

  • 전주 4℃

  • 광주 3℃

  • 목포 4℃

  • 여수 6℃

  • 대구 4℃

  • 울산 4℃

  • 창원 7℃

  • 부산 4℃

  • 제주 6℃

오피니언 제약바이오 투심 회복, 질러가는 길이 돌아가는 길이다

오피니언 기자수첩

제약바이오 투심 회복, 질러가는 길이 돌아가는 길이다

등록 2025.03.06 16:41

이병현

  기자

공유

reporter
지난해 국내 바이오·의료 신규 투자액이 1조원대를 회복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의료 투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1년 1조6770억원까지 급증했으나 지난 2022년 1조1058억원으로 급감한 이후 2023년 8844억원을 기록하며 1조원 아래로 떨어진 바 있다.

벤처투자 규모가 1조원대를 회복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바이오 신규 투자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한다. 2023년이 바닥이었고 앞으로는 회복될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를 제약바이오 투심 회복 원년으로 판단해도 좋은 것일까?

아직 투자업계의 판단은 유보적인 것 같다. 실제로 지난달 비상장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 금액은 '0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 잡힌 투자 실적 역시 지난해 하반기 자금조달에 나선 기업의 펀딩 일정이 지연되며 발생한 것으로, 새해 들어 투자업계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규모상 회복된 것처럼 보이는 벤처투자 역시 실상을 들여다보면 2020년, 2021년 호황기와는 양상이 다르다는 점도 유념할 만하다. 지난해 투자는 주로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의료기기 기업이나 ADC(항체-약물 접합체)를 비롯한 신규 모달리티 신약 개발 기업, 그중에서도 임상 성과가 어느 정도 드러난 기업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른바 '쏠림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올해 글로벌 바이오파마 VC 투자 전망을 분석한 이슈브리핑을 통해 "경제적인 상황이 점점 임상 데이터에 VC 투자자가 집중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면서 "상승하는 이자율과 더욱 긴축된 자본 시장은 자금 조달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고, 벤처 캐피털리스트는 수익화 또는 빅 파마 인수로 가는 더 명확한 경로가 있는 자산을 우선시하게 되었다"고 진단했다.

여기서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임상 2상 이상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회사와 AI 신약 개발플랫폼 기업에 투자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매출이 발생하고 있거나 임상 데이터가 유망한 기업에 투자가 집중되는 국내 상황과 비슷하다.

심지어 일반 투자자도 최근 들어서는 투자업계와 크게 다르지 않은 투자 성향을 보인다. 올해 들어 일반 투자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유한양행, 알테오젠 등 이른바 '대장주'에 투자를 집중하는 모양새다.

한편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일종의 '옥석 가리기'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치상으로는 투자 분위기가 좋아졌다고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은 전혀 다를 것"이라면서 "그러나 어떻게 생각하면 2020년, 2021년의 투자 규모가 기형적으로 높았던 것뿐 지금이 최악이라고 단언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한 것을 두고 한국바이오 협회가 환영의 뜻을 밝힌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시가총액 600억원을 달성하는 경우 매출액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조항에 따라 기업의 미래 가치인 신약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이와 동시에 성장 가능성이 낮은 일명 '좀비 기업'은 퇴출되고,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도 단기투자보다는 장기투자로 성향이 전환되리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 오래 바랐던 제도 개선이 이루어진 만큼 이제는 기업도 정석대로 가치 제고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자금조달이 경색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동시에 일반 투자자에 이르기까지 업계 전반의 이해도도 예전보다 높아졌다. 기술력과 시장성을 입증해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야말로 느리고 힘들지만 가장 확실한 길이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