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알테오젠 좇는 휴온스·오름···K-바이오, '신약 플랫폼' 판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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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테오젠 좇는 휴온스·오름···K-바이오, '신약 플랫폼' 판 키운다

등록 2026.05.08 17:11

이병현

  기자

단일 파이프라인서 '원천 기술 제공자'로 진화알테오젠 잇는 휴온스 플랫폼 주목오름 등 차세대 항암제 시장 선점 속도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신약 개발 무게중심이 단일 파이프라인에서 차세대 '신약 플랫폼'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특정 후보물질의 임상 성공 여부에 사활을 걸던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의약품에 반복 적용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통해 글로벌 파트너십과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전략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피하주사(SC) 제형 전환 기술, 표적 단백질 분해(TPD), 항체-분해약물접합체(DAC) 등 차세대 모달리티와 플랫폼 기술이 K-바이오의 새로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SC 제형 전환···알테오젠 선두 속 휴온스 참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분야는 SC 제형 전환 플랫폼이다. 글로벌 빅파마(대형제약사) 입장에서 정맥주사(IV)를 피하주사로 바꾸면 환자의 병원 체류 시간을 수 시간에서 수 분으로 단축할 수 있어 편의성과 경제적 가치가 크다. 특허 연장으로 시장 독점 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 시장의 대표 주자는 알테오젠이다. 이 회사는 재조합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ALT-B4'를 활용한 하이브로자임 플랫폼으로 글로벌 제약사와 연이어 조 단위 빅딜을 성사시키며 플랫폼 기업의 성공 공식을 입증했다. 올해 1분기에도 GSK 자회사 테사로(항암제 젬퍼리 SC 제형 개발), 바이오젠(독점 라이선스) 등과 굵직한 계약을 맺으며 성과를 이어갔다. 글로벌 ADC 대표 품목인 '엔허투'의 SC 제형도 공동 개발 중으로 점차 시장 지배력을 키우고 있다.

경쟁사 할로자임을 제외하면 알테오젠이 독주하던 SC 전환 시장에 최근 휴온스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휴온스그룹은 바이오 R&D 전문 기업 휴온스랩이 개발한 플랫폼 '하이디퓨즈'를 앞세워 글로벌 제약사와 ADC 정맥주사의 피하주사 전환 공동개발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용화 기반 확보도 병행되고 있다. 휴온스랩은 지난해 12월 히알루로니다제 제제 '하이디자임주'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해당 제품은 미국 할로자임의 히알루로니다제 제품 '하일레넥스'와 동일한 단백질 아미노산 서열로 만든 바이오의약품으로 알려졌다. 하일레넥스는 국내와 유럽에서 2024년 3월 특허가 만료됐고, 미국에서는 2027년 9월 만료될 예정이다. 허가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휴온스랩의 SC 플랫폼 사업화에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

회사에 따르면 하이디퓨즈는 항체의약품은 물론 ADC, 이중항체 등 다양한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에 적용 가능하다. 휴온스가 의미 있는 파트너십 확보에 성공할 경우 국내 SC 플랫폼 시장은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맞게 된다.

이외에 국내에서는 인벤티지랩,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등 여러 바이오텍도 SC 플랫폼 개발에 나서고 있다.

DAC 시장 선점 나선 오름


새로운 기전의 차세대 항암 플랫폼 시장도 달아오르고 있다. 이달 1일 화이자와 아비나스의 경구용 PROTAC 치료제 '베파누'가 유방암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며, TPD 기술이 연구 단계를 넘어 상업화 궤도에 본격적으로 올라섰다. 질병 단백질 기능을 억제하는 기존 저해제와 달리 단백질 자체를 분해해 없애는 TPD는 약효 지속성과 내성 극복 측면에서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오름테라퓨틱스가 TPD와 항체를 결합한 DAC(항체-분해약물접합체) 전략으로 차별화에 나섰다. DAC는 질병 유발 단백질을 분해하는 기술을 원하는 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전달해 기존 TPD 기술의 한계로 꼽히는 전달성과 안전성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

오름테라퓨틱스는 이미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 사례도 확보했다. 핵심 파이프라인 'ORM-6151'은 2023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에 기술이전 했으며, 현재 'BMS-986497'라는 코드명으로 개발되고 있다. 해당 후보물질은 급성골수성백혈병과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을 적응증으로 임상 1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DAC 개발사 가운데 실제 임상 데이터를 도출할 수 있는 초기 축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DAC에 대한 관심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로슈는 C4테라퓨틱스와 DAC 기반 항암제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은 초기 계약금과 연구개발 비용, 단계별 마일스톤을 포함해 최대 약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아직 DAC 기반으로 허가된 의약품은 없지만, 임상 검증 이전 단계에서 대규모 자금이 투입됐다는 점은 빅파마의 기술 선점 의지를 보여준다.

독자 개발이 까다로운 TPD·DAC 분야 특성상 '분업형 협력'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유빅스테라퓨틱스와 항체·단백질 분해 기술을 결합하는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며, 오스코텍은 자회사 제노스코와 단백질 분해 플랫폼 'GENO-D'를 중장기 동력으로 삼았다. 이외에 유한양행, 동아ST, 대웅제약 등 전통 대형 제약사 역시 관련 투자를 늘리며 초기 기술 확보에 뛰어들었다.

플랫폼 다변화 기술수출···관건은 '임상 데이터'


이러한 변화는 올해 1분기 국내 기업 기술수출 성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올해 1분기 기술이전 혹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국내 7개사(알테오젠, 엔젠바이오, 아보메드, 지투지바이오, 고바이오랩, SK플라즈마, 프레이저테라퓨틱스)의 포트폴리오는 항암제를 넘어 비만(장기지속형 플랫폼), 희귀질환, 마이크로바이옴 등으로 대폭 넓어졌다.

통상 플랫폼 기술은 초기 검증이 어렵고 개발 기간이 길지만, 한 번 글로벌 파트너십을 확보하면 반복 계약과 후속 파이프라인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기술이전 성과는 국내 기업의 플랫폼 기술 확보가 곧 차세대 파이프라인 확장과 안정적인 기술이전 성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빅파마의 초기 투자나 공동개발 논의가 무조건적인 상업화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DAC는 항체와 분해제를 잇는 링커 설계 등 제조 복잡성이 매우 높고, SC 제형 전환 역시 독성이 강한 항암제의 전신 노출과 국소 반응을 완벽히 통제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국내 바이오텍이 낼 성과가 후보물질 하나의 성공보다 플랫폼의 검증 속도에 달려 있다고 본다. 글로벌 제약사와 맺는 공동개발 계약, 초기 임상 데이터, 제조공정 확립, 후속 적응증 확장 여부가 기업별 경쟁력을 가를 전망이다. 특히 첫 TPD 신약의 FDA 승인 이후 단백질 분해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국내 기업이 임상 데이터와 파트너십을 얼마나 빠르게 축적하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플랫폼 기술의 반복적 사업화 모델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면서도 "기술의 확장성 못지않게 실제 임상 안전성과 효능 데이터, 그리고 파트너사의 상업화 실행력이 최종적인 플랫폼 가치를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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