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적은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유도하는 인센티브 제도세액공제·수수료 면제···독점권은 '승인' 후 부여투자자라면 '지정'과 '승인' 의미 반드시 구분해야
제약·바이오 기업의 보도자료나 기사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호재성 문구가 있다. 바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희귀의약품 지정(ODD·Orphan Drug Designation) 획득'이다.
이 문구는 얼핏 해당 신약 후보물질이 미국 규제 당국의 최종 판매 허가를 받았거나 혹은 해당 물질의 효능·가치가 FDA에 인정된 것처럼 오해를 부르기 쉽다. 그러나 ODD는 신약 개발의 '결승선'이 아니라 '출발선'에 가깝다. 정확히 말하면 시장성이 낮아 소외되기 쉬운 희귀질환 치료제를 끝까지 개발할 수 있도록 FDA가 일종의 '인센티브 자격'을 부여했다는 의미다.
치료제 '고아(Orphan)' 막기 위한 제도적 통행료 할인
희귀의약품의 영문명인 'Orphan Drug(고아 약)'에는 제도의 취지가 담겨 있다. 의학적 필요성은 크지만, 환자 수가 적어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탓에 제약사에 외면받는 약을 가리키는 단어다.
미국 희귀의약품법(Orphan Drug Act)은 희귀질환을 '미국 내 환자 수 20만명 미만인 질환'으로 정의한다. 환자 수가 적으면 임상시험 참가자를 모집하기 어렵고,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만성질환(고혈압·당뇨 등) 치료제처럼 큰 수익을 내기 어렵다. ODD는 이처럼 수익성이 낮은 신약 개발에 제약사가 뛰어들 수 있도록 통행료를 깎아주고 운행권을 보호해 주는 장치다.
핵심은 '과학적 칭호' 아닌 '경제적 혜택'
ODD의 본질은 경제적 인센티브에 있다. 지정을 받은 개발사는 ▲임상시험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최대 25%) ▲신약 허가 심사 비용(사용자 수수료) 면제 ▲최종 승인 후 7년간의 시장 독점권 부여 등 여러 혜택을 받는다.
개발비 부담이 큰 바이오 벤처에게 세액공제와 수수료 면제는 현금 가뭄을 해소하는 단비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7년 시장 독점권'이다. 일정 기간 같은 적응증(치료 범위)에 대해 경쟁 약물 진입을 막아, 작은 시장에서도 확실하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어막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주의할 점은 독점권의 발동 시기다. ODD를 받았다고 즉시 독점권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임상을 무사히 마치고 최종적으로 FDA의 시판 허가(승인)를 받아야만 비로소 7년의 독점권이 발효된다.
정리하자면
다시 말해 여기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지정'과 '승인'의 혼동이다. FDA 역시 "희귀의약품 지정과 품목 허가 심사는 완전히 별개의 절차"라고 선을 긋고 있다. 희귀질환 치료제라고 해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과학적 심사 문턱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ODD는 비유하자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장학금 신청 자격'일 뿐, 임상을 통과해야만 얻을 수 있는 '졸업장(승인)'이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ODD가 아무런 의미가 없는 단순 홍보 문구는 아니다. 지정 신청 시 후보물질이 해당 희귀질환에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학적 근거(임상 또는 비임상 데이터)를 FDA에 1차적으로 검증받았다는 전략적 의미는 지닌다. 따라서 임상 초기 단계 파이프라인도 이 지정을 받을 수 있다.
제약·바이오 투자자라면 ODD 획득 소식에 환호하기 전 세 가지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어떤 특정 질환을 타깃으로 지정받았는지 ▲현재 임상 진행 단계는 어디쯤인지 ▲이미 승인된 동일 질환 치료제 대비 어떤 임상적 우월성(효능·안전성 등)을 입증할 수 있는지다.
앞으로 'FDA 희귀의약품 지정'이란 문구를 본다면 해당 신약의 성공 가능성을 담보하는 보증수표가 아닌 "이제 막 험난한 임상 레이스를 완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체력을 지원받았다"는 뜻으로 이해하자. 진짜 승부는 임상 데이터 확보와 최종 허가 심사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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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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