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 LS 지분 매입 시도로 구자은 압박법정 분쟁, 기술 탈취 공방에 긴장 고조김상열, 전선업계 호황 속 '배수의 진'
13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전선 모회사 호반그룹은 최근 국내 한 증권사를 통해 ㈜LS 지분을 사들였다. 아직 구체적인 수치가 공개되진 않았는데, 그 규모는 3% 미만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호반그룹 측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전선 부문이 유망 산업으로 떠오른 만큼 단순한 투자 차원이란 게 이들의 입장이다. LS전선은 비상장사로 모회사 LS가 지분 92.26%를 들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호반이 LS를 압박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움직였을 것이란 인식이 짙다. 즉, 대한전선과 LS전선 간 법정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지분 확보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미 전선업을 영위하는 호반이 굳이 경쟁사에 투자할 이유가 있냐는 진단에서다.
그만큼 두 기업은 서로에 우호적이지 않다. 수년간 기술 유출 의혹을 놓고 공방을 벌이면서 불신을 쌓아왔다.
항소심 선고를 앞둔 특허 침해 분쟁이 대표적이다. LS전선은 대한전선의 부스덕트용 조인트 키트 제품이 자신들의 특허를 기반으로 설계됐다며 2019년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2022년 대한전선이 제품을 폐기하고 LS전선에 약 4억900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아들었으나, 양측 모두 불복하면서 재판이 계속됐다. 이날 오후 2심 재판부의 판단이 공개된다.
이 뿐 만이 아니다. 이들은 해저케이블 기술탈취 여부를 놓고도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이 건은 대한전선이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제조 설비 도면과 레이아웃 등을 탈취했는지 여부를 쟁점으로 한다. 공교롭게도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 건축을 설계한 가운종합건축사무소가 대한전선의 충남 당진공장 건설을 맡은 게 불씨가 됐다.
대한전선은 수십년의 노하우와 기술력으로 자체 공장을 만들었다고 해명했지만, LS 측은 수용하지 않았다. 경찰 조사까지 본격화하자 LS전선 차원에서 사실이 확인 시 책임을 묻겠다며 여론전을 펴고 있다.
따라서 일각에선 김상열 회장도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LS 오너일가를 표적으로 삼는 초강수를 뒀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LS에 대한 특수관계인 지분이 32.13%여서 호반이 당장 소수 지분으로 회사를 흔들긴 어렵겠지만, 구자은 회장(지분율 3.63%)을 넘어서는 의결권을 확보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사회에 관여하는 식으로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무엇보다 김상열 회장과 호반은 벼랑 끝에 내몰렸다고 볼 수 있다. 배상금이 부담스러운 수준이기도 하고, 전선업이 호황을 맞은 지금 분쟁 패소로 핵심 장비를 취급할 수 없게 되면 사업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실제 전선업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촉발한 '관세 전쟁'의 난국에도 평온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내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우리 기업에 대한 의존도 역시 큰 편이어서다. 통상 전력 인프라용 케이블의 평균 수명은 30~40년이고, 현지 전력망의 절반 이상이 이를 넘겨 교체가 요구되지만, 미국 기업의 생산 역량으로는 그 수요를 온전히 떠받치기 어렵다.
이에 LS전선과 대한전선은 미국 시장에 화력을 쏟고 있다. LS전선은 버지니아에 1조원을 투입해 해저케이블 공장을 짓기로 했고, 대한전선 역시 지난해 7200억원 규모의 송전망 사업을 수주하는 등 영업에 한창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정 분쟁 패소 시 모처럼 찾아온 호재를 놓칠 수 있는 만큼 김상열 회장으로서도 물러설 수 없었을 것"이라며 "호반 측이 지분 매입을 가속화한다면 LS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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